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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우리가 공감의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

언젠가 한 기업에서 ‘조직에서의 공감 대화’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때였습니다. 모두 남성이었는데 뒷자리 몇 명은 이미 팔짱을 끼고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잘 준비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순간 딱딱한 조직에서 서로의 마음을 살피는 공감의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마치 허공에 쏟아내는 메아리처럼 느껴질 것 같고, 제 마음마저 황량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전, 손에 꼭 쥘 수 있는 작은 복주머니 같은 공을 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말할 때 듣고 있는 상대방이 어떤 태도를 보이면 불편함을 느끼시나요? 저는 제가 말할 때 상대가 핸드폰을 보면 무척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그 공을 멀리 계신 분께 살짝 던졌고 그 공을 받은 분에게 질문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태도가 불편하셨나요?” 그렇게 모두 돌아가며 자신이 말할 때 느끼는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듣는 것,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무표정한 표정, 얘기를 듣는 동안 시계를 보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우, 결론을 미리 다 내놓고 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경우,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 등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과정에서 강연 시작 때 팔짱을 끼고 머리를 의자에 기댔던 사람들이 슬며시 자세를 고쳐 앉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여러분, 이런 태도로 들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으신가 요? 다 있으실 겁니다. 자, 그분과 일하고 싶으신가요? 혹은 다시 보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 대답했습니다. “일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봐야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경제 활동을 해야 하니까요. 그 사람은 제 상사니까요.” 맞습니다. 비단 조직에서만 이럴까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니까, 자녀이니까, 식구니까 봐야 합니다.

반대로 여러분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어떤 태도로 상대방의 말을 들으시나요? 우리가 불편하게 느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누군가 말을 하는 중간에 우리가 말을 자른 적도 있을 것이고, 마구 조언하며 상대의 생각을 고치려고도 했을 것이며, 상대를 비난하면서 조롱한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 상대는 우리와 함께 있는 그 순간이 어땠을까요? 아마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우리를 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현아, ‘다 함께’, 나무에 아크릴 채색, 45.5×120cm, 2015
이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원치 않는 조언을 삼가고,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며 사소한 이야기에도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사람도 우리를 더 가까이하고 싶을 것이고, 무언가를 기꺼이 주려고 할 것입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진정성은 우리가 공감의 소통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자녀들이 말할 때 공감하고, 배우자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잠시 손을 잡아주고,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같이 웃고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과 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감으로 타인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단절되고 멀어집니다. 그러한 대화의 태도에서 벗어나 서로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소통법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그 사람에 대한 과거의 경험과 해석, 판단을 내려놓고 편견 없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귀 기울여보세요. 그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입니다. 그런 그를 보며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따라 반응하면 됩니다.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공감이란, 말이 아닌 침묵 속에서 깊이 있게 우리를 연결해주니까요.


대화 교육 안내자 박재연은 “개인의 삶과 서로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자”는 뜻을 담은 Re+리플러스의 대표입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상호 존중의 관계로 나아가는 ‘연결의 대화’라는 대화 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며 ‘말하고 듣는 방법을 다시 배우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화 교육의 대상은 기업에서의 갈등 중재부터 부모, 교사, 정신 치료를 받는 이들까지 다양하며, 저서로는 <사랑하면 통한다>가 있습니다.



글 박재연 | 담당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