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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포스터 박물관 MOVA 인쇄와 석판화의 연결 고리
50년 동안 뚝심 있게 ‘인쇄쟁이’를 고집해온 태신인팩 서명현 회장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취미로 확장해 공간으로 실현했다.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태신인팩 본사는 노란 건물에 핑크색 자동차가 통째로 박혀 있는 외벽이 인상적이다. 3층에 오르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벽지로 포인트를 준 문이 나타나면서 내부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식전주 모랭 키나를 홍보하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명현 회장. 18년 동안 모은 아트 포스터로 박물관을 개관해 많은 사람과 예술・문화를 나누길 소망한다.
이곳에는 1889년부터 1937년 사이에 만든 빈티지 포스터 1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포스터는 영어로 기둥을 뜻하는 포스트post에서 나온 말인데, 기둥에 벽보를 붙여 상품을 팔거나 행사를 알린 것에서 유래했다. 단순히 광고 수단이던 포스터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다. 석판 인쇄 술이 발달하자 다색 인쇄가 가능한 데다 한 판에 여러 번 인쇄할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차용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대중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인쇄를 주업으로 삼는 태신인팩에서 인쇄 문화의 시작을 알린 오리지널 석판화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설립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인쇄는 정보 전달뿐 아니라 예술이고 문화라는 생각이거든요.” 서명현 회장은 이곳에서 아트 작품뿐 아니라 인쇄 역사까지 경험할 수 있으며, 현대광고 산업의 시초이자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던 포스터 역할도 재조명할 수 있어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1 제품 광고 포스터를 전시한 제2전시장. 19세기 유럽 거리를 재현해 인테리어에 녹여냈다. 2 툴루즈 로트레크의 르 디방 자포네. 3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찰스&레이 임스 오리지널 의자와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스크린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중앙과 휴식 공간에 배치한 활자, 인쇄기, 가구, 소품은 모두 서 회장이 수집한 것이다.
19세기의 예술과 문화를 재현하다
약 496㎡(1백50평) 규모의 박물관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제일 먼저 미켈레 데 루키의 멤피스 조명등과 함께 MOVA(Museum of Vintage Poster Art)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찰스&레이 임스의 오리지널 빈티지 의자들이 색깔별로 줄지어 있는데, 그 의자에 앉아 빈티지 포스터가 한창이던 19세기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스크린 옆을 돌아보면 MOVA의 자랑이자 서 회장이 어렵게 손에 넣은 작품, 바로 툴루즈 로트레크Toulouse Lautrec의 ‘르 디방 자포네’를 마주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창에 석판화를 검색하면 석판화의 유래와 함께 등장하는 작품. 그림체가 단순하면서도 선명해 멀리서도 단박에 눈길을 잡아끄는 데다, 당시 인기 있던 일본 채색 목판화 우키요에의 전형적 특징인 단순함을 담아내 광고 포스터로서 매우 매혹적이다. 사실 르 디방 자포네는 1892년 파리 몽마르트르에 새로 문을 연 나이트클럽 겸 카페 이름으로, 쇼도 보고 식사도 즐길 수 있으며 밤새 음주 가무로 들썩이는 곳이었다. 르 디방 자포네는 프랑스어로 일본 의자라는 뜻인데, 그림 속에서 볼 수 있듯 당시 파리에서 유행이던 일본식 인테리어를 들여와 화선지를 바른 램프와 대나무 의자 등으로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 이곳의 인기 비결이었으리라. 제1전시장은 포스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쥘 세레Jules Cheret, 툴루즈 로트레크, 19세기 포스터를 대중화해 현재까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레오네토 카피엘로 Leonetto Cappiello 등 거장 세 명의 작품을 모았다. 이들은 포스터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들로, 포스터에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요소까지 담았다. 파리 거리 자체에 예술과 문화가 넘쳐흐르도록 주도한 것이다. 아트 포스터가 대중 예술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상업적 성격과 예술적 성격을 동시에 지니게 된 것도 당시의 영향이 크다.


