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대한 캐츠비>중에서.
2 강풀 씨의 <순정만화>는 매회 조회 수가 2백만 회를 넘을 만큼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연극으로 각색되어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3 바람 잘 날 없는 주부의 일상이 드러난 <카키의 그림일기>.
4 유익한 육아 정보가 곁들여진 <꽁심이 노트> 중에서.
만화방에 오종종하게 모여 앉아 킬킬거리던 때가 언제던가? 그런 나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각자의 방에서 인터넷으로 ‘웹툰’을 감상하는 시대가 왔다. 웹툰이란 온라인에서 스크롤을 내려가며 볼 수 있는 만화이며 주요 포털 사이트나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화를 말한다.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기게 된 것은 권윤주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한 <스노우캣 다이어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아기자기한 캐릭터 스노우캣을 통해 일기 쓰듯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점이 돋보인 이 작품은 삽시간에 많은 이들이 ‘퍼 나르기’를 하며 공유하게 되었다. “웹툰을 보며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네티즌이 많습니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밀착감은 웹툰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네이버(www.naver.com) 웹툰 서비스 담당 김준구 대리의 설명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몇 분 안에 이미지 파일을 업데이트할 수 있으니, 작가가 그날그날 기록한 일상다반사에 독자가 바로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을 넘어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웹툰의 특징이다. “과거 월간지 형식의 만화책이 유행할 때는 한 달 주기의 팬레터로 독자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적는 한 줄 형식의 코멘트인 ‘댓글’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작가는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이나 관심사를 알 수 있으며 이를 작품에 곧바로 반영하기도 합니다.” 파란닷컴(www.paran.com) 미디어팀 김은실 대리의 말이다. 또한 기존 만화에 비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작가들이 늘어났다. 미디어 다음(www.daum.net)의 ‘만화 속 세상’ 담당자 김원 씨는 “매체 성격이 바뀌다 보니 작가들 역시 기존 틀을 탈피해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곤 합니다. 그래서 ‘미스터리 심리 썰렁’이나 ‘치정극’ 등 전에 없었던 장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라며 웹툰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설명한다.
내 안에 낭만 있다, 순정 웹툰
웹툰에도 ‘순정’이 있다. 사실 웹툰이 시작된 초기에는 로맨스보다는 일상을 삐딱하고 ‘쿨’한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2004년 강풀 씨의 <순정만화>가 등장하면서 잊혀질 뻔한 우리의 순정에 불을 댕겼다. 백마 탄 왕자나 ‘만화처럼 생긴’ 선남선녀가 등장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강풀 씨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혹은 우리 자신과도 같은 평범한 등장인물을 통해 기름기를 쫙 뺀 이 시대의 순정을 그려낸 것.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독자가 뒷이야기를 못내 궁금해하도록 줄거리를 엮는 기법도 돋보였다. 강풀 씨는 이후 <바보>를 통해 찡한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어린 시절 동네에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인 ‘바보 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린 따뜻한 순정 웹툰. 한편 강도하 씨는 <위대한 캣츠비>와 <로맨스 킬러>에서 전혀 다른 색채의 순정을 보여주었다. ‘청춘 3부작’의 일부로, 그는 달콤하고 발랄한 구석이 없는 ‘음울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뿐 아니라 도시의 풍경 그림이 아름다워 네티즌들로부터 ‘모든 컷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말 연재를 시작한 김정혁 씨의 <버스 정류장>은 남자 고등학생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에 관한 느릿느릿한 이야기다. 대화글은 줄이고, 대신 인물 표정과 행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최근 또 다른 커플의 이야기로 2부 연재를 시작해 인기를 얻고 있다.
<순정만화> <위대한 캣츠비> <로맨스 킬러> cartoon.media.daum.net, <버스 정류장> comic.paran.com/webtoon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 집 풍경을 보는 듯, 가족 웹툰
웹툰은 일상의 단편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 만화가들의 웹툰에는 주부로서의 삶이 녹아 있다. 첫 타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카키의 그림일기>를 소개한 이효정 씨. 그는 94년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결혼과 함께 펜을 놓았다가, 블로그에 아내와 엄마로서의 나날을 위트 있게 그려 주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엉뚱하고 실수 많은 주부의 모습을 꾸밈없이 묘사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해 이 블로그에는 지금까지 약 1백만 명이 다녀갔다. 차차심 씨의 <꽁심이 노트>는 결혼 7년 차인 작가가 딸을 키우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은 웹툰이다. 경험에서 얻은 유용한 육아 정보를 위트 있는 글과 그림으로 알기 쉽게 보여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 3등신으로 그려진 아기자기한 가족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꽁심이 노트>의 오랜 팬들은 작가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호연 씨의 <도자기>는 가족 모두에게 유익한 웹툰. 역사학도인 작가가 어린 시절에 대한 상념이나 재미난 이슈에 대한 단상을 고려청자, 분청사기 등 한국 도자기와 연결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매회 마지막에 도자기의 사진 및 정확한 명칭을 적어놓아 유물에 대한 공부를 겸할 수 있다.
