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이고 몽상적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는 동화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고향은 어디일까?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리옹이 정답. 리옹 여행이 여행자에게 어린 왕자가 소행성 일곱 개를 여행한 것처럼 다채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선 도시 내에 강이 하나가 아닌 두 개가 흘러 도시가 세 구역으로 나뉘는 아주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게다가 예부터 실크 무역이 발달해 메디치 가문의 귀족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상인이 리옹에 터를 잡고 살면서 프랑스 문화 속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가 혜성처럼 떨어지는 독특한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그만큼 상업이 발달하고 부유해 프랑스 최초의 은행이 파리가 아닌 리옹에서 문을 열었다. 또 온화한 프랑스 남부의 자연환경 덕분에 채소부터 육류까지, 어류부터 와인까지 각종 식재료가 풍부해 폴 보퀴즈를 비롯한 프랑스의 대표 요리사와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 대거 자리한 프랑스 식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게다가 12세기에 세운 고딕 양식의 생장 대교구 교회를 비롯해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16세기 르네상스풍의 고즈넉한 건물이 즐비한 리옹의 구시가지 전체가 1998년에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반면 강 건너 우리의 여의도같은 콩플뤼앙스Confluence라는 동네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사가 팡파르처럼 터져 나오는 현대 건축의 거리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품고 있는 리옹과 론알프 지역 여행에서 소행성처럼 빛난 몇 곳을 소개한다.
소행성 1. 리옹 구시가
여자로 비유되는 손Saone 강과 남자를 비유하는 론Rhone 강이 각각 도시로 흘러들어 마침내 도심 한편에서 만나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리옹은 자연스럽게 강을 따라 세 개의 섬처럼 나누어진다. 구시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을 지나 해발 281m의 언덕 위에 도착하면 노트르담 드 푸르비에르(Basilique Notre-dame de fourviere) 성당이 있다. 성당의 견고한 고딕 양식 건축도 아름답지만, 성당 뒤편으로 리옹 전체가 내다보이는 전망대로도 유명하다. “리오네(리옹 사람)들은 손 강 서쪽을 고전, 강 가운데 반도처럼 놓인 지역을 모던, 론 강 동쪽을 현대라고 부릅니다.” 리옹 가이드의 설명처럼, 리옹은 손 강 서쪽 지역에서 고전 문화가 싹을 틔워 강 건너 동쪽으로 넘어와 근대와 현대 문화가 꽃피웠는데 독특한 문화적 지형이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다. 리옹 구시가는 프랑스의 독특한 인형극인 기뇰의 탄생지. 사회 현상을 재치와 해학으로 풍자하는 기뇰은 프랑스 방송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데, 기뇰의 역사를 보여주는 국제인형 박물관과 기뇰박물관, 기뇰 극장인 메종 드 기뇰 등이 구시가지에 모여 있다.
프랑스 영화의 근원지도 리옹이다. 1895년 사진사의 아들인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뤼미에르 공장을 떠나며>라는 최초의 영화를 만들어 그해 겨울에 파리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상영하면서 우리가 예술영화라고 부르는 프랑스 근대 영화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리옹 8구의 필름 거리에 뤼미에르 박물관이 자리한다. 진짜 건물인지 화가의 그림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거대한 건물 벽화도 리옹의 자랑이다. 광고 포스터 주변에 그림을 그리던 것이 발전해 건물 벽 전체에 그림을 그린 곳이 많은데, 벽화 지도를 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다니는 구시가 여행도 인기다.
왼쪽 장 누벨이 기존 오페라하우스 최상층에 증축한 오페라 단원의 무용 연습실에서 바라본 리옹 구시가지. 1 도심에 두 개의 강이 흘러 아름다운 수변 경관을 연출하는 리옹 시가지 전경. 2 구시가지의 상징적 건축물인 생 장Saint-Jean 성당. 3 강을 조망하는 멋진 테라스가 있는 리옹 콩플뤼앙스의 마리나 주택은 시민에게 인기다. 사무실 빌딩과 학교, 쇼핑몰까지 갖추어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가 되었다. 이 지구의 독특한 현대 건 물 을 표 기한 콩 플 뤼앙스 지도를 들고 여행하는 것은 리옹의 어제와 내일을 살펴보는 특별한 여행이다.
1, 2 고전 오페라 대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 오페 라 공연 을 선보이 는 오페라 드 리옹.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기존의 고전적인 오페라하우스 건물의 외형을 보전한 채 지하와 최상층을 증축하고 내부 시설을 레노베이션해서 기능과 현대적 멋을 극대화한 새로운 오페라하우스가 탄생했다.
