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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갤러리 개관전 사진가 한성필 <INNOCENCE> 멈춰진 시간 속으로

‘Observation’, chromogenic print, 150×215cm, 2015. ©한성필 
하늘, 산, 물, 바위가 함께 있다. 경계는 사라지고 그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풍경으로 눈 안에 담긴다. 산자락 아래로 물안개가 여름 이불처럼 살포시 덮여 있고 구름 한 점 없이 어두운 밤하늘엔 흰 모래알처럼 촘촘히 박힌 별들이 내려다본다. 눈 쌓인 주상절리는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 작품이다. 이 풍경 안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스몄을까.

태곳적 자연의 숭고함을 그대로 간직한 비경을 담은 사진의 주인공은 사진가 한성필이다. 오는 11월 20일까지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부에 위치한 연강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에서는 사진 11점, 영상 1점, 연천군의 새로운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특별 제작한 외부 파사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서술한 갈라파고스의 장소적 진화론이 증명하듯 고립은 새로운 차원의 발전을 이루어낸다. 연천에서 찾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 속에 숨어 있는 비경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Overlapping’, Façade Project, archival pigment print. ©한성필 

8월 13일까지 서울의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또 다른 개인전 <판타스마고리아 Fantasmagoria>에서도 파사드 작업을 만날 수 있는데, ‘환상’ ‘환영’ ‘변화불측한 광경’ 등을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야누스의 얼굴로 비유되는 도시의 이중성에 착안해 도시의 외피 안에 감춰진 이면과 민낯을 보여준다.

아득한 과거의 자연에서 현재의 도시가 있기까지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하루가 오갔을까. 한성필 작가의 사진 앞에서 한 번도 밟지 않은 순수의 땅, 자몽빛 노을이 선선하게 가라앉는 그 태곳적 풍경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다.


자료 제공 연강갤러리(02-2268-1973),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

글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