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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우리가 먹고, 입고, 누리는 모든 것이 지구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무심코, 자주 잊는다. 하지만 뚜렷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리얼 에코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면 당신도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도시에서 농부로 살아가기 맷&렌틸 퍼브릭, 태빌크
멜버른에서 한 시간여 걸리는 작은 도시 태빌크Tabilk에 살고 있는 맷&렌틸 퍼브릭Matt and Lentil Purbrick 부부. 가공하지 않은 리얼 푸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며 ‘그로운 앤드 개더드Grown & Gathered’를 운영 중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위한 지름길이고, 지구를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 믿는다. 부부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워크숍을 열고, 쓰레기 없는 농장을 운영하는데, 채소와 과일, 꽃도 직접 재배한다. 오리와 닭에게 절대 사료를 먹이지 않고 사냥 또한 하지 않는다. 로 밀크raw milk로 만든 치즈, 발효를 거친 사워도우 브레드Sourdough bread 같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즐겨 만들어 먹는다. 집 근처 슈퍼마켓을 이용하고,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며, 포장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제철 식품만 먹는다. 지금 나에게 넘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웃과 나누고, 무엇이든 버리지 않는 것, 낭비와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플로리스트 소피아 캐플런, 시드니ㆍ파리
시드니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소피아 캐플런Sophia Kaplan. 잡지와 브랜드 화보, 웨딩 촬영에 필요한 플라워 스타일링을 한다. 아프리카에서 생산해 먼거리를 돌아오는 값비싼 장미보다는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페이퍼 데이지paper daisy, 플란넬 플라워flannel flower, 프로테아protea를 주로 쓴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 운송비가 적게 드는 로컬 과일과 채소만 구매한다. 촬영 후 남은 녹색 쓰레기는 친구들과 함께 가꾸는 작은 정원에 줄 퇴비로 만들거나, 식물의 뿌리 덮개로 재활용한다. 일상의 에코 지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로 직접 퇴비를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테라스의 작은 텃밭에서 직접 만든 퇴비로 키운 싱싱한 채소를 수확할 때마다 매우 뿌듯하다. 겨울이 되면 시드니를 떠나 바캉스 기간을 맞은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다. 최근 프랑스가 앞으로 새로 짓는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옥상 정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언젠가 파리에 옥상 정원이 딸린 집을 갖게 되기를!


지속 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다 솔라라 골드윈&테일러 크라프치크, 밴쿠버
‘해칫 앤드 시드Hatchet & Seed’라는 퍼머컬처permaculture·조경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밴쿠버의 솔라라 골드윈Solara Goldwynn&테일러 크라프치크Tayler Krawczyk 부부.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퍼머컬처 디자인 컨설턴트, 지역 파머스 마켓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진정한 에코 라이프스타일은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로컬·오가닉 푸드를 섭취하는 것이 우리 몸은 물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 몇 년간 독일의 사워 크라우트sauerkraut나 한국의 김치 같은 발효 식품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는데, 저장해 두고 1년 내내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 상태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당장 작은 텃밭을 가꾸고 싶은데 정보도 노하우도 없다면 지금 사는 도시의 지역 농부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 건 어떨까?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땅을 일구고 제철 푸드를 생산해내는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흙 만질 일 없는 도시인에게 손으로 흙을 만지고 땅을 일구며 직접 먹을거리를 기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만드는 그린 라이프 워나 배&찰리 라울러, 멜버른
멜버른 시내에서 식물·원예 디자인 스튜디오 ‘루즈 리프Loose Leaf’를 운영하는 원예 디자이너 워나 배Wona Bae&찰리 라울러Charlie Lawler 부부. 멜버른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서로 소통하고 영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든 일종의 플랫폼으로, 천장이 높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에 키 큰 나무와 잎 넓은 관엽수를 들여 실내 정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주로 규모가 큰 설치 작업부터 도시인의 실내 정원을 위한 화분, 리스, 조화도 만들고, 남녀노소 누구나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모든 면에서 저자극을 지향하는 게 부부의 라이프스타일. 로컬 푸드를 먹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원료로 만든 옷은 입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매일매일의 소소한 삶에 조금씩 자연을 들이라고 권하고 싶다. 짬을 내어 도시 정원을 산책하고, 근교의 산에 올라 나무들이 내뿜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눈과 마음을 힐링하는 것도 좋은 방법.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거창한 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리듬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에코 라이프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정원을 가꾸고, 정성스럽게 식물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보길!

#에코라이프 #그로운앤드개더드 #소피아캐플런 #해칫앤드시드 #루즈리프
글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