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는 이상한 개였습니다. 집에 온 지 몇 달이 지나도 대소변을 못 가렸고, 카펫이나 이불을 앞발로 심하게 긁어대곤 했습니다. 소파를 물어뜯어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였으며, 가끔은 자기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기도 했죠. 바닥에 흘린 치킨 조각을 물고 가는 걸 뺏으려 하자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을 공격하기도 했고요. 압권은 올라타기(mounting behavior: 개가 어떤 대상을 향해 교미를 연상케 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는데, 건대는 사람 팔에 매달려 행위를 하느라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팔을 붙잡고 낑낑대는 건대를 억지로 떼어내고 나서야 우리 가족의 일과는 마무리되곤 했죠.
솔직히 말해 건대는 약간 미친 개 같았습니다.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화를 내며 소리도 질러보고 혼도 내봤지만, 효과는 잠시 뿐. 그럴수록 건대의 이상행동은 심해져만 가더군요. 그런데 실은 건대의 행동 중 대부분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었고, 어떤 행동은 사람의 문제를 개에게 덮어씌운 것에 불과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건대 나이 열세 살이 지나서였습니다. 불쌍한 건대는 ‘이상한 개’라는 억울한 꼬리표를 달고 평생 살았던 겁니다.
개의 문제 행동을 상담하면서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우리 개가 왠지 이상하다”는 고백일 겁니다. 그중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케이스도 더러 있지만, 보호자가 잘 몰라서 멀쩡한 개를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 년 전까지 건대를 이상한 개 취급했던 저처럼 말이죠.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나아질 수 있는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반려인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라며 불필요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도 우리가 개의 행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개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개의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은 무엇이 문제 행동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임상 동물행동의학에선 개의 문제 행동을 진단하는 데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염두에 둡니다. 첫째, 이 행동이 개의 본능적 행동에 가깝진 않은가? 둘째, 이 행동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가? 셋째, 이 행동이 개와 인간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해하고 있는가?
개가 거실에 깔린 카펫을 발로 계속해서 긁어대거나, 흙바닥에 몸을 이리저리 부비는 행위는 개의 본능적 행동에 가깝습니다. 입에 문 물건을 뺏으려 들 때 사납게 저항하는 것도 개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항하는 본능의 표현에 불과하죠. 그런 개를 향해 버릇이 없다고 야단쳤을 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개는 반려인이 어째서 언짢아하는지, 왜 자신이 혼나야 하는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것이 개의 어쩔 수 없는 본능적 행동이기 때문이죠. 우리 개는 혼나는 걸 귀신같이 알아듣는다고요? 그럴 리가요. 단지 우리에게 겁을 먹고 움츠러들 뿐이죠. 평소 대소변을 잘 가리던 개가 한두 번 배변 실수를 한다고 해서 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얌전하던 개가 며칠 산책을 거르자 소파를 다 물어뜯어놓는 것도 심각한 문제 행동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운동량 부족에서 오는 말썽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예전처럼 산책만 충분히 함께 해주면 소파 따위엔 관심도 안 갖는 개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것들은 사람이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개선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정작 개 삶의 질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행동은 따로 있습니다. 집 밖에서 작은 기척만 들려도 긴장한 모습으로 짖어대는 개를 모범적인 경비견으로 여겨선 곤란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면 당장이라도 물 것처럼 흥분하는 개를 충성심이 강한 개라며 뿌듯해하는 것만큼 위험한 착각도 없습니다.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개의 문제 행동은, 당연해 보이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답답해하며 말합니다. “개는 말을 못 하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요. 개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개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행동으로 말을 걸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개라는 동물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고, 개의 행동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채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싼 가구를 물어뜯은 개를 혼내기에 앞서 혹시 산책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와 반려견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겁니다.
글을 쓴 조광민 수의사는 동물 행동 심리 치료를 하는 특별한 수의사다. 미국 동물행동수의사회 정회원이며 ‘그녀의 동물병원’이라는 동물 행동 심리 치료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 애플리케이션 개발 자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오영욱 건축가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건축가이자 작가로, 오다건축사무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베를링턴테리어 암컷을 키우는 그는 초보 개 아범의 심정과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 수의사와 초보 개 아범의 동물 행동 심리 이야기 우리 개는 정말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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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링턴테리어라는 동물 가족을 입양한 건축가와 동물행동심리치료학을 공부하고 열다섯 살 몰티즈와 함께 사는 수의사의 그림과 글을 연재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탐구합니다.#동물 행동 심리 #베를링턴테리어담당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