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생태공원에 설치한 문병탁 작가의 작품 ‘회귀回歸: 코끼리’.
공간 디자이너 박재우의 작품 ‘자연을 품다, CAGE’.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 있는 흙길을 거닐면 수백 마리 나비가 날아오르고, 물안개 핀 물가에 학이 노닌다. 빼곡한 초록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불빛 한 줄기 없이 캄캄한 밤에는 수천수만의 별이 쏟아질 듯 빛난다. 조선 초기의 시인 홍여방은 청송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묘사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울창창한데 안개와 노을은 어둠침침하게 잠겨 있 어 맑고 그윽하니 이곳이 동학洞壑이며 선경仙境이로다.”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청송의 자연을 배경으로 지난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청송포레스트아트 2017이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국내외 작가와 디자이너 여덟 팀이 ‘자연에 순응하는 예술’이라는 주제로 자연 조형예술 작품을 설치한 곳은 부동면 지리 송강생태공원.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주왕산이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한쪽으로 맑은 용전천이 흐르는 널찍한 평지에 대규모 조형 작품들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서 있다. 이곳에 설치된 조형 작품들은 자연과 교감하고 순환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갈 것이다. 31번 국도변에 자리한 목계솔밭에는 나무 사이사이에 수십 개의 흰 풍선을 매달았다. 풍선 안에 전구를 설치해 밤이 되면 휘영청 밝게 빛나는 모습이 솔밭 속으로 보름달 여럿이 내려앉은 것 같기도 했다. 청송군은 행사 기간 내 매일 2~3회 내추럴 아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문화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자연 조형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 다이닝 ‘숲속식당’에 참여한 김단 셰프가 송어와 감, 사과 등 청송의 식재료로 바비큐를 만들고 있다.
디자이너 정소이의 작품 ‘파랑새(Blue Bird)’.새장 형태의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미러 아크릴로 만든 새가 하늘을 푸르게 비춘다.
객주문학관 뒤뜰에 짚으로 앉을 자리를 마련한 공연장.
청송의 대표 특산품, 제철 사과의 향기가 아찔할 정도로 상큼하다.
소설가 김주영의 고향인 진보면 진안리에 자리한 객주문학관에서는 더스틴 웨사, 김단, 손성수 등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청송 로컬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소셜 다이닝 ‘숲속식당’, 지역의 음식을 시식하는 ‘맛워크숍’, 자연 재료로 공예품을 만드는 ‘숲속공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곳을 찾은 주민과 관광객은 짚을 네모나게 뭉쳐 만든 의자에 앉아 공연과 로컬 푸드 등 청송의 맛과 멋을 만끽했다. 아이들은 지질해설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공룡 뼈 발굴 체험을 하며 청송의 역사와 생태를 알아갔다. 해가 진 후엔 소나무 숲에 매단 전구들이 공간을 밝히며 은은한 빛으로 운치를 더했다.
청송군은 앞으로 2년에 한 번씩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외 아티스트와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아티스트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조형예술 작품을 청송 곳곳에 늘려갈 계획. 청정한 자연에서 기르고 수확하는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소셜 다이닝과 맛워크숍 등 미식 관련 행사도 더욱 확대, 보강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 지역에 불어넣는 새로운 활기! 청송포레스트아트 2017은 청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의미 있는 시작점이다.
- 청송의 미래를 여는 맛과 멋 자연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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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문학관, 송강생태공원, 목계솔밭 등 청송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시설을 배경으로 펼쳐진 청송포레스트아트 2017, 그 닷새 간의 기록.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