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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식스센스 사무이 태초의 삶으로 돌아가다
하와이, 보라보라, 모리셔스 등 유명하다는 섬의 최고급 리조트를 여러 곳 가봤지만, 식스센스 사무이는 내 마음속에 독보적 존재감으로 자리한다. 진정한 휴식이란 심신의 피로 해소를 넘어 자신을 일깨우는 경험, 즉 내면의 정화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위트 풀빌라 안 수영장 모습으로, 선베드에 누워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스윙 체어에서 책을 읽다 보면 다음 끼니때가 된다.
나, 자연으로 돌아갈래!
최근 몇 년간 가속도가 붙은 삶의 변화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소통은 즉각적이고 순간적이며, 정보에 한발 늦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으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눈과 심신이 지쳐만 갔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시간을 쪼개며 하루를 쓰는 일상에서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 거기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기 전 미세 먼지 지수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현실까지 더해 요즘 넋두리처럼 즐겨 하는 말은 “아,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이다. 기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제주도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데는 각자 다른 원인이 있겠지만, 대부분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현대 도시인이 전에 없이 더더욱 갈증을 느끼는 것, 바로 대자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 며칠이라도 도시에서의 바쁜 일상과 정반대로 자연과 함께하는 태초의 삶을 살고 싶다면, 식스센스 사무이는 그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식스센스 호텔 리조트 스파는 흔하디흔한 풀빌라 리조트가 아니다. ‘자연과 함께’라는 분명한 개념으로 설계하고, 자연 친화적 건축과 시설, 삶의 양식, 환경보호를 위한 시스템까지 갖춘 곳이다. 그래서 식스센스 호텔 리조트 스파에 머무른다는 건 마치 자연주의적 삶을 지향한다는 것과 동의어다. 그렇다고 문명과 거리가 멀다거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원시적인 건 절대 아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친화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이른바 내추럴 럭셔리!


가깝고도 아름다운 섬, 꼬사무이
식스센스 사무이까지 가는 경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행복> 팀은 항공 일정과 비용이 유리하고 환경이 쾌적한 싱가포르 항공으로,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여정을 선택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약 네 시간을 보낸 후 꼬사무이행에 탑승해 한 시간 반가량 비행하니 마침내 꼬사무이 섬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치 놀이공원의 관람차 같은 이동 수단이 반기며 사람들을 태웠다. 비자도 필요 없고 입국 심사도 비교적 간단하게 통과. 드디어 마주한 사무이 섬은 예상보다 바람이 많았다.

식스센스 리조트까지는 차로 약 15분 정도 걸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낙후한 거리를 바라보며 ‘리조트 밖에서는 즐길 거리가 없겠다’고 섣불리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리조트에서 20분가량 차로 가면 전통 사원과 대형 쇼핑센터도 있으며 ‘피셔맨 빌리지’ 라는 젊음의 해변 거리도 볼거리가 많다.

