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 이상이 초래하는 문제들
출혈이 심하면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혈액 자체의 건강과 또 혈액이 흐르는 혈관, 그리고 전체적 순환 상태가 신체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의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체중의 약 8%를 차지하는 혈액에는 다양한 영양소와 산소, 수분 그리고 병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백혈구와 면역 물질이 들어 있다. 특히 백혈구는 혈액의 흐름에 따라 몸속을 돌면서 세균이나 이물질 등이 침입하지 않았는지 감시하고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혈류가 나쁘면 이러한 일을 신속하게 할 수 없어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고, 혈류가 좋으면 면역 시스템도 원활하게 가동되어 면역력이 높아진다.
자신의 혈류가 좋은지 나쁜지는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혈류가 나쁜 곳은 차갑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철 밖에 계속 서 있거나, 여름에 실내 에어컨을 강하게 켜놓은 채로 오랫동안 있으면 손발 끝이 차가워진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고 부위가 저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나 한 번쯤 직접 경험해봤을 법한 신체의 이상 신호다. 나아가 명치 부위가 차갑다면 위염이나 위궤양 등 위 건강을 의심해봐야 하고, 상복부에 비해 하복부가 차다면 생리 불순이나 자궁근종, 방광염에 자주 걸릴 수 있다. “암세포는 35.0℃의 저체온에서 가장 왕성하게 증식하며, 식도와 위, 대장, 폐, 자궁, 난소 등 속이 비어 있는 부위에 많이 생깁니다. 이는 세포가 적고 혈액의 흐름이나 발산열이 적으며 체온보다 온도가 낮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혈류가 좋으면 왜 건강해지는가>의 저자이자 일본에서 명의로 정평이 난 의학 박사 이시하라 유미의 의견이다. 실제로 몸속에서 온도가 높은 곳인 심장이나 비장, 소장에는 암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그 밖에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손발 저림부터 어깨 결림, 치질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하게는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우울증의 원인이 뇌의 혈류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혈액 건강은 40대 이후 나이가 들어서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든 병이 그러하듯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 혹시 평소에 두통이 심하고, 짜증ㆍ불안감ㆍ초조함이 지속되며, 불면증을 겪고, 어깨 결림이 있거나, 퍼런 멍이 잘 생기고, 소변 줄기가 힘이 없거나, 생리 불순, 치질, 변비, 하지 정맥류나 거미상 혈관종(확장된 혈관 주위에 거미 다리처럼 모세혈관이 드러나는 증상) 등을 겪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미 당신의 혈액은 건강 이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말겠지’ 혹은 ‘일시적 현상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지나치지 말기를. 혈액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신체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것부터니까!
“혈액은 나이가 들어서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혈액 건강은 면역력, 우울증
등과 관련이 깊을 정도로
신체의 다양한 이상 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빠르게 걷는 습관을 들이며,
일부로라도 ‘하하호호’ 웃어
행복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면
혈액이 한결 맑아져
유연하게 흐를 것이다.”
혈액 건강을 증진하는 다양한 방법
기본 중 기본은 혈류를 좋게 하는 것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어릴 적 체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아프면 엄마가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문질러주셨는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통증이 가라앉았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데 이는 실제로 손바닥의 온기로 몸을 따뜻하게 덥혀 혈류를 좋게 함으로써 혈액이 환부에 빨리 도착하게 만드는 근거 있는 치료였던 셈이다. 생리통을 심하게 겪을 때 핫 팩을 배에 얹고 있으면 좀 나아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또 혈류를 좋게 하려면 혈액의 통로인 혈관 상태가 중요하다. 혈압을 재면 혈관 나이를 대략 추측할 수 있다. 최고 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내보낼 때의 힘, 최저 혈압은 혈액을 내보낸 다음 심장이 확장했을 때의 힘으로, 한쪽이 너무 높아져도 혈관은 노화되어 딱딱해진다. 또 최고 혈압과 최저 혈압의 차이가 클수록 혈관의 노화가 진행되기 쉽다.
