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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신명 나는 디자인
남녀노소 누구든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 신명’을 주제로 펼쳐진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디자인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복>의 시선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요 전시를 리뷰했다.

한국관에서는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주방을 조명하고,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종종 디자인을 아름다운 외형으로만 한정 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디자인의 가치는 쓰임새를 통해 일상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많은 전시가 전자를 주목하는 반면,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보여주고자 했던 디자인 저력은 후자에 해당한다. 아름답고 유용한 디자인을 대중이 직접 누릴 수 있도록 양산 가능한 완제품 형식의 책임감 있는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번 전시 기획과 감독을 총괄한 최경란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은 ‘디자인 신명’을 주제로 제시했다. 아름답고 유용한 디자인은 기업에 경쟁력을, 대중에게는 유쾌한 에너지를 제공하니 가히 신명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그야말로 명쾌했다. 한바탕 신명 나게 펼쳐진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돌아본다.


신예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한 <뉴 이탈리아 디자인>전. 가구, 조명등, 오브제가 설치되었으며, 접시에 담긴 생활 소품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끊임없이 회전했다. 
곧 출시할 예정!
메인 전시인 <광주브랜딩>전은 광주 지역의 중소기업과 국내외 디자이너 9인이 협업해 과시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양산 가능한 완제품을 선보였다. 오딜 덱, 알레산드로 멘디니, 데니스 산타키아라, 알베르토 메다는 지역 업체와 손잡고 LED 조명등을 개발했고, 스테파노 조반노니, 한경하, 송봉규 등은 집에서 가족이 실질적으로 모이는 장소인 주방을 주제로 아름다운 주방용품을 디자인했다. 형태를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는 알베르토 메다의 ‘메카노’ 조명등과 접시마다 놓인 미니맨의 익살맞은 행동으로 위트를 더한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미니맨’ 테이블웨어,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한글이 되듯 수많은 구성을 조합할 수 있는 송봉규 디자이너의 ‘모듈러’ 트레이 등은 기존 주방용품에서 느낄 수 없던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각의 작품 위에는 완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상품 개발 전 과정을 담은 영상을 재생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디자인 가치를 전달했다. 이들 제품은 곧 산업 공정을 거쳐 실제 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대중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온 디자인을 조만간 즐길 수 있을 듯.

1 나무 손잡이에 컬러 실리콘을 입힌 주방 도구는 한경하 디자이너와 광주금형이 함께 제작한 ‘자연의 풍경을 닮은 키친 툴’이다. 평범한 조리 도구가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따스한 감성을 입은 아름다운 소품으로 탄생했다. 2 신예 도예가 이가진의 청자 작품. 50여 명의 국내외 작가가 드로잉 샌딩에 참여했다. 소쇄원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공간에 몽환적으로 펼쳐졌다. 3 한국관에 설치된 양석중 작가의 찬탁. 대칭 구조를 따르는 전통 목가구에 비대칭 구조를 가미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를 추구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순백의 몽환적 공간이 펼쳐지고 물방울 형태의 청화백자가 고아하게 놓인 광경. 본 전시에 앞서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알리기 위해 지난 4월 밀라노 엑스포 기간에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렸던 <프레-광주디 자인비엔날레>전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공간 큐레이팅을 맡은 건축가 승효상은 남도의 멋과 전통이 응축된 소쇄원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조선시대 선비의 절개를 곳곳에 담아냈다.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와 목공예가 양석중이 공간 설치에 참여했다. 순백의 공간에 펼쳐진 청자 작품 50여 점은 신예 도예가 이가진의 청자 작품에 국내외 작가 50여 명이 드로잉 샌딩 작업을 해 개성 있고 몽환적 느낌의 도자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닮은 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서양에서는 절제되고 여백의 미가 담긴 동양의 디자인을 동경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서로 다른 문화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는 외국인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점을 주목한 최경란 총감독은 외국과 견줄 때는 세 나라의 공통적 감성을 내세우되,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차별화된 점과 우리 디자인의 특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삶의 양식을 담는 그릇으로 주거 관련 디자인을 주목하고,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리빙, 다이닝, 키친 공간을 정립한 <아시아디자인허브전>을 2관에 설치했다. 한국관에서는 핵심 공간으로 주방을 조명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는 주방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공간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나무의 물성을 살린 류수현 작가의 센터피스 접시와 비대칭 구조를 강조한 양석중 작가의 찬탁처럼 현대의 첨단 기술과 전통 기법이 만나고, 디자이너와 장인이 협업한 가구, 오브제가 주방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중국관에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세속적 삶을 초월하려 한 중국 특유의 예술 세계와 삶의 지혜를 담은 가구, 오브제를 설치했다. “누가 나와 함께 앉아 있는가? 청풍명월이 내 곁에 있구나”라는 송나라 시인 소식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류태준 작가의 ‘달 그리고 나(Moon And Me)’는 달을 벗 삼아 앉아 있는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일본관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일본 정원을 이미지화했다. 일본 정원은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특징. 하시모토 가즈유키는 노송 나무를 세워 다실 코 안Ko an을 꾸미고, 데라타 겐타로는 일본에서 쉽게 구 할 수 있는 버드나무와 대나무를 소재로 입체 조형물 새 연을 제작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했다.

