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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푸르른 서울의 미래를 그리다
서울도서관(구 시청사) 5층의 옥상 정원 ‘하늘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 농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울 시민의 한 명으로, 서울시를 이끄는 수장으로 그가 도시 농업 활성화를 통해 꿈꾸는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바로 모두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건강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서울도서관으로 변신한 구 시청사 5층 옥상 공원 ‘하늘뜰’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 내 서재에는 도시 농업 관련한 자료가 빼곡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서울시에서 추진해온 도시 농업 관련 서류를 꺼내 보여주며 오래전부터 직접 스크랩한 자료들에 대해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도시농업과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서울시 도시 농업 플랜’을 추구해온 주인공이다. ‘박원순=도시 농업’이라는 공식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평소 도시 농업과 도시 양봉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온 것은 물론이다. 2012년 시작한 도시 농업 활성화 정책이 시행 5년째에 접어든 지금, 취미ㆍ여가형에서 수익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서울시의 도시 농업에 대해 그가 그리는 미래가 궁금해졌다.


1 노틀 텃밭의 공동체 텃밭을 가꾸는 시민들. 2 종로구청 옥상에서 열린 텃밭 가꾸기 행사. 
Q 5월 19일 제5회 서울시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5년간의 도시 농업 사례와 노하우를 압축한 이벤트였는데요, 앞으로 서울시 도시 농업의 비전을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도시 농업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로컬 푸드’ 생산, 즉 시민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1차적 차원입니다. 요즘 인기 만점인 ‘마르쉐’ 는 도시 농부와 시민 사이의 직거래 시장이지요. 서울시에서 도시 농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강동구의 경우 희망제작소 활동 당시 저의 권유로 그 물꼬를 트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일상에서 즐기는 색다른 취미’ 혹은 ‘삶의 활력소’로서의 역할입니다. 작은 텃밭을 일구어 자신과 가족이 나누어 먹을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뜻깊은 일일 것입니다. 셋째는 도시 농업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것입니다. 옛 조상들의 ‘두레’와 같은 새로운 생활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지요. 21세기는 ‘먹거리 주권’을 지켜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책임져야 하는 시대이지요. 이렇게 시작한 도시 농업의 6차 산업으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 양봉을 통해 생산한 꿀을 프로폴리스, 음료수, 비누,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 생산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일본 도쿄의 쓰가모 시장을 방문했을 때 ‘꿀’로 만든 수백 가지 상품을 보았는데, 그때 서울시의 도시 양봉 모델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Q 서울시가 추진중인 수익형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작년부터 광진구, 성북구, 노원구와 SH공사가 협업해 6개소에 수익형 텃밭을 만들어 버섯 재배장을 조성했습니다. 지금까지 느타리, 표고버섯 등을 2690kg 재배해 약 1천6백만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고 1백80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올해에는 이러한 수익형 텃밭을 종로구 평창동 삼청공원등 17개소로 확대 조성할 계획입니다.