한편 혈액은 90%가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혈류는 체내 물의 흐름과 관련이 깊다. 운동이나 입욕 등을 한 후에는 몸이 따뜻해져 혈류가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땀도 나고 소변량도 많아지는데, 이것이 바로 물의 흐름이 좋은 상태다. 만약 혈류가 나빠지면 땀과 소변량이 줄어든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아무리 사우나나 찜질을 해도 땀이 나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혈액이 더러워져 끈적끈적해지면 혈류가 나빠진다. 흔히들 혈액의 점성을 낮추기 위해 물을 하루에 2리터 이상 마시는 게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섭취한 수분이 반드시 배설된다는 전제하에서 옳은 소리다. 혈류가 나빠 몸이 차가운 사람은 마신 만큼 충분히 배설하지 못하며,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수분이 폐포나 피부밑, 세포와 세포 사이에 쌓여서 혈류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 냉증을 경계해야 한다. 냉증은 주로 겨울에 나타나는 증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름에도 몸이 차가운 사람이 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보편적 현상인데, 이는 단지 에어컨을 과다하게 틀어놓기 때문만이 아니다. 교통과 편의 기기의 발달로 걷기와 육체노동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 또 과식을 하면 위장으로 혈액이 집중되는데, 이에 따라 열 생산량이 높은 골격근과 뇌, 심장 근육을 비롯해 위 이외의 기관이나 세포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저하되는 결과 체온이 떨어진다. 또 짠 음식이나 커피, 청량음료 등 몸을 차게 하는 음성 식품도 냉증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마지막으로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한몫한다. 혈관을 수축시켜 긴장과 흥분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이 작용하는 상태가 길어져 혈관의 수축이 지속되는 상태, 즉 혈류를 조절하는 자율신경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시작, 피에 좋은 생활 습관
일부러라도 소리 내어 웃자. 행복한 감정은 심장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웃으면 기쁨 에너지가 방출되어 심장의 긴장을 완화하고, 교감신경의 흥분도 가라앉혀 혈관 수축도 풀어진다. 실제로 웃을 때 많이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없애주는데, 다행히 억지로 웃을 때도 분비된다는 사실! 그러니 일부러라도 하하호호 웃는 습관을 들이면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뇌에 쌓여 있는 찌꺼기, 피를 걸러내고 목에 있는 경동맥으로 피를 올려 보내느라 애썼던 심장의 부담을 잠시라도 덜어줄 수 있다. 또 팔다리 정맥, 모세혈관에 쌓여 순환되지 못한 피를 온몸으로 순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없다면 누운 상태에서 온몸을 쟁기 모양으로 만드는 쟁기 자세도 도움이 된다.
놀랍게도 다크 초콜릿을 간식으로 먹으면 좋다. 초콜릿 중 카카오 성분이 약 60% 이상 함유된 것을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는데, 폴리페놀 성분이 혈관이 손상되지 않게 하는 항산화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독일의 한 대학 연구자는 다크 초콜릿을 매일 조금씩 먹으면 고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 식사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먹으
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하루 섭취량은 50g을 넘지 않도록 한다. 같은 맥락으로 폴리페놀이 많은 레드 와인도 적당량 섭취하면 건강에 득이 된다. 빠르게 걷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하반신 근육 증진에 효과적이기 때문. 실제로 걷는 속도가 1초당 1m만 더 빨라져도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밖에 지나친 과음과 흡연을 줄이고,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알 만한 지침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실천만 잘해도 건강은 물론 삶의 질이 호전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 혈액 오염도 측정하는 자가 검진 체크리스트
해당하는 항목이 15개 이상이면 혈액이 많이 탁해져 몸 구석구석에 질병을 만들고 있으므로 빨리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고, 10~14개이면 식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이 절실하다.
1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다.
2 눈이나 얼굴, 손발이 자주 붓는다.
3 수면 중 무호흡증이 있다.
4 코골이가 심하다.
5 얼굴이 검붉은 편이고 눈 주위에 다크서클이 있다.
6 피부가 갑자기 거칠어지고 검은색 반점이 얼굴, 목, 팔다리에 나타난다.
7 피부에 종기나 여드름이 자주 난다.
8 입술이 자두처럼 검붉은 편이고 자주 튼다.
9 손톱이 자주색이나 검은색을 띤다.
10 하지 정맥류가 형성되어 다리 전체가 무겁고 뻐근하게 아프다.
11 눈에 있는 핏줄이 잘 터져 반점이 생기고, 충혈이 잘 된다.
12 혀 주위에 검은 점들이 여러 군데 보인다.
13 손발이 심하게 저리고, 발바닥과 손바닥이 화끈거린다.
14 배꼽 주위가 항상 아프고 아랫배의 특정 부위가 쑤시고 아프다.
15 부딪치지 않아도 멍이 들거나 조금만 부딪쳐도 멍이 잘 든다.
16 머리, 허리, 엉덩이, 가슴, 옆구리, 팔다리 특정 부위가 계속해서 아프다.
17 근육이나 피부에 갑자기 덩어리가 생겨 불편하고, 외상 부위에 혹이 생겼다.
18 우울증이 심하다. 정기적으로 또는 가끔 우울하다.
19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지고 종합적인 판단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20 최근 자주 화가 난다.
21 유산한 적 있다.
22 출산 후 여기저기 아프고 찬 기운이 많아 몸이 시달린다.
23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통이 심하다.
일러스트레이션 허정은 참고 도서 <혈류가 좋으면 왜 건강해지는가> <혈액 대청소>
- 깨끗하게, 맑게, 건강하게 ! 혈액 건강 백서
-
인체 곳곳의 조직과 기관, 장기까지 산소와 수분, 각종 영양소를 운반해주는 혈액.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기능에 관여하기에, 막히거나 정체된 곳 없이 순환이 원활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과 방심한 태도 그리고 노화로 인해 혈류는 점점 느려지기 마련. 지금부터라도 혈액을 젊게 가꾸어야 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