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가 박은하
몸과 마음이 상쾌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
니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슴이 답답할 때 무작정 길을 걷는다.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평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다. 금강교에서 일주문까지 1km 남짓한 길에는 수령이 80년 이상 된 전나무 1천7백여 그루가 늘어서 있다. 전나무의 키가 얼마나 큰지 광각렌즈로도 한 번에 담기가 어렵다. 사시사철 언제라도 좋지만 눈이 내릴 때 가장 아름답다. 연일 미세먼지가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그야말로 천연 공기청정기다. 걷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오대산 선재길(약 9km)도 함께 추천한다.
월정사 진부면 오대산로 374-8 문의 033-339-6800 사진 제공 박은하
중앙일보 여행 기자 손민호
봉평의 메밀꽃 피는 풍경
나에게 여행은 세상과 인연을 맺는 일이다. 세상이라고 썼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자연을 마주해도 자연에 밴 사람의 흔적을 만지작거리다 돌아온다. 평창에서도, 그러니까 이 땅덩어리에서 몇 안 되는 청정 지역에서도 나는 인적을 찾아다닌다. 평창에서도 서쪽 땅 봉평에 귀한 풍경이 있다. 메밀꽃 피는 풍경! 해마다 9월이면 펼쳐지는 장관이다. 이미 전국적 명소가 된 곳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이 메밀꽃이 한 편의 소설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가산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초가을 풍경을 바꾼 소설이다. 옛 오일장의 정취는 이제 잦아들었지만, 메밀꽃은 긴 세월이 지났어도 소금처럼 알알이 빛난다. 소설을 읽고 메밀밭을 거닐어보시라. 봉평의 메밀꽃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땀에 전 장돌뱅이의 냄새가 난다. 나는 그 냄새가 좋다.
사진 제공 손민호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 총연출 고선웅
아삭한 채소와 바삭한 고기, 옛날 그맛!
패럴림픽 개막식 준비를 위해 평창을 오가며 가장 인상 깊던 식당은 오삼불고기도, 평창 한우도 아닌 탕수육 맛집 ‘진태원’이었다. 강원도까지 와서 중국 음식을 왜 먹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오래 줄을 서서라도 꼭 먹어봐야 하는 맛! 가게 안 테이블이 여섯 개뿐이라 갈 때마다 기다렸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가고 싶다. 평창에서 나는 고랭지 배추가 달고 아삭하며,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에 부추와 양파, 당근, 오이 등 생채소가 듬뿍 올라간다. 어린 시절 먹은 탕수육 맛 그대로다.
진태원 대관령면 횡계길 19 문의 033-335-5567 사진 제공 김수진
리코더 연주자 최선진
평창 에너지의 원천, 진부전통시장
진부전통시장은 1백여 개 노점상이 골목을 채우고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산골에서 나온 어르신들의 만남의 장소로 북적이는 풍경을 보면 에너지가 샘솟는다. 장날이면 살 물건이 없어도 꼭 시장 한 바퀴 도는 것이 나의 일과다. 특히 잡화를 파는 곳에 가면 어디서 구해왔는지 알 수 없는 요상한 물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진부재래시장 진부면 하진부리 사진 제공 최광호
문화관광해설사 최일선
소설이 만든 동산, 문학의 숲
문학의 숲 입구에 도착하면 밤새 내린 눈이 만들어낸 엽서 같은 풍경에 첫발을 디디기 아까워 잠시 멈춰 서게 된다. 이 여행길을 서두르지 말라는 신호일까? 눈이 오는 날에 찾는 이효석 문학의 숲은 평소보다 더 아름답다. 가산 이효석의 탄생 1백 주기를 맞아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산책길을 따라 소설을 새긴 바위가 줄지어 있어 읽는 재미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 풍경을 수없이 오고 갔을 허생원, 조선달의 뒤를 따라 들어간 충주집 등 문학의 숲은 봉평의 문학과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효석 문학의 숲 봉평면 문학숲길 97 사진 제공 평창군청
시인 김종태
계절별 평창 사용법
대관령 눈꽃축제
평창은 생각 외로 넓다. 계절별로 권역을 나눠서 여행하기를 권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겨울엔 대관령 눈꽃축제와 올림픽 경기장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알펜시아 리조트에 자리한 스키점프 센터가 으뜸이다.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으니 전망대가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눈 덮인 설원 풍경을 반드시 감상할 것. 올해는 대관령 눈꽃축제에도 세계 명작 동화를 주제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야간 미디어 파사드 쇼를 펼치는 등 여느 해보다 특별할 것이다. 평창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면 봄과 여름에 대관령 양떼목장과 월정사, 상원사 여행을, 가을엔 안반덕마을의 고랭지 채소밭, 진고개 단풍 감상이 순서다.
대관령 눈꽃축제 대관령면 송천 일원 문의 033-335-3995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대관령면 솔봉로 325 사진 제공 김종태
여행 작가 이원근
맛으로 즐기는 평창
납작식당 오삼불고기
평창에서 만난 최고의 맛집 세 곳. ‘경남식당’은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50년 된 토박이 식당이다. 장아찌가 유명하며 강원도 막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도 일품. 진부 시내에 있는 ‘부림식당’은 산나물 위주의 반찬이 풍성하다. ‘납작식당’은 횡계의 맛집 중 첫손 꼽을 만한 곳. 자체 제작한 불판에 포일을 깔고 양념장에 재운 싱싱한 오삼불고기를 굽는다.
경남식당 진부면 오대산로 125-3 문의 033-332-6587
부림식당 진부면 진부중앙로 70-3 문의 033-335-7576
납작식당 대관령면 대관령로 113 문의 033335-5477 사진 제공 이원근
한화 리조트 홍보 담당 박승경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기는 트레킹 코스
선자령
본격적 겨울 산행은 부담스럽지만 강원도 산의 풍광을 즐기고 싶다면 평창의 트레킹 코스를 추천한다. 첫 번째는 이효석문학관에서 팔석정까지 3~4km 거리의 코스. 이효석문학관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충전하고 홍정천을 따라 걷다 배가 고파질 즈음 팔석정이 나오는데, 근처 횟집에 들어가 송어회 한 점을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두 번째는 선자령 트레킹 코스. 선자령 고개 정상에서 탁 트인 강릉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대관령 하늘목장 방향으로 내려올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이효석문학관 봉평면 효석문학길 73-25 문의 033-330-2700
선자령 대관령면 횡계리 문의 033-330-2771 사진 제공 이원근
커뮤니케이션 그룹 커뮤니크 대표 신명
명연주자들의 고품격 음악 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매해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국제 클래식 음악 축제다.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뮤지컬 설루트 투 평창’을 주제로 열리는데, 국제적 명성의 정명화ㆍ정경화 예술감독과 손열음 부예술감독이 음악제를 이끈다. 안숙선의 판소리와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태형, 장구 연주자 조용수가 협주하는 ‘평창 흥보가’, 비올리스트 가레스 루브의 ‘우분투-자유를 향한 기나긴 걸음’을 세계 초연한다. 이 외에도 마린스키 극장 소속 성악가들이 펼치는 오페라 갈라 등 수준 높고 특색 있는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문의 033-240-1360 사진 제공 평창대관령음악제
- 평창 올림픽 다 함께 즐기기 평창, 이래 즐기면 마카 좋아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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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