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 지역 공예 이야기
강화 완초 공예
완초는 우리나라 특유의 공예 작물로서 특히 경기도 강화도와 교동 도의 순백색 완초가 예로부터 유명했다. 완초 공예품은 완초를 쪼갠 줄기와 속을 꼬아 만든 화문석과 화방석, 삼합이 대표 상품. 특히 강화도의 완초 공예품은 고려·조선 왕실에서 주로 사용하면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외국과의 중요한 교역품으로 활용했다. 조선 왕실에서는 화문석의 도안을 특수하게 제작하라는 명을 내릴 정도로 그 우수성을 높이 샀으며, 덕분에 민가에서도 화문석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현대로 오며 완초가 다량 수입되면서 이제는 강화도의 완초 재배 면적이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의미로 완초 공예가들은 강화 화문석문화관을 중심으로 협력하며 다양한 전시에 참여해왔다. 문의 강화 화문석문화관(032-930-7060)
서울・경기 매듭
한민족은 먼 옛날부터 장식 수단으로 독자적인 맺는 기법을 익혀왔다. 역사를 거듭하면서 맺는 기법은 전통 매듭으로 민속 공예의 한 분야를 이루게 되었고, 궁중 예식과 실내장식, 국악기 장식, 노리개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장식 매듭으로 애용해왔다. 여인의 지혜와 정교한 예술성, 한민족의 격조 높았던 생활과 멋을 엿볼 수 있는 매듭 공예는 전국에 퍼져 있었지만 왕가와 사대부가 모인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성행했다. 개화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때 명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현재 대를 이은 기능 보유자인 중요무형문화재(최은순・김희진 장인)와 매듭 기능 전승자(심영미)가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문의 북촌문화센터(02-2133-1371), 동림매듭공방(02-3673-2778)
가평 한지
한지의 재료는 닥나무 껍질이다. 닥나무는 추수 끝나고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생을 거둬 쓴다. 가평은 경기도 중요무형문화재 지장 장용훈 선생을 시작으로 4대째 맥을 잇는 한지 생산지다. 1970년 대 한지 수요가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맞게 되자, 닥나무 생산지인 경기도 가평으로 이주해 전통 방식 그대로 한지를 만들고 있다. 닥나무는 중국, 베트남, 태국, 일본에서도 생산하지만 한국 닥나무는 광택이 좋고, 섬유장의 길이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섬유장이 길수록 강도가 높고 노화 되는 시간이 늦어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것. 화학 첨가물이나 인위적으로 탈색하는 과정 없이 자연 재료 그대로 만들었다는 장점으로 의류함, 식품 보관함 같은 공예품은 물론 벽지와 벽 장식, 의복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문의 장지방(031-581-0457)
원주 옻칠
원주는 국내 최대의 옻나무 주산지로 옻칠을 좌우하는 옻산 우르시올의 함량이 많아 국제적으로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196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칠기장인 故 김봉룡 선생을 시작으로 무형문화재 심부길, 천상원 선생 등 경남 통영에서 활동하던 옻칠공예계의 거장을 비롯해 전용복 선생까지 원주에서 작업하면서 통영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옻칠공예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지난 2월 문화재청은 김봉룡 선생이 원주에 옻칠공예와 나전칠기를 도입한 시발점이 된 ‘옻칠주식회사’ 건물을 매입, 김봉룡 선생 기념관을 비롯해 전수교육관, 원주옻문화역사홍보관 등을 갖추어 옻칠 문화 창작과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옻칠기공예관에서는 옻칠 공예품을 비롯한 생활 옻칠기와 옻칠기 제작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전통 방식 그대로 일곱 번 이상 도장한 원주 옻칠 공예품은 광택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문의 옻칠기공예관(033-732-5727)
안성 유기
안성 유기는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견고하고 정교해 전국 에서 유명했다. 이천의 쌀과 함께 궁궐의 진상품이나 불상·종 등의 불교용품 또는 가정의 생활용품으로 널리 쓰였으나,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이나 도자가 대중화되면서 사양길에 들어섰다. 다만, 안성 유기는 놋쇠를 두들겨 만드는 방짜 기법과 주물 제작 기법을 통용해 현재까지 유기 산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77 호 김수영 유기장이 전통 유기 제작을 계승하고 있다. 보온 효과가 뛰어나고 식중독균등 유해 세균을 억제하는 성분과 일정 부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으로 젊은 디자이너나 공예가들이 제품 디자인에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문의 안성마춤 유기공방 (031-675-2590)
