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타인과 마주치며 살아간다. 사람은 관계없이 홀로 살아갈 수 없고, 그래서 타인과의 소통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소통의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눈 맞춤이다. 하지만 눈 맞춤이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과도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들, 그 중에는 자폐를 앓거나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아이들 도 있다.
제일기획 이주희 프로의 경우도 가까운 지인의 아이가 자폐를 앓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 성장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그녀이기에 아이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고,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마음을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가장 가까운 사이인 엄마와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특히 좋아하고 잘 가지고 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주희 프로는 어떻게 하면 자폐라는 특성과 디지털 기기를 연결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광고 부문에서 시작한 캠페인 ‘런칭피플’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이주희 프로는 가수 김태원이 “나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게 꿈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자폐를 앓는 아이는 점차 성장하며 ‘신체적 눈 맞춤’은 가능하지만, 심리학에서 ‘눈 맞춤의 퀄리티’라고 하는 주변 상황과 타인에게 반응하는 사회적 의미의 눈 맞춤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언어 습득 능력도 떨어지고, 자연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 “그래서 저희 팀은 ‘눈 맞춤’에 포인트를 두어 국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 두 분 모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분들께서 강조하신 건 자폐를 앓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 과정을 ‘트레이닝’이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게끔 이끄는 것이었어요.”
임상 시험 결과 놀랍게도 훈련에 참여한 자폐 아동 중 총 60%가 눈 맞춤 개선 또는 표현 이해 능력이 향상되었다. “처음 종현이가 트레이닝을 시작한 게 2014년 여름방학이었는데, 그즈음 종현이 상태가 학교에 다니기 힘들 정도로 안 좋아져서 종현이 어머니께서 다니던 직장을 1년간 휴직하셨거든요. 그렇게 8주간 트레이닝을 받고 촬영도 하면서 2학기가 시작됐는데, 학기 초 담임선생님 면담에서 종현이 상태가 너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지요. 또 종현이는 학급 부회장으로 선출까지 되었어요. 자폐아 커뮤니티에서 정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거죠.” 이주희 프로는 “휴직한 지난 1년의 시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룩앳미 프로젝트 덕분에 종현이는 물론 저에게도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우리 가족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하던 종현이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룩앳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1년 6개월 동안 이주희 프로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자폐 뿐만 아니라 아스퍼거증후군 등 발달 장애 범주에 있는 어린이들, 혹은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룩앳미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의 생각.
“자폐 아이를 치료하는 트레이닝 센터에 가면 가장 먼저 ‘모든 디지털 기기와 멀리하세요’라고 해요. 아이들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하고 몰입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룩앳미 프로젝트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기술을 이용한 케이스죠. 아이들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스마트폰을 좋아한다는 점 때문에 하루 20분 이상은 사용할 수 없게끔 차단 장치를 해두었지요.” 그렇다면 룩앳미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일까. 이주희 프로는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하려면 반드시 그만큼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기술은 이만큼 뛰어나고 훌륭해’가 아닌, ‘우리가 개발한 이 기술로 어떤 사람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룩앳미 캠페인은 시작일 뿐이에요. 눈 맞추기가 모든 의사소통의 첫걸음인 것처럼요. 룩앳미를 발전시키면 스마일앳미, 톡투미가 될 수 있는 거죠”라며 포부를 밝혔다.
룩앳미 프로젝트가 올해 뉴욕의 원쇼(The One Show), 런던의 디앤애드D&AD, 칸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광고제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 마주침이 왜 그토록 우리 삶에서 중요한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가 관계와 소통의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공감과 이해가 이끌어낸 치유와 소통, ‘눈 맞춤’에 대한 남다른 생각으로 시작한 룩앳미 프로젝트는 디지털 시대에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역할은 물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감성적 포용의 중요성까지도 일깨워주었다.
- 룩앳미 프로젝트를 기획한 제일기획 이주희 프로 [눈 맞춤] 공감과 치유의 특별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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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4분간 눈을 떼지 않고 서로 바라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지난겨울 <뉴욕타임스>의 칼럼이 심리학자 아서 에런Arthor Aron의 ‘4분간 눈 맞춤을 하면 관계가 더욱 깊 어진다’는 신기한 이론을 소개했습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면 유튜브에서 동영상 ‘How To Connect With Anyone’을 찾아보세요. 낯선 남녀, 네 번 데이트한 연인, 1년간 사귄 커플, 아기를 낳은 커플, 중년 부부, 55년을 함께 산 노부부의 실험이 나옵니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눈 맞추기를 쑥스러워하지만, 서로 바라보며 시간이 흐르자 활짝 웃고, “아내와 눈 맞추는 게 이렇게 멋진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며 무릎을 치고, 상대와 예전처럼 입 맞추고 싶어하지요. 4분이 지나자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껴안고 손을 어루만지고 함께 춤추는 멋진 장면으로 끝나는 이 동영상은 5백만여 명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사랑하고 싶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고, 더욱 아껴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그 사람과 조용히 눈 맞춰보세요. 가족은 물론 반려견과 내가 사는 도시까지, 우리가 주변과 눈 맞춤을 해야 하는 속 깊은 이유를 소개합니다.글 유주희 기자 | 사진 이기석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