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온화하던 그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모니터에 비치는 그의 모습 한 컷 한 컷엔 힘이 담겨 있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세월의 힘. 20대 시절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고 중년에는 그동안 모아온 빈티지 단추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디자이너로 활동. 그리고 최근 30여 년 만에 다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무엇을 하든 두려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나이 들어서 주책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So What? 그러면 어때요? 주름이 많은데 어쩌지, 잘해야 할 텐데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은 안 해요. 그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사욕이거든요. 남한테 잘 보이려고 사나요? 내가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살면서 후회하는 것도 없다. 늘 선택의 기준은 자신에게 있으니까. 남들 하는 대로 살지 않았지만, 그래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거란다. 모든 순간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우노 초이.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땐 굳이 외출도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꽃집 가는 길에 만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인사 나누고, 무더운 날씨에도 동네를 청소해주는 고마운 환경미화원에게 음료수 한잔 건네며, 집 안 식물에 물 주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행복하다. 단순한 일상에도 심심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인터뷰차 오늘 만난 20~30대 스태프들에게도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고, 금세 친구끼리 수다 떨 듯 편한 분위기를 이끈다. 나잇값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굳이 모델, 단추 디자이너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우노 초이다.
- 모델 겸 단추 디자이너 우노 초이∙63세 Never Say, Never!
-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