한산 모시
예부터 충남 서천군 한산 지역의 토양이 비옥하고 여름 평균 기온이 높으며 해풍으로 습해 다른 지역에 비해 모시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그래서 한산 모시는 품질이 우수하고 섬세해 모시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한산 모시 짜기는 여성이 이끄는 가내 작업 형태로 전수되는데,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방연옥 기능 보유자가 후대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현재 충청남도 전체 모시 생산량 중 한산 지방의 1백57명이 생산하는 것만 한산 모시로 인증 받는다. 문의 한산모시관(041-951- 4100), 사단법인 한산모시조합(041-951-8479)
전주 조선 한식 가구
호남 지방은 예부터 소목 제작 기술이 발달해 전주, 나주, 화순 지역의 목가구가 유명했다. 특히 전주 지역의 목가구가 뛰어났는데, 이는 조선 왕조를 창업한 전주 이씨의 고향이자 경제력 있는 양반들이 모여 살면서 안방과 사랑방을 장식하는 목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목가구 제작에 쓰이는 참죽나무가 전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조선 한식 가구 중에서도 꽃이라 불리는 전주장은 제작 기법이 특수한 고급 가구로, 조선시대 후기에 명맥이 끊겼다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소병진 명장을 중심으로 복원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 그 원형을 만날 수 있다. 문의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063-281-1500), 전주역사박물관(063-228-6485)
전주 한지
고려시대부터 외교 문서와 임금에게 올리는 대부분의 문서는 전주 한지로 만들었으며, 현재도 생산량이 전국의 70~80%에 달한다. 전주천의 깨끗한 물과 좋은 닥나무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 등으로 조건과 제조 기술을 겸비해 예부터 한지가 크게 발전했다. 전주 한지는 지질이 부드럽고 빛깔이 은은해 물감이나 무늬를 그려 넣기 좋다. 또 내구성이 강해 잘 찢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양산지와 수제지 두 가지로 제작하며, 양산지의 경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문의 한지산업지원센터(063-281-1530), 전주한지박물관(063-210-8103), 천양제지(063-284-2548)
담양 죽공예
담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대나무다. 특히 담양산 대나무는 단단함과 탄력성 등 품질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담양에서 대나무 공예를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로, 전통 공예품인 참빗의 기록이 <추성지>에 남아 있다. 본격적으로 대나무 공예품이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전후, 수공이긴 하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때다. 휘어서 만들면 광주리와 상자가 되고 가늘게 쪼개어 엮으면 문에 쓰는 발이 된다. 잘라서 짜면 마루에 사용하는 자리가 되고 떡을 만들 때 댓잎으로 싼다든가 동치미 항아리에 댓잎을 띄우고 죽염을 만드는 등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소재. 대나무를 활용한 공예 분야 중에서도 ‘채상’은 대나무를 종처럼 얇고 가늘게 켠 뒤 염색해 무늬를 넣어 겉을 짜거나 겉대와 속대의 색상이 다름이용해 염색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짜서 무늬가 은은히 비치게 하여 만든 상자나 바구니를 말한다. 궁중과 귀족 계층의 여성 가구로서 귀하게 여기던 고급 공예품으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서한규 선생과 딸 서신정 전수자가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문의 한국대나무박물관 (www.damyang.go.kr/museum), 채상장전수관(죽녹원 내, 061-380-2680)
곡성 낙죽장도
낙죽장도는 대나무로 만든 칼집과 칼자루에 불에 달군 인두로 글을 새겨 장식한 칼이다. 낙죽장도가 지닌 매력은 칼집과 칼자루에 평소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이 담긴 글을 새겨 넣었다는 점이다(보통 낙죽 기법으로 만드는 공예의 경우 구름, 산수, 사슴, 매화 등 그림을 새겨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낙죽장도에 사용하는 대나무는 껍질에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 분죽을 사용하는데 인공으로 키운 것이 아니라 자생하는 대나무밭에서 자란 것이어야 한다. 대나무는 3~4년생을 채취해 종류별, 길이별, 굵기별로 추려 6개월 정도 뒤집어가며 말린다. 낙죽장도는 15~20cm 내외가 가장 일반 적인데, 이때 대나무 마디가 일곱 개인 것이 가장 좋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故 한병문 선생과 그의 아들이자 전수 조교인 한상봉 선생이 맥을 잇고 있다. 곡성 낙죽장도 전수교육관에 낙죽장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과 중요무형문화재 장도장의 공방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낙죽장도 전수교육관(061-362-3900)
