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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세옥> 전 이 사람아, 그렇게 복잡해서야 어찌 살겠누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복잡한 것은 아마도 ‘사람’일 겁니다. 그 작은 얼굴에 광활한 우주가 들어 있어 은하수처럼 찬란하다가도 순식간에 유성처럼 곤두박질치지요. 좋아하다가 아쉽게 틀어지고, 생생하다가 뜬금없이 시름시름 앓고, 가볍다가도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기운생동하고 복잡다단한 존재를 대체 어떤 과학자가 규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수묵 추상의 거장인 서세옥 작가가 이 복잡 미묘한 사람을 닥종이 위 검은 획 하나로 규명한 전시가 3월 6일까지 열립니다.

‘얼굴’, 닥종이에 수묵, 65X57.5cm, 1980©서세옥

‘두 사람’, 닥종이에 수묵, 49.7X46.5cm, 1995©서세옥


삶은 뒤집을 수 있는 곡선이더라
작년 한 해 좋았던 일도 속상한 일도 많으셨지요? 사랑스럽던 남편의 말실수 한마디에 손끝도 스치기 싫고, 어디서 이런 게 나왔을까 하며 쪽쪽 입 맞추던 내 새끼가 남의 자식 반만 닮기를 간절히 바라는 날도 있었습니다. 눈은 두 개, 코는 하나, 입도 하나인데 사람 마음은 도대체 몇 갈래기에 삶이 이리도 갈팡질팡할까요? 잘 뻗어나가는 삶이면 좋겠지만 곳곳에서 삐쳐 나오는 획 때문에 우리 인생의 화폭이 어지럽습니다. 아하! 서세옥 작가의 그림을 보니 이왕에 이런 인생이라면 직선 대신 곡선처럼 살면 되겠군요. 직선은 누구도 만날 수 없지만, 곡선은 방향만 잘 틀면 둘이 만나기도 하고 여럿이 되기도 합니다. 또 상황에 따라 위아래로 거꾸로 뒤집어볼 수도 있으니 곡선의 삶도 유연하고 흥미롭지 않을까요.

‘거꾸로 보는 사람’, 닥종이에 수묵, 69X82.3cm, 1989©서세옥


사람은 향이 옅어야 좋더라
이 세상의 오만 가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인 유명한 프랑스 소설이 있지요. 향기부터 악취까지 세상 모든 냄새가 전부 코로 들어오면 사람 마음이 아주 복잡해질 겁니다. 특히 사람 냄새가 그렇지요. 사람은 본디 시각에 약한 동물이라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잘생긴 인물에 눈과 마음이 먼저 갑니다. 그런데 사귀고 지내다 보면 무색무취인 줄 알았던 지인에게서 별안간 시큼한 비린내가 나서 깜짝 놀랄 때가 있지 않은가요? 자존감이 쉬었거나, 마음 밭이 시궁창인 사람을 깊게 사귀면 올라오는 냄새입니다. 반대로 한지의 수묵처럼 향이 옅고 은근해 큰 매력을 못 느끼다가 알면 알 수록 그 향에 취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조금 섭섭하게 생겨도 상관없지요. 두 눈을 감아도 그 사람 냄새는 마음에 오롯이 차오르니 까요. 올해는 마음에 스미는 향을 지닌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람들’, 한지에 수묵, 68X85.8cm, 1979©서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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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