아트 포스터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커피와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타센의 디자인 서적을 볼 수 있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이기도 하다. 
아트 포스터로 역사를 읽다
19세기 파리의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빈티지한 가로등과 벤치로 내부를 꾸민 제2전시장은 본격적으로 술, 스타킹, 과자 등 제품 광고 포스터를 볼 수 있다. 1922년에 만든 푸조 자전거 광고 포스터를 보면, 현재의 푸조 자동차가 설립 초창기에는 자전거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1914년에 만든 프랑스 리옹 ‘세계 실크 전시회 홍보 포스터’는 루이 15~16세 때 리옹의 실크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2전시장의 첫머리에는 레오네토 카피엘로가 만든 술 모랭 키나Maurin Quina의 홍보용 포스터가 초대형 사이즈로 걸려 있다. 높이 380cm인 이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종이 여러 장을 이어 붙인 부분이 보일 만큼 거대한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모랭 키나는 식전주 아페리티프aperitif로 레오네토 카피엘로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포스터예요. 저는 두 가지 크기로 갖고 있을 정도죠. 그는 주류 포스터에 악마와 지옥 이미지를 표현하곤 했는데, 이 작품의 녹색 악마는 벨 에포크 시대의 인기 음료인 압생트 Absinthe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할 만큼 인기였습니다. 결국 이 음료는 출시 후 프랑스 정부가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고 해요. 재미있죠?” 서 회장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작품을 설명했다. 마지막 공간은 빈티지 포스터와 관련한 아트 상품 숍과 타센의 디자인 서적을 볼 수 있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 겸 휴식 공간으로 구성했다. 서 회장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오리지널 포스터를 감상하면서 19세기 유럽의 일상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했다. 포스터가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인 만큼 그 시대의 생동감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감각과 감동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합니다. 독산동의 문화 예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면서 말이지요.”


MOVA에서 꼭 찾아봐야 할 아트 포스터
제품 광고, 전시 홍보 등 대중문화의 산물이자 상업미술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1백여 점의 오리지널 포스터 중 눈여겨볼 만한 작품 다섯 점을 꼽았다. 컬렉터가 직접 추천하는 MOVA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아트 포스터 5.

1 Advertisement for liquor Poncio Lupacchioli, 136×196cm, 1922 2 Performance Poster for La Nuitde l’Elegance, 71.5×104cm, 1935 3 Advertisement for Parapluie Revel, 125×207cm, 1922 4 Advertisement for La Jaunie, 91×141cm, 1920 5 Exposition poster for the Musee Grevin, 81×224cm, 1889 
1 아실 모장Achille Mauzan의 작품으로 폰치오 루파키올리 술을 광고하는 포스터다. 술을 마시면 내면의 평안을 느낄 수 있다는 듯 편안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서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
2 1935년 3월 20일 칸의 마르티네 호텔에서 열린 디너쇼 ‘우아한 밤’의 홍보 포스터. 달빛에 빛나는 여인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도록 메탈 프레임을 더했다. 에밀리오 빌라의 작품.
3 파라솔 브랜드 파라플뤼이-레벨의 우산 광고 포스터로 레오네토 카피엘로 작품이다. 얇은 철판에 부착한 실제 포스터를 조심스럽게 떼어 원본 그대로 유지했기에 양철의 독특한 질감을 볼 수 있다. 레벨의 실크 스타킹 광고 포스터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4 입안을 청량하게 만드는 봉봉 사탕 라 조니를 광고하는 포스터. 라 조니라는 이름은 노란색을 뜻한다. 유럽에서는 지금도 이 제품을 판매한다.
5 MOVA의 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쥘 세레의 작품이다. 유명 인사들의 왁스 마네킹 전시로 잘 알려진 그레뱅Grevin 뮤지엄의 전시 행사를 홍보하는 포스터다.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아두는 작품 중 하나다.


★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오리지널 빈티지 아트 포스터 박물관 MOVA에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아트 포스터의 재미와 의미를 느껴보세요. 전시 도록과 따뜻한 커피를 제공합니다.
일시 8월 25일 오후 2시
인원 10명
참가비 1만 원
장소 서울시 금천구 범안로 1121 태신인팩 본사 3층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www.homeliving.co.kr) ‘오픈 하우스’ 페이지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적어 신청해주세요.


문의 MOVA(070-4267-3384)

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