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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의 마음을 알고 있나요?
한국인 세 가족 중 한 가족이 동물과 함께 사는 시대입니다. 사람과 동물은 서로 다른 종이지만 동물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면 그 마음 상태를 알 수 있어 사람과 동물이 서로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잘 소통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베를링턴테리어라는 특별한 동물 가족을 입양한 건축가와 동물행동심리치료학을 공부하고 열다섯 살 몰티즈와 함께 사는 수의사의 그림과 글을 연재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삶을 탐구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오영욱 건축가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건축가로, 오다건축사무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등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며, 여러 서적과 광고에 삽화 작가로도 참여했다. 거의 완벽한 여배우와 가정을 이룬 후 갓 태어난 베를링턴테리어 암컷을 키우는 그는 요즘 초보 개 아범의 심정과 에피소드를 글과 그림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조광민 수의사의 동물 행동 심리 이야기

“동물의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저는 조금은 특별한 수의사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동물 행동 심리 치료 수의사라고 부르지요. 서울에서 작은 동물 행동 심리 치료 병원을 개원해 진료 중이고, 섬에 가서 하루 세끼를 해 먹는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동물 행동 자문을 맡기도 했습니다. 동물 행동 심리 치료라는 말이 낯설다면 사람의 신경정신과를 떠올리시면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제게 왜 하필 동물 행동 심리를 공부했느냐고 물으면, 저는 동물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물을 오랫동안 살게 하는 데만 골몰해왔을 뿐, 어떡하면 그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그 결과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심하게 짖고, 사람을 물고, 분리 불안을 앓는 반려동물이 많아진 특이한 세상이 되었죠. 동물이 어째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그것이 저와 같은 동물 행동 심리 치료 수의사의 역할입니다.

열다섯 살 몰티즈의 행복
제게도 올해 열다섯 살이 된 암컷 몰티즈가 한 마리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의사라면 반려견의 건강을 완벽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웬만해선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 유명 셰프나 평소에는 과묵하다는 스타 개그맨처럼 대부분의 수의사도 자신의 반려견을 특별하게 보살피진 않습니다. 남들과 다른 점이라면 반려견이 가끔 토하고 설사를 해도 심하게 놀라지 않는다는 정도일까요?

그래도 고민은 있습니다. 열다섯 살이 넘은 개는 여든 살이 넘은 사람과 비슷해서, 지금은 건강하지만 언제 갑자기 위독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입니다. 매일 밤 집 현관문을 열기 전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요즘 들어 종종 그녀(반려견)를 보고 감상에 젖는 것도 그래서겠죠.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해서일까? 그녀가 생각하는 15년은 후회가 없었는지, 나 같은 보호자를 만나 힘들진 않았는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꾸만 묻게 됩니다. 그러곤 늘 미안해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제가 동물행동 심리치료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동물 행동을 지금처럼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눈앞의 노견에게 이토록 미안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녀의 생애 내내 기초적인 실수를 반복해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때마다 소리를 질렀고, 사람 손가락을 물면 배가 보이게 뒤집어 벌을 세웠고, 크게 짖을 때마다 서열을 잡기 위해 더 무섭게 대하는 척했습니다. 개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정확히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편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래 왔지만, 동물 행동 치료를 공부한 후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동물 행동은 삶의 질을 보여준다
제가 저질러온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열두 살에 가까운 나이였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해서 바꾸기보다 남은 삶을 큰 탈 없이 살다 가는 게 어울리는 나이였죠.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녀가 두 살이나 다섯 살 때 알았더라면 저는 최선을 다해 제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잘못된 행동을 바꿔나갔을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의 반려동물이 6개월 혹은 한 살이라면 그보다 큰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다섯 살 혹은 여섯 살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건 동물의 정신 건강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동물의 행동은 그들 삶의 질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사실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고 사람이 외출만 하면 늑대처럼 하울링을 해대는 개는 행복할까요? 이런 행동은 그의 삶에서 행복이란 아주 작은 조각만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 개가 얼마나 행복한지 궁금하다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세요. 동물의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행복> 지면에서 제가 할 이야기는 지난 십수 년간 제가 반복해온 실수에 대한 뒤늦은 참회록입니다. 글을 읽을 여러분만큼은 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물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엿보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일생에서 동물은 일부이지만, 동물의 일생에서 당신은 그의 전부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모든 글을 제 실수 탓에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잃어버린 제 노견 몰티즈에게 바칩니다.


글을 쓴 조광민 수의사는 동물 행동 심리 치료를 하는 특별한 수의사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수의장교 대위로 전역했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과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에서 임상동물행동의학 익스턴십을 수료했다. 미국 동물행동수의사회 정회원이며 서울에서 ‘그녀의 동물병원’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동물 행동 심리 치료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동물 행동 자문으로 참여했고, 동물 애플리케이션 개발 자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반려동물 #동물행동심리 #반려견
담당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