나주 천연 염색
천연 염색의 최적지로 꼽혀온 나주는 영산강과 서해가 만나며 쪽과 뽕나무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기능 보유자(윤변운 선생, 정관채 선생)를 나주에서 배출한 것도 이때문이다. 염색장은 쪽 염색을 하는 장인을 칭하는데, 쪽 염색은 다른 염색에 비해 염색과정이 매우 어렵고 까다로워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염색을 담당하는 장인이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분야. 합성섬유가 등장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때 중단되기도 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다시 계승, 재현하고 있다. 문의 한국천연염색박물관(061-335-0091)
안동 하회탈
하회탈은 나무를 깎고 조각해 만든 탈이다. 일반 평민들 사이에서 성행했으며, 당시 지배층인 양반 계층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지녔다.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원형이 남아 있고, 기능을 전수해온 계보가 없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안동의 김동표, 목조각장 이수자 김완배 장인이 그 맥을 잇고 있다. 나무 앞면에 눈, 눈썹, 코 등 얼굴 각 부위의 윤곽선을 그리고 끌로 깎아 탈의 형상을 완전하게 조각한 후 표면에 한지를 입히고 안료와 옻칠을 여러 번 채색해 완성한다. 웃는 표정, 화난 표정, 기분 좋은 표정 등을 탈 하나에 표현할 수 있으며, 이런 탈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탈 전문 박물관 ‘하회세계탈박물관’에서 3백여 종의 탈과 제작 과정, 탈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문의 하회세계탈박물관(www.mask.kr)
문경 한지
선조에게 물려받은 제조 기법을 그대로 고수해 전통 한지를 제작한다. 우리 땅에서 난 닥나무를 고집하는데, 닥나무 채취부터 껍질 벗기기, 찌기, 잿물로 씻어내기, 외발뜨기, 말리기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특히 외발뜨기만 고집하는데, 외발뜨기로 한지를 만들면 하루에 열두 시간을 꼬박 작업해도 4백 장 정도만 생산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다. 현재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3-나호로 지정된 김삼식 장인이 전통 제조법을 이어 삼식지소(문경전통한지)를 운영하며, 다양한 종류의 전통 한지를 생산한다. 문의 문경전통한지(054-571-2848)
청송 백자
청송 백자는 문경 백자와 함께 경북 지역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조선시대 생활 도자기다. 한동안 명맥이 끊긴 것을 청송 백자 기능 보유자 고만경 사기장이 전수자, 이수자와 함께 원형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흙 대신 도석이라는 돌을 빻아 만드는데, 보통 백자보다 얇고 가벼운 데다 희고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장식없이 심플한 형태에 코발트로 간단한 무늬를 넣어 지금 보아도 모던한 느낌이다. 2012년 기능 전승뿐 아니라 가마굴, 공방, 도석을 캔 광산 등을 원형대로 복원한 청송백자전수장을 세워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문의 청송백자전수장(053-873-7744
통영 나전칠기
나전칠기는 옻칠한 제품에 자개 조각을 여러 모양으로 붙여 장식한 것으로, 조개껍데기를 평평하게 가공해 옻칠한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귀한 재료로 여겨져 가치있는 물건에만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방습, 방열, 전자파 차단 효과 등이 있어 생활용품에도 많이 쓴다. 통영의 나전칠기는 문양과 색깔이 화려해 전국에서도 최고 품질을 인정받는다. 나전의 원료인 전복과 소라 등이 많이 생산되고 인근 내륙에서도 질 좋은 옻이 생산돼 나전칠기가 발달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해마다 10월 초에 나전칠기 역대 기능 보유자의 작품과 제작 과정, 재료 등을 전시해 관람하고 즐기는 통영나전칠기축제가 열린다. 문의 통영전통공예관(055-645-3266)
디자인 김홍숙, 전지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최익견 자료 조사 이인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