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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디자이너 4인의 공간 제안 홈 스케이프, 즐거운 나의 집으로!
<행복>이 선정한 디자이너 네 명이 올해의 주제를 담아 공간 솔루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스 초이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선희의 오렌지색 리빙룸, 산업 디자이너 최중호의 로맨틱한 핑크 욕실, 건축가 김택수의 그린 키친 가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근하의 블루 컬러의 작업실 등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아 심도 있게 해석한 공간을 통해 ‘집’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선희_ Living&Dining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집

<룩인 윈도> 전시를 선보인 최선희 대표. 벽지는 기린 벽지, 액자는 준포스터, TV는 삼성 세리프 제품. 쿠션은 에프알디자인 제작. 전시 공간에는 모두 노루페인트사의 팬톤 페인트를 사용했다. 
인간 중심 건축의 대명사, 르코르뷔지에를 오마주로 디자인한 크고 작은 창 너머로 안온한 거실 풍경이 펼쳐진다. 거실은 가족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주말 오후 축구 경기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빠와 아들, 퇴근 후 오붓하게 와인을 즐기는 부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들…. “때론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가족이라는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관계 속에 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 소중한 감정들이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봤을 때 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요즘 위태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많잖아요. 창을 통해 보는 ‘Look-in window’ 형태의 전시를 통해 나와 가족의 관계를 다시금 환기해 보면 좋겠다는 게 이번 전시의 메시지예요.”

집을 고치기 전에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프알디자인’ 최선희 대표는 ‘가족의 화합과 소통’을 콘셉트로 한다운 스텝down step 리빙 다이닝룸을 선보였다. 임의로 단을 높인 뒤 다시 두 스텝 아래로 구성한 ㄷ자형 좌식 소파는 ‘울타리’ 개념을 구현한 것. 널찍한 소파에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치고, 뒹굴며 손과 발이 맞닿는 가족 간의 ‘스킨십’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테이블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초 아래 가족사진이 펼쳐져 있고 액자처럼 오브제 역할을 하는 TV에서는 손을 마주 잡는 등 따뜻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오렌지 벽면에 연출한 액자 프레임 설치 작업 역시 가족사진을 모티프로 한 것. 메인 컬러로 사용한 ‘오렌지’는 자칫 부담스러워 주거 공간에서는 쉽게 사용하는 컬러가 아니다. 하지만 채도에 따라 도시적이면서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최 대표는 오렌지와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하되 그레이 컬러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대비되는 느낌을 상쇄했다. 핑크, 블랙, 옐로 등 다양한 색감으로 레이어드한 쿠션은 달콤 새콤한 가족의 일상을 표현한 것.

“공간은 자연히 그 안에 이야기가 쌓여요. 이야기는 기억이 되고, 이 기억이 모여 행복의 회로를 완성하는 거죠. 저마다 하루의 이야깃거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터치하며 서로의 숨결을 공유하는 ‘치유의 리빙룸’이 필요한 이유죠.” 문의 www.frdesign.co.kr



산업 디자이너 최중호_ Bathroom
로맨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욕실

핑크 컬러로 로맨틱한 욕실을 연출한 디자이너 최중호. 가구와 소품은 보에와 루밍, 욕조와 변기는 모두 아메리칸 스탠다드 제품. 데이베드는 직접 디자인했다. 타일은 에클랏코리아 협찬.
최근 가장 바쁜 디자이너를 꼽자면 아마도 최중호일 듯하다. 일찍이 회사나 조직에 편입되는 대신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으로 디자인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그는 학부 3학년 때 공장을 찾아다니며 가구와 조명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8년 자신의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처음 홍보한 작품이 바로 ‘청사초롱’ 조명등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디자인・리빙 전문지에서 앞다투어 그의 제품을 소개했고, 코웨이, 3M, 아메리칸 스탠다드, 비전스케이프 등 다양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의 도전은 비단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첫 공간 작업이었던 보버 라운지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뒤 최근에는 반얀트리 리뉴얼 디렉팅을 맡아 공간부터 의상까지 전반적인 매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대부분에 ‘마침표’가 아닌 ‘ing’가 붙은 것은 그만큼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 “보버 라운지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회자되지만 사실 화려한 디자인 언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에요. 공간을 이루는 베이스와 가구, 조명등 등의 톤앤매너를 충실히 지키는 것에 집중했죠. 형태는 미니멀하되, 그린과 골드 톤으로 여성적 느낌을 부여하는 식으로요.” 핑크색 아크릴, 대리석 마감재, 아치, 골드 수전 등 패셔너블한 요소를 매치한 욕실 공간은 라운지체어, 데이베드 등의 가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로맨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아크릴 파티션은 공간을 나누면서 또 소통하게 해주는 이중적 요소.