Q 아파트, 임대주택 등에 수익형 작물을 재배해 주민이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서울시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결국은 ‘행복’이지요. 시민들이 도시 농업에 직접 참여하면 물리적ㆍ심리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과 가족의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며 식탁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뿐 아니라 도시농업이 확산되면 삭막한 빌딩 숲에 생명의 온기를 더할 수 있고, 도시를 푸르게 만들며, 이웃 간의 정과 공동체 정신 회복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을 떠올리면 아주 작은 땅에도 무언가를 심고 기르시지 않았나요? 농부의 삶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도시 농업이란 새롭고 거창한 것이기보다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Q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수익형 도시 농업 활성화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서울시는 양천구 일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인삼 수경 재배 사례처럼 도시 농업 신기술 도입을 확산시켜 기존 엽채류 위주에서 다양한 품목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세운상가 옥상에는 비닐하우스 등의 형태로 약 2백 평 규모의 실내에서 사계절 내내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스마트팜 조성을 준비 중인데, 스마트팜은 온습도 및 물 조절 등 농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자동 혹은 원격 제어로 관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행촌동 도시농업시범마을에서는 상추 등 모종을 재배해 종로구청에 판매하기도 했고, 양봉도 시작해 얼마 전 15말(약 270L) 정도의 꿀을 생산해 판매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에서 만난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안농정 토론회에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Q 서울시는 2012년 ‘도시 농업 원년’을 선포한 이후 3년 만에 도시 농업 면적을 네 배 이상 늘렸습니다. ‘도시 농업 면적’이란 어떤 기준으로 따지나요?
도시 농업 면적이란 공영 텃밭 농장, 자투리 텃밭, 민영 주말농장, 옥상 텃밭, 학교 농장, 상자 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텃밭을 이용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대지 면적을 뜻합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도시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요. 지난해 말 서울의 도시 농업 면적은 141ha로 확대되었고, 올해는 주말농장이나 싱싱텃밭 등을 통해 165ha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0.27%에 해당합니다. 그뿐 아니라 현재 서울시는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왕실 채원 내 ‘서울텃밭’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베르사유궁전의 왕실 채원은 3백30여 년 전 조성해 9ha 면적에 4백여 종의 과일, 채소, 꽃, 허브 등을 재배하는 곳으로, 50㎡ 내외의 ‘서울텃밭’에 토종 콩, 도라지, 목화, 메밀 등 한국의 토종 종자를 심어 세계각국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서울의 도시 농업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Q 지난해 11월 킨텍스에서 열린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에 참석한 국제슬로푸드협회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과 대담을 나누셨죠. 건강한 먹거리 생산ㆍ소비 문화 확산을 위해 앞으로 어떤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서울시 농식품공사를 구성해 가락시장, 강서시장 등에서 건강 하게 생산한 먹거리를 시민에게 제공해왔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식량 주권을 다지기 위한 ‘먹거리 주권’의 개념 바로 세우기, 서울 시민과 전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소농 지원하기 등이 한 예입니다. 커피 등 수입 농산물을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대자본의 공격 앞에 소비자가 무너지지 않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더더욱 전국 소농의 생산 활동을 보존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지요. 서울시는 전주시와 협약을 맺고, 전주시에서 수집ㆍ세척ㆍ포장ㆍ운송을 책임지는 지역 소농들의 생산물을 서울시 공공 급식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자체, 지역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Q 2012년 시청 옥상에 시범 설치한 벌통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도시 양봉을 확산시키기 위해 구상 중인 장ㆍ단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당시 시청 옥상에 벌통 다섯 통을 설치했고, 총 70L의 꿀을 수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 30개소에서 3백38봉군(벌의 무리)의 도시 양봉을 운영 중입니다. 서울은 인왕산, 북악산, 남산 등 산이 에워싸고 여러 가지 꽃이 피는 좋은 밀원을 보유한 도시입니다. 도시에서 양봉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대중적으로 알려지면, 도시 양봉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꿀은 굉장히 중요한 식품군 중 하나로, 양봉은 취미뿐 아니라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도시 양봉을 확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인 사회적 기업 ‘어반 비즈서울’과 업무 협약을 맺어 오는 9월에 꿀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연말에는 빵, 과자 같은 가공식품 군도 만들 예정이고요.


서울시청 내 집무실로 향하는 복도 공간에 마련한 ‘희망소원텃밭’. 상추, 치커리, 토마토, 딸기 등 작물을 직접 키운다.
Q 그렇다면 도시 양봉 산업 확산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부가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도시 양봉은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고 도심 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또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서울시는 장애인들이 양봉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013년부터 벌통 수량 및 설치 장소를 늘리고, 한국양봉협회의 자문을 통해 장애인 양봉단에 양봉 기술을 전수하는 등 양봉 생산품 유통, 판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Q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25개 시ㆍ군ㆍ구 지역 내 선도 양봉 농가를 선정해 벌 관리, 꿀 생산법 등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돕고 관련 경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서울시가 준비 중인 도시 양봉 교육ㆍ체험 플랜이 있나요?
서울시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 사업으로 종로구와 강서구에서 약 40봉군 규모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 양봉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해당 자치구에서는 참여하길 희망하는 시민을 모집해 벌통 구입은 물론 별도의 양봉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지개 꿀벌학교 등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양봉 체험장을 운영해 생태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고, 1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적이고 전문적 교육 프로그램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Q 도시 양봉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표하는 시민도 많습니다. 도시 양봉 대중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도시 양봉에 앞장서는 개인과 단체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어반비즈서울’이 그 예가 될 수 있겠지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 밀집 지역과는 떨어진 곳의 고층 건물 옥상부터 시작해 도시 양봉을 점차적으로 확산하려고 합니다. 또 도시 양봉의 안전성과 우리 생태계, 도시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도시 양봉으로 생산한 꿀을 대상으로 중금속과 타르색소 등 11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꼭 알리고 싶습니다.


Q 영국 런던에는 3천 곳, 미국 뉴욕에는 4백여 곳 이상의 도시 양봉장이 있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해 3월 ‘상업 지구에 새로 짓는 모든 건물의 옥상에는 정원 혹은 태양광 패널을 갖추어야 한다’는 법 개정이 통과됐습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 참고). 서울이 친환경 도시로 지속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연적이라고 보시나요?
서울시에서도 이미 추진하고 있는 활동입니다. 마천루 숲을 이루는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시원한 그늘이 생기고, 도시의 열섬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옥상 정원을 만들어 도심 속 초록 공간을 조성하면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집무실로 향하는 복도 공간에 작은 텃밭 ‘희망소원’을 만들어 가꾸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 배추, 치커리, 상추 등을 심어 직접 키우고 있지요. 도시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입니다. 시민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도시 농업 활성화를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작은 실천 또한 필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서울이 친환경 생태 수도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박원순 #서울시도시농업박람회 #도시농업 #도시양봉
글 유주희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