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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에코 이슈 깨끗한 바다를 위하여
지구 전체 면적의 70%를 이루는 바다는 인류에게 식수를 공급할 뿐 아니라,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지구 생태의 아주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다가 병들어가고 있다. 현재 바다를 떠도는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

2016년 현재 바다에는 1억 6천5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태평양 상에서 한반도 몇 배 크기의 거대한 부유 쓰레기지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보다 플라스틱 개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닐, 합성수지, 플라스틱 등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를 쓴다.

최근 한국에 번역 출간된 책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은 2009년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Plastic Planet)>을 본 이후부터 ‘플라스틱 없이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 또 이 영화의 감독 베르너 보테Werner Boote는 “플라스틱이 환경과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위협적인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플라스틱 이슈는 ‘마이크로비즈’라고 불리는 5mm 미만의 고체 플라스틱에 관한 것이다. 마이크로비즈는 치약, 스크럽, 세제, 화장품 등에 쓰는데, 상하수도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하천을 지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이에 마이크로비즈와 관련한 규제 법제화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미국이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Microbead-Free Waters Act of 2015)’을 통과 시켰고, 최근 캐나다와 영국ㆍ호주ㆍ대만 정부도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럽 5개국 또한 EU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마이크로비즈 규제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 9월 29일 행정 예고했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화장품 제조·판매업자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을 제조·수입할 수 없으며, 2018년 7월부터는 기존 화장품 판매도 금지한다.

1백 년 전, 플라스틱을 발명함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천연 재료에 비해 성형이 자유로운 데다 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재 자체의 분해되지 않는 물성, 제조 과정에서 제품의 가공성과 기능성 확대를 위해 투여하는 경화제, 촉매제, 중합제, 가소제, 착색제 등 각종 첨가물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은 물론 바다 생태계에 가져올 끔찍한 악영향에 대해 외면할 수 없다.

2013년 18세 나이에 ‘디 오션 클린-업’을 설립한 네덜란드 청년 보이안 슬랏.디 오션 클린-업은 네덜란드 델프트에 헤드쿼터를 두고 있다. 
바다를 향해 뛰어든 18세 소년, 디 오션 클린-업
지구의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설립한 ‘디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은 2013년 네덜란드의 18세 소년 보이안 슬랏Boyan Slat이 만들었다. 그는 2012년 테드 강연 출연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과학자, 엔지니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2013년 네덜란드 델프트Delft에 디 오션 클린-업을 출범했는데, 50명의 엔지니어와 연구원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다 생태 조직으로 거듭나 2014년에는 유엔환경계획 지구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보이안은 ‘5년 안에 바다 쓰레기를 모두 청소하는 법’을 고안해 발표하며 세계 언론과 학회의 큰 관심을 받았는데, 물에 뜨는 거치대를 플랫폼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쓰레기통’이 바로 그것이다.

디 오션 클린-업이 태평양 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방법으로 고안한 물에 뜨는 거치대. 이를 플랫폼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빨아들인다. 
지난 10월 3일,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첫 항공 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태평양 쓰레기 섬에 30척의 배를 띄워 ‘플라스틱 오염 지도’를 만드는 거대한 탐사(Mega Expedition)를, 지난 6월에는 북해 프로토타입(Nor th Sea prototype)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깡통으로 바다 쓰레기를 걷어 올리다, 시빈 프로젝트
지중해의 섬 팔마Palma에서 서핑을 즐기며 살아가던 호주 출신 두 청년 앤드루 터턴Andrew Turton과 피트 세글린스키Pete Ceglinski. 두 사람은 관광객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척으로 오염되어가는 지중해를 보고 ‘시빈 프로젝트Seabin Project’를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활동하는 이들은 항구의 선착장이나 방파제 등에 직접 만든 시빈을 설치하고, 그 통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될 때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도 같이 수거한다. 지금까지 바다 생물이 쓰레기와 함께 유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거름망을 끌어 올려 쓰레기를 처리하면 끝이기에 방법도 간단한 것이 특징. “우리의 미션은 단 하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과 바다의 쓰레기를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앤드루와 피트는 최근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머물며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많은 이와 공유하고 있다.

바다거북도 먹을 수 있는 식스팩 링, 솔트워터 브루어리
미국 플로리다의 작은 맥주 회사 ‘솔트워터 브루어리’는 광고 회사 ‘위빌리버스Webelievers’와 손잡고 최초의 생분해성 식스팩 링을 개발했다. 식스팩 링은 여섯 개들이 음료 한 묶음을 일컫는 식스팩을 연결하는 링을 말한다. 보통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드는 식스팩 링을 맥주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보리와 밀 잔여물로 만든 것. ‘바다거북도 먹을 수 있는 식스팩 링’이라는 홍보 동영상으로 대형 맥주 회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자. 주방과 욕실에서 사용하는 세제 용기,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료품 포장지, 아이 장난감,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텀블러조차도 플라스틱 소재인 경우가 많다. 치약과 화장품, 세탁 세제의 경우 제품 하나당 많게는 무려 36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유기농 제품 구입하기, 세제 덜 쓰기,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가공식품 덜 먹기 등 나와 가족의 건강은 물론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일상 속에서 의식적 실천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조금씩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지구 반대편 바다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당신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제공 The Ocean Clean-Up

글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