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내부를 레노베이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전경. 지난 10년간 이곳 쇼윈도를 장식해온 아티스트 4인의 작품을 재구성해 선보였으며, 윈도 디스플레이는 8월 중순까지 진행한다. ©Masao Nishikawa
“1927년, 포부르 생토노레 24번가의 작은 건물이 변신했다. 두 층을 증축하고 테라스를 지었으며, 쇼윈도가 생겨났다. 장갑 판매원이던 디자이너 아니 보멜Annie Beaumel은 그만의 예술적 감각으로 윈도를 우아하고 재치 있는 작은 극장으로 변신시켰다. 파리에서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물건들로 그녀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_2017 도시에르dossier 中
2017년 5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멋쟁이 신사들이 접근하기 편리하도록 남성복 매장의 수를 늘리고 여성복 매장보다 아래층에 배치한 밀라노의 백화점처럼, 기존 남성 컬렉션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고 인테리어도 훨씬 근사하게 바꾸었다. 2006년, 파리 포부르와 뉴욕 메디슨, 동경 긴자에 이어 네 번째로 문을 연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본래 한국의 전통 가옥처럼 마당을 두고 비움과 채움이 균형을 이루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금빛 테두리를 두른 유리큐브는 지난 10년간 풍부한 오브제와 열여섯 개 군의 제품을 소개하며, 에르메스의 장인 정신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레노베이션은 처음 이곳을 설계한 파리 르나 뒤마 건축사무소의 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Denis Montel이 맡았다.
집처럼 따스한 분위기를 담다
드니 몽텔은 에르메스 컬렉션이 돋보이면서도 ‘집’을 뜻하는 메종에 걸맞게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쇼룸을 꾸미는 데 주력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층별 구성이다. 1층은 실크 컬렉션과 남성 컬렉션, 시계와 주얼리, 향수로 구성했다. 바닥에는 에르메스 상징인 엑스 리브리스 로고를 감싸는 기하학적 모자이크 패턴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고, 실크 스카프를 건 체리우드 격자무늬 프레임을 개방형 파티션으로 활용했다. 옅은 그레이빛을 띠는 화산암 소재의 벽면과 호피 무늬 대리석 상판은 공간에 은은함을 더한다. 2층은 여성 컬렉션과 가죽 제품으로 구성했으며, 후문을 통한 전용 입구와 엘리베이터가 바로 연결되는 VIP 라운지가 있다. 부드러운 핑크 베이지색의 스투코 소재 벽면, 로즈색 대리석 테이블, 헤이즐넛색의 가죽 노트와 새들 브라운 컬러의 카펫은 따스한 색감으로 공간에 무드를 더해준다. 오크 파케이parquet(쪽모이 시공한 마루)로 마감한 바닥은 한국의 전통 무늬를 따른 것. 가죽 소재의 안락의자와 소파가 놓인 이곳은 1층보다 훨씬 프라이빗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가죽 컬렉션을 선보이는 2층에 다양한 가방이 진열돼 있다. 부드러운 핑크 베이지색의 스투코 소재 벽면이 고급스러운 무드를 자아낸다.
남성 컬렉션을 1층으로 이동해 남성 고객도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3층은 리빙룸과 다이닝룸을 꾸며 실제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에서 집중적으로 홈 컬렉션을 선보인다. 거실에는 낮고 넓은 셀리에Sellier 소파 주위로 프랑스 디자이너 노에 뒤쇼푸르Noe Duchaufour의 컬렉션과 다양한 소가구, 오브제가 놓여 있고, 다이닝룸에는 테이블 위에 자연주의자이자 화가인 로베르 달레Robert Dallet의 카르네 데콰트르 컬렉션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테라스를 지나면 천장에 설치한 양혜규 작가의 ‘솔 르윗 뒤집기’가 압도한다. 미니멀리즘의 거장 솔 르윗의 입방체 구조물에서 차용한 것으로, 비어 있는 정육면체에 베니션 블라인드를 추가해 그만의 시선을 담았다. 이뿐 아니다. 에르메스 매장 곳곳에서는 아티스트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소문난 컬렉터인 에밀 에르메스의 수집품도 볼 수 있다.
중정에 설치한 김윤하 작가의 작품. 그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과거에서 특정 키워드를 포착하고, 일상 사물을 조합해서 ‘예쁜 쓰레기’와 ‘명예로운 기념품’ 사이 어디쯤을 맴도는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공예의 아름다움을 담은 블루 다이여 시리즈와 생 루이 옥시모어 와인잔.
쇼윈도 사이 작은 창은 잭슨 홍의 아트워크로 꾸몄다.
3층 홈 컬렉션 존의 리빙룸. 낮고 넓은 셀리에 소파를 중심으로 라운지처럼 꾸몄다.
3층에 설치한 양혜규 작가의 ‘솔 르윗 뒤집기’ 작품.
