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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막걸리, 발효하는 건축 건축가, 복순도가 대표 김민규

“건축가이자 복순도가 대표인 김민규는 진정한 좋은 것을 알고 실천하는 행동가입니다. ‘발효 건축’이라는 분명한 건축 철학 아래 복순도가 양조장을 설계하고,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지은 복순도가 손막걸리 브랜드를 고급화, 현대화했습니다. 도시와 농촌을,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고 새롭게 조합합니다.” _ 윤광준(사진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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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빚은 전통 손 막걸리를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막걸리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복순도가 김민규 대표. 맛 좋은 술을 만드는 발효가 공간과 생활 역시 이롭게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발효 건축’ 이야기.

건축가인가, 양조장 대표인가?
그렇게 묻는 사람이 많다. 미국과 유럽에서 10년 넘게 건축을 공부했지만, 고향에 돌아와 가업을 도우면서 건축관이 비로소 명확해졌다. 쌀과 누룩을 발효해 맛 좋은 술을 만드는 것처럼, 공간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꾸는 일을 ‘발효 건축’이라고 이름 붙였다. 건축과 술 빚는 일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고, 둘이 결합해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발효 건축에 대해 더 알고 싶다.
화학적으로 발효와 부패 사이엔 거의 차이가 없다. 물성이 인간에게 이롭게 바뀌면 발효고 그렇지 않으면 부패인 것. 공간뿐 아니라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와 그 대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드는 과정을 모두 발효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막걸리는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을 줄까?
농촌의 여러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쌀이 남아도는 것이다. 식생활이 바뀌며 사람들이 전처럼 쌀을 소비하지 않지만, 농촌엔 여전히 대부분 쌀농사를 짓는다. 복순도가의 1L짜리 손 막걸리 한 병엔 쌀 100g과 누룩 20g이 들어간다. 술도가가 농촌에 들어가 그곳 사람들이 지역 농산물로 술을 만들면 농촌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 사람들은?
막걸리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모님은 평생 시골에 살았다. 하지만 술을 빚었기에 여러 지역에서 찾아오는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자꾸 해외로 눈을 돌리는데, 우리에게도 좋은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도시에 좋은 것이 농촌에 없고, 농촌에 좋은 것이 도시에 없다. 둘을 연결하고 잘 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복순도가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만든 콘텐츠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얼마 전 부산 수영구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 F1963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시골에서 담근 장과 젓갈, 어머니의 레시피를 활용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한 젊은 셰프가 막걸리와 어울리는 음식을 모던하게 만들어낸다. 이 역시 복순도가가 이제껏 해온 일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글 정규영 기자 사진 김동오 스타일링 임지윤 취재 협조 복순도가 F1963(051-757-2963)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