<카키의 그림일기> blog.empas.com/khaki99, <꽁심이 노트> comic.paran.com/webtoon, <도자기> comicmall.naver.com(매주 수요일 업데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1 아리따운 뒤태의 인어공주가 실은 이런 모습이었다? 제목처럼 트라우마를 입을 만큼 황당하다.
2 어딘가 모자란 듯 어리숙한 감자도리가 정글의 법칙이 통하는 일터에서 앞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이 시대 직장인들은 박수를 보냈다. 감자도리 캐릭터는 마이크로소프트 MSN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3 아이러니하게도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는 입시에 관한 웹툰이 아니다.
4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은 작가 강풀이 창조한 장르이자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의 제목.
5 SF 웹툰 < 블러드 오션>에서는 매회 올 컬러로 미래 세계를 여행한다.
박장대소 주의보, 코미디 웹툰 웹툰 중 작품 수가 가장 많은 장르가 코미디다. 웹툰은 모니터를 통해 본다는 특징상 설명적인 긴 글보다 촌철살인의 위트 있는 짧은 대사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김영주 씨의 ‘감자도리’ 시리즈는 이 시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콕 집어서 보여준 웹툰. 카드 대금 지불, 점심 메뉴 결정, 인터넷 중독, 외국어 공부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고민거리들을 유쾌하게 다루었다. 갖은 애환을 심각하거나 우울하지 않은 관점으로 담담하게 풀어내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다. 곽백수 씨의 <트라우마>는 패러디로 시작해 무자비한 반전으로 끝나는 코미디다. ‘정신적 외상’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작가의 기상천외한 발상을 지켜보며 웃다가 정신적 외상을 입을 수도 있다. 우연히 한 편을 클릭했다가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것부터 1회 작품까지 역방향으로 모조리 보게 되는 ‘역주행’을 한 네티즌이 많은 작품이다. 워니 씨의 <골방환상곡>은 반전의 묘미를 살린 아기자기한 코미디 웹툰이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인 늑대 ‘워니’와 그의 친구 곰이 인간의 본심을 속속들이 끄집어낸다. 이색적인 코미디 웹툰도 있다. 이우일 씨의 <그림동화>는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그림과는 달리 내용은 엽기적이고 때론 잔혹하다. 작가 특유의 발상으로 원전 스토리를 자유자재로 비틀고 뒤집어 전혀 엉뚱한 결론에 이르는데, 이러한 무질서한 질서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감자도리> www.gamzadori.com, <트라우마> <골방환상곡> comicmall.naver.com(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그림동화> comic.paran.com/webtoon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밖의 신장르, 스릴러·SF·크로스오버 웹툰 출판 만화책에서는 기피하던 장르를 시도하거나, 이미 익숙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한 웹툰도 있다. 스릴러 형식은 강풀 씨가 <미스테리심리썰렁물>과 <타이밍>에서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림 스타일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 구사 능력이 훌륭하다.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은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선권 씨의 <수사 9단>은 스릴러와 코미디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웹툰이다. 탄탄한 구성으로 수사극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가는 틈틈이 유머를 삽입해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자칭 ‘수사 9단’인 홍달기 반장과 어리버리한 부하 김사랑 형사, 그리고 엉뚱한 정보만 제공하는 정보통의 캐릭터가 밀고 당기는 가운데 벌어지는 어이없는 사건들은 의외의 중독성을 지닌다. 창작집단 풍경의 <블러드 오션>은 웹툰에서 찾아보기 힘든 SF 장르를 시도한 작품이다. 창작집단 풍경은 이미 전작 <에스탄시아>로 SF 웹툰을 선보여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제작팀. 지난 성공을 발판 삼아 <블러드 오션>에서는 더욱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스토리를 다루었다. 강렬하면서도 음울한 색감과 과감한 화면 분할이 인상적이다. 김규삼 씨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유쾌한 드라마. 그림만 보면 평범한 하이틴 만화 같지만, 비상식적인 논리가 상식인 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묘한 분위기로 전하는 작품이다. 외계의 학교와 학생들을 보고 있는 듯싶다가도 어느 틈에 우리네 사회상과 요즘 아이들의 교육 방향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아파트> <타이밍> <블러드 오션> cartoon.media.daum.net,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comicmall.naver.com(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수사 9단> comicmall.naver.com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