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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임순례, 건축가 최수연&홍재승 건축주는 개와 고양이

카라가 보호하는 유기견들과 함께한 최수연 대표와 임순례 감독, 홍재승 소장. (왼쪽부터) 추추(암컷, 5세 추정), 녹두(암컷, 2세), 여달(수컷, 3세 추정).

홍재승 소장과 최수연 대표가 공동 설계한 카라 동물복지센터 상상도.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설계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임순례는 지난 2009년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2년 설립한 카라는 생명 존중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인식 전환 캠페인, 동물 보호법 개정을 위한 연구와 제안,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 동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로선 이례적으로 자체 보호소가 없었다. 임순례 감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설립 초반만 해도 보호소를 운영하면 저희가 보유한 인력과 재원의 대부분을 유기 동물의 구조와 입양에 써야 했습니다.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가 유기되는데, 그중 일부를 입양하는 데 단체의 힘을 모두 쓰는 것보다는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동안 구조한 유기 동물을 외부 보호소에 위탁하는 비용 부담이 커졌고, 설립 당시 5백 명에 불과하던 정기후원자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임순례 감독을 비롯한 카라의 동물 보호 활동가들은 회의 끝에 경기도 파주에 동물 복지센터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기 동물을 잠시 맡아 보호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하는 기존 동물 보호소 역할을 넘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반려동 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입양’ 문화를 알 리는 열린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

개와 고양이가 건축주인, 전에 없던 개념의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건축가 홍재승(메조 파트너스 건축사 사무소 소장)과 최수연(건축사 사무소 플랫/폼 대표)이 맡았다. 홍재승 소장이 작년 5월 카라를 통해 유기견 ‘조조’를 입양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임순례 감독은 금전적 보상이 거의 없다시피 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열과 성을 다한 건축가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제 발로 불구덩이에 걸어 들어온 셈”이라는 멋쩍은 농담으로 표현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고 진지하다. 함께 설계해 호평받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등 홍 소장과 여러 공동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최수연 대표에게 이 프로젝트는 규모를 떠나 건축가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로 건축할 파주동물복지센터에는 개와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 60% 이상이고, 건물 옥상과 중정, 야외 공간 역시 동물의 산책로로 활용한다. 여든 개의 견사와 묘사 열여섯 개에 1백50마리 개와 50마리 고양이를 수용하고, 동물 병원과 반려동물 카페, 학생과 어린이를 위한 동물 체험ㆍ교육 시설도 갖출 계획. 동물의 배설물을 퇴비화하는 시설 설치도 고려 중이다.

지역 주민과의 공청회와 건축 인허가는 마무리 단계. 2018년 중으로 착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건축에 필요한 비용. 전례 없는 프로젝트라 정확한 시공비를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가예산으로 30억 원을 책정했고, 모금 목표액도 그와 같다. 카라는 견사와 묘사에 후원자의 이름을 붙이거나, 센터에서 관리하는 동물의 대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금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국내에선 전무후무한 공간이 탄생할 것이다. 상처받은 개와 고양이가 쾌적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회복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곳, 생명의 가치를 배우고 존중하는 곳. 카라 파주동물복지센터는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동물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카라 파주동물복지센터 건립 프로젝트

목표 모금액
카라 파주동물복지센터 시공비 30억 원. 견사와 묘사에 후원자 이름을 표기하고, 대부모 제도를 실사하는 등 다양한 모금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다.

동물을 위한 시설
견사 여든 개, 묘사 열여섯 개, 동물 병원, 반려동물 카페, 어린이ㆍ학생ㆍ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동물 체험 교육장.

수용 개체
개 1백50마리, 고양이 50마리. 각 입주 동물의 습성에 맞는 최적의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지 면적
파주 법원읍 금곡리 4069m2 규모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로 짓는다. 건물 연면적은 약 1828m2.


참여 방법 카라 웹사이트(www.ekara.org)를 통해 정기 후원(최소 금액 1만 원 이상) 또는 일시 후원 문의 02-3482-0999

글 정규영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