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바웃 해피니스> 저자 어맨다 탤벗Amanda Talbot <어바웃 해피니스>를 통해 한국 독자에게 많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2012년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라(Rethink: The way you live)>라는 책을 쓰며 전 세계를 여행했는데, 자연과 교감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고, 자급자족하며 노매드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을 통해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결국 인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행복해 지는 것! 그렇다면 행복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디자인이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없을까? <어바웃 해피니스>는 이런 생각들을 우리 주변의 사례를 통해 소개한 책이다.
Q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 리브룸Lee Broom, 스티븐 베일리Stephen Bayley 등 인터뷰이가 모두 쟁쟁한 인물이다. 인터뷰이는 어떻게 선정했나?
그들이 행복 전문가라든지, 혹은 유쾌한 디자인을 선보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다.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정직한 철학, 번뜩이는 열정, 비전 등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좋은 영감을 주리라 믿었고, 또 인터뷰를 하면서 나 역시 생각지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컨대 영국의 평론가 스티븐 베일리는 “어떤 한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이란 층위가 다른 매우 주관적 주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 역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식의 단정을 짓고 싶지는 않다.
Q 디자인 분야에서 ‘행복 디자인’ 다음으로,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이슈가 있다면?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했지만 오히려 35세 미만의 사람은 옛날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속에서 가족과 친구, 국가와 지역사회 등이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공간 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Q 당신의 집은 어떻게 꾸몄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집에서 외롭지 않나?
나는 남편, 반려견 히로Hiro와 함께 시드니에 있는 창고에 살고 있다. 우리 집은 늘 음악과 사람이 넘친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코르크로 만든 긴 식탁이 있어 늘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다이닝을 즐긴다. 남편 올리버 히스Oliver Heath는 ‘팜투테이블’에 관한 한 열정적인 요리사다. 거실 한쪽에는 그네도 있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그네에 앉아 있곤 한다. 친구들 역시 공원에서 놀이를 즐기듯 마티니 잔을 들고 그네를 탄다. 창조와 재미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집 한편에 디제이 부스도 꾸몄다. 컬러(아주 중요하다!) 는 전체적으로 그레이, 더티 핑크, 브리티시 그린과 오프 화이트를 적용해 집의 ‘쉼’ 기능을 강조했고, 게스트룸은 긍정의 아이콘 노란색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담았다.
Q 미래의 집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과학기술이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데는 동의하지만, 건강과 행복에 정비례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게 결국 그러한 이유 아닌가?
기술과 과학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방 법은 보다 창의적이고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인간 중심적 디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다. 자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에 목재, 돌, 리넨, 울 그리고 햇볕 등 자연 요소와 소재, 질감을 극대화해라. 또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얼굴을 마주 보며 하는 진짜 대화와 비교하면 가상현실에 불과하다. 사회가 끊임없이 신기술을 수용하고, 그 기술을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할수록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면대면 사교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익히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바로 ‘가정’이다.
Q 트렌드 전문가로서 평소 트렌드와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여행! 나는 여행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온 디자이너들을 만나는데,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 그들의 경험, 문화 모두 새로운 인사이트가 된다. 또 심리학과 과학에도 관심이 많다.
Q ‘행복 디자인’에 관해 연구한 것이 지금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지난 5년 동안 호주의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 스페이스(호텔, 공항, 리조트, 레스토랑)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데 참여했다. 그중 시드니의 레스토랑 쿠지 파빌리언Coogee Pavilion은 ‘행복 디자인’이 곳곳에 적용된 사례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메인 테마로 거대한 낙서 보드, 탁구 테이블, 체커 등 플레이 영역을 구성했다. 최근에는 시드니의 레스토랑&바와 주거 프로젝트, 퍼스의 개인 클럽을 설계 중이다.
Q 바야흐로 셀프 인테리어 시대다. 셀프 인테리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잡지나 온라인을 통해 본 무언가를 부러워 하거나 카피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신뢰하고,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나만의 개성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지인 중에 묘목장 뒤편의 작은 헛간에 사는 젊은 부부가 있다. 경치도 볼품없고 사생활과 안전도 보장되지 않지만 부부는 난파선에서 구조된 타히티 왕자 이야기를 모티프로 세상에서 가장 안온한 자신들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묘목장이 문을 닫으면 아름다운 나무들 사이를 산책할 수 있고, 닭과 오리도 볼 수 있는 개성 만점 스위트 홈은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라는 공간이 꼭 한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여름휴가지를 늘 동경한다면 햇살 좋은 베란다에 해먹을 걸고, 푸른색이 좋다면 방문을 과감히 파란색으로 칠해 바다에 들어가는 상상을 해보자. 책 읽기가 취미라면 그 자체가 조명 박스가 되는 거대한 책장을 만들어도 좋다.
Q ‘해피폴Happypoll’의 해피 홈 프로젝트Happy home project 설문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나도 당신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산책 나가기 직전 히로의 흥분된 몸짓, 식물과 따스한 빛, 적당한 가구와 좋은 기억이 깃든 물건으로 둘러싸인 공간. 그것이 행복이다.
<어바웃 해피니스>(디자인하우스) 발간.
- <어바웃 해피니스> 저자 어맨다 탤벗 행복의 열쇠, 바로 집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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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 디자인 컨설턴트, 트렌드 예측가, 저널리스트…. 어맨다 탤벗을 수식하는 단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런던에서 인테리어 잡지 <리빙 에세트라> <엘르 데커레이션> 등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영국 디자인 아이콘 일스 크로퍼드와 함께 이케아 컨설턴트, 호주로 돌아와 인기 TV 프로그램 <톱 디자인>의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디자인 관련해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그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집에서 더 많은 에너지와 영감을 얻는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