“전시를 준비하며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빈티지 제품을 봤는데 그 당시에 이미 네이비, 핑크 등 획기적 컬러를 사용했더라고요. 빈티지 제품의 이미지를 보며 ‘로맨틱’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죠. 디자이너는 브랜드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접점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by 최중호 스튜디오’를 각인시키는 디자이너 최중호. 그가 디자이너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철학이나 키워드가 아닌 ‘접점’이다. 브랜드와의 접점, 사용자와의 접점, 생활과의 접점…. 소비자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장시키는 것 역시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가 만족할 때까지 같은 걸 바라볼 수 있는 시각, 그것이 바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차이가 아닐까. 문의 www.joonghochoi.com



건축가 김택수_ kitchen Garden
키드닝으로의 초대
지난해 11월 부산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철근 시스템 주방의 두 번째 버전을 소개한 버텍스 디자인의 김택수 소장. 철근 가구 제작은 넵스 후원. 철망 마감재는 주방 도구를 걸어 수납하기 좋다. 
공간에 들어서니 파 냄새가 진동한다. 지난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에서 화제를 모은 김택수 소장의 철근 부엌이 이번엔 초록 옷을 입고 등장했다. 건축물을 이루는 많은 요소 중 소외되고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가장 원초적인 재료 ‘철근’에 대한 오마주는 계속됐다. 하나 더해진 게 있다면 최근 그린 라이프의 키워드로 떠오른 ‘키친 가든’의 개념이다.

“제가 서울 전시를 앞두고 받은 미션은 ‘60대 부부를 위한 취미 공간’이었어요. 시니어의 취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정원’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잖아요. 그냥 예쁘게 가꾸는 관상용 가든보다는 옛날부터 농사를 짓고 살았던 DNA를 더해 자급자족의 삶을 현대적 주방 공간으로 불러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꼭 밭이 없어도, 도시 생활자도 실내에서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콘셉트예요.”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의 주방이 거칠고 투박한 부뚜막 같았다면 이번 주방은 한결 싱그럽다. 부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파가 잔뜩 꽂힌 행잉 후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철근의 수평적 라인과 파의 수직적 라인이 만나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양쪽 옆을 오픈해 철근 봉이 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아일랜드, 십자 그리드를 구성한 벽 수납장을 중심으로 벤치, 식물 컨테이너 등의 요소가 더해졌다. “관람객들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파 향기를 가장 먼저 맡아요. 파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60대 부부가 소꿉장난하듯 재미나게 철근 봉도 움직이고 파를 잘라 요리도 하고, 관상용 식물도 키우고…. 에메랄드 그린 컬러로 도장한 그리드 벽면에는 덩굴식물을 식재할 수 있어 테라스나 옥상의 야외 주방에 활용하기 좋고요. 아일랜드 맞은편에 놓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 그대로 거꾸로 끼워놓을 수도 있으니, ‘쇳덩어리’가 이렇게 실용적이구나, 라고 신기해하는 관람객이 많았어요.”

프리미엄 부엌 가구 넵스와 협업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인 김택수 소장은 후드 위 유효 공간에 식물을 키우는 아이디어를 상용화 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실제 관람객이 벤치에 앉아 한참을 머물고 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으니, 의미도 좋고, 눈도 즐겁고!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할 만하다. 문의 www.ver-tex.ne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근하_ workroom
휴식과 열정이 공존하는 오피스 라이프

편집숍 루밍의 박근하 대표. 빈티지 거울과 오디오는 MK2, 일러스트 작품은 제로퍼제로, 운동 기구는 우영앨리스 협찬. 박근하 대표가 앉아 있는 하이 스툴은 공간 디자인 그룹 플랏엠과 협업해 제작.
스타일리스트 시절 하나 둘 모은 오리지널 디자인 체어를 작업실 한편에 전시한 것이 단초가 되어 2008년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을 오픈, 디자인 제품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루밍Rooming’의 박근하 대표. 그가 제안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은 어쩌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공간이다. “편집매장을 오픈하고 초창기 때 스타일리스트도 병행했어요. 낮에는 촬영하고, 밤에는 작업실에 앉아 제품 정리하고…. 취미 생활은커녕 운동조차 사치였죠. 널찍한 작업대 옆에 간단한 운동 기구와 짐볼을 두고, 데이베드와 벤치 등 편안히 쉴 수 있는 가구를 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했어요.” 일에 집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홈 오피스. 그림 그리는 작업대와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을 사선으로 배치하고 블루 컬러를 부분적으로 매치해 중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다변형 공간을 완성했다. 심해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스노클 블루를 메인으로 톤 다운된 문빔 컬러를 매치하고 데님 소재 러그와 데이베드, 나무 벤치, 코르크 스툴 등 자연스러운 소재를 더해 차분한 무드를 완성한 것이 특징. 편집매장 오너로서 아이템 선정 기준이 궁금했다. “브루노 무라니의 작업대를 비롯해 임스 책상, 보비의 트롤리, 디터 람스 오디오 시스템 등 1950~1960년대 타임리스 디자인에 집중했어요. 뉴 노르딕 열풍 속에서도 결국 클래식 아이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루밍의 색깔이니까요.”

브루노 무라니의 작업대는 조립이 간편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2층 침대로 변형할 수 있어 학생 가구로도 인기. 이처럼 공간의 기교 없이 가구 배치와 컬러 매치만으로 근사한 홈 오피스를 완성한 박 대표는 ‘페인트’야말로 손쉽게 집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의 대표 아이템이라는 팁도 전했다. “처음부터 넓은 면을 채우기보다 부분적으로, 사각 면보다 사선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고 있으니 단순한 제품 소개가 아닌 일상적 스토리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루밍의 SNS 소식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디자인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합리적 가격대의 품질 좋은 디자인 가구를 소개하고 싶다는 박근하 대표. 다용도 변신 가구 하이 스툴을 시작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문의 www.rooming.co.kr




#최선희 #최중호 #김택수 #박근하 #오피스라이프 #키드닝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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