4 건축가 승효상이 한국 정원 건축의 진수인 소쇄원을 모티프로 공간을 디자인하고,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가 연출, 목공예가 양석중이 전시 설치물을 제작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5 일본관에 전시된 창작 다실. 하시모토 가즈유키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장치이자 다채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창작소의 개념으로 다실을 만들었다. 6 중국관에서는 전통문화와 자연의 조화로 세속적 삶을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앙에 설치한 작품은 리앙지앙궈의 ‘내추럴 프레저’. 
좋은 디자인은 함께 나누는 것
좋은 디자인은 나눌수록 가치가 더해 진다. 모마 특별전은 날마다 사용하지만 관심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의 제품으로 구성했다. 이름하여 <험블 마스터피스Humble Masterpieces>. 전시는 ‘험블 마스터피스, 모마’와 ‘평범하지만 특별한, 한국’ 두 개의 테마로 나누어 대조적으로 구성했다. 한국전에 선정한 제품은 다음 조건을 갖춘 것만 한정했다. 한국에서 생산된 것, 길이가 1m를 넘지 않고 가격은 1만 원을 넘지 않는 것, 또 가정ㆍ학교ㆍ사무실 등 일상 공간에서 현재도 사용하는 것. 이 기준에 맞춰 선정한 모나미 153 볼펜, 매표인주, 이태리타월 등의 일상 용품을 모마에서 뽑은 오브젝트와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전을 내세운 특별관에서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통해 혁신적 삶의 변화에 맞선 창의적 도전과 인간 중심의 공간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또 낙후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개혁에 가까운 인테리어, 가구 디자이너 샤를로트 페리앙과의 근사한 협업을 조명했다.

<뉴 이탈리아 디자인>전은 새롭게 주목받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다가올 디자인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장이었다. 문어를 닮은 천장 조명등, 기하학적 형태의 가구, 독특한 디자인의 쿠션, 소형 자동차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유쾌한 디자인 제품이 그 주인공. 마치 회전 초밥집에 온 것처럼 대형 컨베이어 벨트에는 생활 소품을 진열한 접시가 끊임없이 회전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마음껏 섭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미래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다
5관에는 전시의 마지막 키워드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미래의 성장을 위해 실시한 창의적 디자인의 R&D 결과물을 전시했다. 디자인 대상은 공간 디자인 및 모듈, 가구 시스템, 생활용품 등. 전시는 현재의 중요한 화두인 동서 문화의 가치 융합, 디지털 혁명, 1인 주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동시에 다뤘다. 대표적 예로 중국 칭화대 미술학원은 네 개 팀으로 나누어 급속히 진행된 중국 베이징의 도시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최유미 교수팀은 관람자가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인터랙티브한 공간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놀이 방법과 공간을 제안했다.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대학원은 ‘취하다’를 재해석해 맛, 멋, 흥, 향의 네 가지 선비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취Chi’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한국과 중국, 인도, 영국 등 국제적 디자인 교육기관과 기업이 진행한 디자인 실험의 결과물은 미래 성장을 위한 열쇠로 디자인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광주브랜딩>전이 열린 1관의 전경. 광주 지역의 중소기업과 국내외 디자이너 9인이 협업해 실제 양산이 가능한 완제품 형태의 LED 조명등과 주방용품을 선보였다. 천장에는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은 영상을 재생 중이다.


1 <광주브랜딩>전에 설치한 데니스 산타키아라의 ‘엘프’ 조명등. 열린 디자인을 지향해 형태와 조명등의 색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2 알베르토 메다와 남양조명공업이 협업한 ‘메카노’ 조명등. 3 중국 작가 류태준의 ‘달 그리고 나’. 송나라 시인 소식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달과 바람이 동행한다는 인본주의적 이상을 담았다. 4 아다미 마시밀리아노 ‘파슬 모던’은 미래에 지구의 단면을 들여다봤을 때를 가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현대사회에 디자인이 새롭게 편성되고 있는 점을 포착했다.

 5 스테파노 조반노니의 ‘미니맨’. 6 디자인R&D 관에 설치된 <그리트 더 다운 위드 디자인>전. 패션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한 업사이클링 작품을 제작, 전시했다. 중고 의류와 재고로 남은 의류, 재고로 남은 원ㆍ부자재를 사용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등 낡고 버려진 것에서 새롭고 유용한 패션을 창조했다.


Interview 최경란 총감독(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
우리 디자인을 모두가 누리는 세상을 꿈꾼다

전시 테마를 ‘디자인 신명’으로 정한 배경은?
신명은 예로부터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는 ‘흥’ 이다. 디자인을 매개 삼아 누구나 갖고 있는 내면의 흥을 끌어내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과제였다. 관람객은 멋진 디자인을 보며 안목을 높일 수 있고, 업체는 디자인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디자이너는 명성을 얻을 수 있으니 모두 신명 나게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의 반응은 어떠한가?
전반적으로 전시 를 이해하기가 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아트 피스 대신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품이나, 원하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가구, 오브젝트를 전시 아이템으로 구성해 관람객이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전문가적 시선으로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앞서 소개한 네 가지 키워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자세’에 대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고자 제시했다. 특히 동서 가치의 융합은 한국 디자인의 강점은 살리고 해외 디자인의 좋은 점은 흡수해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담았다. 세계 경제의 무대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미적 기능에서도 아시아 디자인을 흠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이 공들인 전시관은 어디인가?

1관의 <광주브랜딩>전은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 와 광주 지역 업체가 협업해 디자인을 만들고, 양산할 수 있는 완제품 상태까지 개발, 전시한 것이다. 기업은 금형을 만들어주는 대신 디자인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처음에는 제작 기간이 짧아 외국 디자이너의 우려 섞인 걱정도 있었지만,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수한 에너지와 수고, 희생을 통해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만드는 일의 가치와 노하우를 얻었다.

취재 협조 광주디자인센터(062-611-5000)

#디자인신명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브랜딩 #최경란
글 이새미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