1 나무통과 판을 엮어 지은 식스센스식 건축 스타일. 2 한국인의 입맛에도 맛있는 태국식 카레 요리. 3 매일 아침 바다를 바라보며 요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4 아침 식사 때 진열해놓은 과일 바구니. 편리하게도 원하는 과일을 선택하면 깎아준다. 5 바닷소리 음악을 들으며 받는 일반 스파와 대조적으로 진짜 파도, 새소리를 벗 삼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스파 트리트먼트룸.
진짜 자연과 만나다
마침내 식스센스 사무이 표지판이 나타났다. 로비에 도착하니 덥고 습한 날씨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일행의 마음을 읽었는지, 버틀러가 시원한 물병과 물수건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물수건 중앙에 레몬그라스 줄기를 끼워놓은 덕분에 자연스러운 시트러스 향기가 났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작은 차이지만,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식스센스식 환대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카트에 올라 숙소로 이동했다. 마치 원시시대 사람들이 이렇게 집을 짓고 살았을 법한 나무통과 판을 엮어 만든 빌라다. 실내도 나무, 돌, 면 같은 자연 소재로 완성해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아늑한 공간이다. 열쇠, 안내 책자, 표시 판 등 대부분의 작은 장식 소품도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들었다. 문명이 최소한으로 개입해 가공을 덜한 만큼 세련되고 섬세한 맛은 없지만, 오히려 투박하고 힘주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자아내는 매력에 빠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압권은 야외에 마련한 샤워실! 하늘을 천장 삼고 대나무 통을 엮어 벽을 세운 노천 샤워 공간에서 옷을 홀딱 벗고 샤워를 하는 게 처음엔 왜 그리 어색하던지. ‘대나무 틈새로 누가 들여다보는 건 아니겠지?’ 하는 괜한 걱정도 하고, 걸어놓은 옷가지에 작은 벌레가 앉은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나 자신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연에서 살고 싶다”며 떠나온 내가 얼마나 ‘자연주의적 삶’에 대해 피상적으로 갈망해왔던지…. 드높은 하늘과 확 트인 바다, 예쁜 나무와 꽃만 기대했지, 정작 자연에서 공존하는 작은 생명체까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안 되었던 거다. 그렇다고 도시 여자가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에어컨디셔너 덕에 실내는 시원했고, 벌레 쫓는 천연 스프레이와 향을 구비해놓아 해충으로부터 안전했으며, 무엇보다 침대에는 대형 베일을 설치해 밤사이 모기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으니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1 아늑하고 자연 친화적인 빌라 내부 인테리어.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2 농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미니 사원. 3 리조트 내 프로그램 중 명상 시간과도 같은 싱잉볼 클래스를 들으면 평온한 내면의 힘을 얻게 된다. 4 식스센스 사무이의 자랑, 다이닝 온 더 록스.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식스센스와 가족이 되다
짐을 풀고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66개의 빌라를 갖춘 리조트로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인데, 이는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건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이나 스파 등 부대시설 공간까지 가는 길 역시 흙 위에 돌이나 나무를 얹어둔 식이다. 두 군데의 레스토랑, 메인 수영장, 헬스장 등 웬만한 호텔이 갖춘 시설 외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간이 있으니, 직접 운영하는 농장이다. 식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직접 재배하는 허브, 과일, 채소 등의 밭은 기본이며, 염소와 닭을 키우는 우리도 있다. 닭은 달걀을 얻기 위해 기른다지만, 염소는 단지 치즈나 고기 때문이 아니다. 열대림 지역이기에 하루에도 몇 톤씩 나무를 베어야 관리가 되는데, 이를 처분하는 데 염소만큼 이로운 동물이 없다고. 식성 좋은 염소는 어마어마한 양의 나뭇잎을 먹고, 남은 가지들은 잘라서 땔감으로 쓰거나 흙으로 돌려보내는 식. “이러한 생태계 순환을 고려해 염소를 기르고 있지요.” 총지배인 개리Gary의 말이다. 우리는 염소 농장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미는 나뭇잎을 먹고, 졸졸 따라온 새끼 염소가 어미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을 모두가 넋 놓고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훈훈한 광경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머릿속이 비워졌다. 3주 전에 태어났다는 개구쟁이 새끼 염소 ‘마빈’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일행은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매일 마빈과 인사하기 위해 농장을 찾았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맛, 향, 흥!
여행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먹거리다. 현지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여행은 고통 그 자체다. 식스센스 사무이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커녕, 오히려 모든 요리의 맛이 워낙 뛰어나서 살찔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침 식사는 풍성했으며, 투숙 기간 동안 점심과 저녁 모두 리조트에서 해결해도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그중 꼭 경험해봐야 할 것은 드넓은 바다 위에서 식사를 하는 듯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다이닝 온 더 록스’에서의 저녁 식사! 그리고 매주 목요일 저녁 6~7시 한 시간 동안 칵테일파티가 열리는데, 이때 칵테일과 핑거 푸드를 무제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의아했던 건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음악을 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음악이 있으면 더 낭만적일 것 같다고 조언하려는 마음으로 총지배인에게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허를 찔렀다. “왜 음악이 필요한가요?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가 자아내는 화음에 귀 기울여보세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그렇게 식스 센스식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는 새가 어떻게 생겼을까 관심이 생겼고, 바람이 가는 방향과 구름의 변화를 눈여겨보았으며, 나무와 꽃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는지 예전엔 미처 관심도 없었구나 깨달았다. 앞집 사는 가족 구성원의 얼굴도 모르며 살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호텔 투숙객이든 버틀러든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사와디카!”라고 인사를 건네는 나를 발견했다.


언젠가, 또 가고 싶은 곳
신선한 공기를 맞으며 무에타이를 배우고 땀을 흘린 후, 맛있는 식사로 시작하는 아침은 얼마나 평화로운지! 또 바다 옆에서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스파를 받는 경험은 얼마나 황홀한지!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것과 진짜 자연에서 머무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몸소 겪고 깨달았다.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완전히 사라진 건 물론이다. 게다가 앞으로 또 겪게 될 도시 삶 속 피폐함을 이겨낼 에너지를 충전한 듯 충만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또 지쳤다 싶은 생각이 들 때 망설임 없이 꼬사무이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5 문화, 예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갖춘 도서관. 2층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트램펄린을 마련했다. 6 침대 위 대형 베일을 늘어뜨리면 밤사이 모기에 물릴 걱정 없이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다. 7 나무 판에 글씨를 새기고 그림을 그려 귀엽게 장식한 농장 입구 표지판. 8 하늘과 바다, 그리고 메인 수영장의 경계가 모호하게 하나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취재 협조 식스센스 사무이(www.sixsenses.com/resorts/samui/destination) 여행 관련 문의 에이투어스(02-572-2622, www.atou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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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최남용,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