오전 6시쯤 눈 뜨자마자 강아지들 오줌 누이고, 사료 먹이고, 닭장에 가서 모이 주고, 물 갈아주고 나면 9시쯤, 그제야 아침밥 한술 뜬다. 자식 키우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먼저 챙기는 일이 종종 있는 법인데, 그는 늘 자신이 뒷전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한 후,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교육해온 조각가 강은엽. 자연, 생명, 공감에 대해 이야기해온 그의 작품 세계는 한국 조각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이다. 교직에서 은퇴한 그의 이타적 하루는 작품 세계를 일상으로 옮겨온 듯하다. 이제는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다친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 보살피는 ‘강아지 엄마’로 더 통한다. 가장 최근에 식구가 된 씩씩이는 엄마 얼룩이 배 속에 있던 아이. “얼룩이는 산에 사는 떠돌이 개였어요. 중성화 수술 시키려고 1년을 공들였죠. 똑같은 자리에 먹이를 놓아주었고, 간식도 처음엔 던져줘야 먹다가 점차 친해지니까 가까이 와서 먹더라고요. 그렇게 겨우 잡았을 땐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요. 여덟 마리를 낳았는데 젖이 안 나오는지 아이들이 죽어가더라고요. 젖병 물려가며 살려낸 아이가 씩씩이지요.” 버려지고 다친 강아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은 그의 아들, 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많게는 열여덟 마리와 함께 지낸 적도 있다. 현재는 강아지 식구만 열 마리. “몸은 바쁘고 때로는 힘이 들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산다는 것, 주변의 여린 생명을 돌본다는 것, 그것만으로 마음은 언제나 풍요롭지요.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요? 당연한 거잖아요”라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조각가 강은엽∙70세 생명에 대한 사랑은 삶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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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