예술 산책을 떠나다
1년 3백65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에르메스 쇼윈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쇼윈도는 레노베이션을 기념해 특별하게 선보였다. 지난 10년간 함께 쇼윈도를 꾸며온 아티스트 4인 플라잉시티, 배영환, 지니 서, 잭슨 홍 작가의 옛 작업을 엄선해 재구성한 것. 플라잉시티와 배영환은 2007년 테마인 ‘춤’을 정반대 시각으로 표현했고, 지니서 는 2013년 테마인 ‘스포츠’에 맞춰 ‘플레잉 필드 일루Playing Field Ilru’를 각색해 스포츠의 유희적 측면을 담았다. 거대한 공룡이 도심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유쾌하게 행진하는 듯한 윈도는 잭슨 홍의 작품. 그는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2014)의 해에 설치한 ‘에르메사우르스Hermesaurs’로 도산공원 앞을 경쾌하게 물들였다. 개성 일색인 네 개의 쇼윈도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특별한 여정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지하에는 380㎡ 규모의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있다. 본래 3층에 있었지만, 사람들이 전시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2014년에 매장과 동선을 분리해 지하로 옮긴 것.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예술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삶으로서 예술을 제안하는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에 동참하고, 이들의 실험적이고 역동적 예술 활동을 지원하며, 예술적 가치를 전파하는 현대미술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지난 10년간 진행한 전시에 경의를 표하는 젊은 국내 예술가 6인의 작품으로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O philoi, oudeis philos)> 전시를 진행 중이다. 젊은 작가 여섯 명이 마치 ‘친구’를 부르듯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과거를 소환해 자신의 현재와 대면시키고, 이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서로의 미래라는 또 다른 ‘친구’에 투영하는 구조로 펼쳐진다. 중정에 설치한 김민애 작가의 작업 ‘파사드’는 지난 전시의 보도 자료와 도록, 리뷰에서 뽑아낸 다양한 키워드를 담은 벽이자 통로를 세워 불안감을 야기하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람객을 전시장으로 안내한다. 박길종 작가는 ‘내 친구의 친구들은 내 친구들이다’를 통해 지난 시간 작가들이 구현한 방식, 재료를 재해석한 작업을 보여주는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풍성하게 채웠다. 개성과 위트를 담은 쇼윈도는 8월 15일까지,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전은 7월 23일까지 진행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찾아봐도 좋겠다.
Interview 르나 뒤마 건축사무소 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
넓게 트인 부티크에서 자연의 빛을 즐겨볼 것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훨씬 넓고 개방적이며, 아름답게 레노베이션한 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 에르메스 부티크 건축을 총괄하는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빛을 활용한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레노베이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 서 눈여겨볼 점은?
공간 구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14년에 3층 공간을 홈 컬렉션으로 꾸미고, 에르메스 아뜰리에를 지하 1층으로 옮기면서 일부 레노베이션을 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1층과 2층의 남성, 여성 컬렉션을 교체하면서 레노베이션을 완성했다. 2006년에 오픈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방법은 나날이 발전하기에 새로운 컬렉션이 출시되면 그에 맞춰 메종 분위기와 디스플레이를 다양하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좀 더 제품과 잘 어우러지는 기능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성 컬렉션이 1층으로 이동한 점이 인상 깊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레노베이션을 진행할 때 제품군을 배치하는 것은 매장 디렉터와 에르메스 직원들이 도면을 보고, 최상의 제품 콤비네이션을 찾기 위해 회의를 하며 결정한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남성복 매장을 1층으로 이동한 이유 중 첫째는, 이전과 다르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고객에게 새로운 매장에 온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1층에 남성 유니버스를 선보이면서 남성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레노베이션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더욱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 넓어진 공간 그리고 빌딩 사이로 투영되는 아름다운 빛을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았다. 특히 유리 큐브와 중정을 통해 들어와 사방으로 퍼지는 자연광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통해 건축물과 메종 인테리어의 연결성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두번째 메종 도산은 한층 더 개방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에르메스와 협업한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파리에 있는 에르메스 사무실을 다수 디자인했다. 그중, 팡탕에 위치한 라 시테 데 메티에La Cite des Metiers 건물이 주요 프로젝트였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2만 8천 스퀘어미터 규모의 부지에 레스토랑, 보육원, 헬스 클럽, 창고가 완비된 많은 워크숍과 사무실을 짓는 것으로, 2014년 최고의 프랑스 건축 프로젝트인 ‘에케르 다르장Equerre d’argent’을 수상했다.
개성 있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보니 글로벌 도시의 에르메스 부티 크도 궁금하다.
세계 곳곳에 있는 에르메스 매장은 각각 특징이 있지만, ‘에르메스에 방문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라믹 모자이크와 그레크Grecques 조명등(1925년 디자인), 옛날 책에서 사용 한 엑스 리브리스Ex-libris 표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그림이 철제 프레임에 걸려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파트너로서 에르메스의 아름다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창의성, 타협하지 않는 엄격함. 에르메스의 아름다움은 쉽게 표현할 수 없고, 예측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매우 인간적이고 창의성이 뛰어나며, 아름다운 동시에 추억과 감정을 모두 지닌다.
-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럭셔리, 예술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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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롭게 오픈했다. 층을 재구성하고 정비하면서 문화와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 메종 에르메스의 두 번째 시작 속으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