소행성 2. 리옹 콩플뤼앙스
손 강 서쪽의 고전적 거리를 지나 강을 건너 손 강과 론 강이 반도처럼 둘러 만나는 콩플뤼앙스(합류지)에서 여행자는 광속의 시간 여행을 경험한다. 건축 잡지에서 본 듯한 기이한 미래형 건축물이 펼쳐져 완전히 색다른 광경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도시의 최중심에서 문을 닫은 공장과 물류 창고가 방치되자 리옹 시는 2003년에 프랑스 최초의 민관 합작 기업을 설립해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먼저 손 강변 쪽 재생 작업을 시작했고 리옹 출신의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해 ‘미래 도시의 쇼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뷰가 멋진 마리나 주택, 이웃 간의 문화가 살아 있는 공공 구역, 공원과 레저 클러스트 등을 완성했다.
2008년부터는 개발 주도권이 온전히 공공으로 이전되었고, 2009년부터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헤어초크 앤 드 뫼롱 Herzog & de Meuron이 론 강변을 중심으로 한 2단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그들이 생각한 미래 도시의 쇼케이스는 건물 자체가 에너지원이 되는 친환경 건축, 주택, 사무실, 상업 시설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다목적 건축, 그리고 사람이 도시의 주요 에너지가 되는 것이었다. 강변을 따라 마리나 주택, 리옹이 속한 지역인 론알프 주청사, 방송국, 일본 에너지 회사, 공원과 카페 거리가 속속 들어섰고 초등학교부터 상급 학교까지 곳곳에 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12년 리옹을 대표하는 멋진 쇼핑센터까지 완공되면서 강 사이에 끼어 있던 공장 지대는 세계 사람들이 찾아와 지도를 손에 들고 현대 건축과 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엿보려고 도보 여행을 하는 멋진 미래 도시의 전형이 되었다.
3 리옹 시 협회가 인정한 최상의 식재료만 모아놓은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 . 상점에 딸린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최상의 재료로 만든 간단한 요리와 와인을 맛보며, 프랑스 식문화를 경험하고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소행성 3. 오페라 드 리옹
“보수적인 파리에서는 이런 공연을 보기 힘들어요.” 리옹 구시가지에 있는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드 리옹’이 연간 공연 프로그램을 발표하던 날, 파리에서 온 한 음악 평론가가 귀뜀해준 말이다. 여행자는 이 건물에서 건축적으로, 예술적으로 또 한 번 소행성을 건넌다. 중세 시대의 극장 건물을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블랙&레드 컬러의 극도로 절제된 ‘극장 보트’로 뒤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겉은 우아한 중세풍 석조 건물인데 로비부터 블랙 컬러 일색의 초현대적 공간이 펼쳐진다. 지하부터 거대한 기둥을 세워 마치 보트처럼 건물 상층부에 정박한 공연장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도록 설계한 건물 내부는 사방을 오직 검은색으로 처리했다. 대신 장 누벨은 유광과 무광이라는 텍스처를 동원해 검은색으로도 실내 건축의 입체감을 살려내 감탄을 자아낸다.
극장 전통에 대한 경의는 선명한 레드 컬러로 표현했는데, 로비에서 극장 내부로 들어서는 복도, 전등, 좌석의 손톱만 한 조명만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려니 수용해야 할 단원이 늘어났는데, 건물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이용 공간을 늘리는 비법으로 지하 5층까지 여러 층의 연습장을 만들고 건물 옥상에 리옹 구시가지가 훤히 보이는 돔 형태의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다. 파리의 오페라 공연이 관객의 우아한 옷차림을 구경하는 패션 경연장이라면, 리옹의 오페라 공연은 관객의 문화적 포용력과 재치의 경연장이다. 2015년의 첫 공연이 열리는 밤, 오페라 드 리옹을 찾은 관객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블랙 슈트와 블랙 드레스를 입었고 빨간 넥타이, 빨간 양말, 빨간 스카프로 장 누벨의 디자인 위에 자신을 얹었다. 그러니 리옹 여행 중에 오페라 관람을 원한다면 블랙&레드 컬러로 센스 있게 차려입기를!
4, 5 르코르뷔지에가 자신의 건축에 즐겨 사용하는 블루, 옐로, 레드, 그린의 원색으로 경쾌함을 더한 피르미니의 문화센터.
소행성 4.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
정치의 중심지이던 파리는 귀족 문화가 발달했고, 상업 중심지이던 리옹은 공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서민 문화와 부유한 상인들의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발전했다. 예를 들어 음식 문화에서는 공장 노동자에게 간단하지만 푸짐한 점심 식사를 제공하던 식당이 요즘엔 리옹만의 전통적 가정식 레스토랑인 부숑Bouchon으로 인기를 누린다. 리옹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리옹식(Lyonnais) 혹은 부숑’이라는 표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돼지 내장 요리, 돼지 곱창 튀김 등 지역 재료로 만든 간단한 요리를 식전주나 리옹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시민도 여행자도 다 같이 즐긴다. 반면 프랑스 식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리옹은 세계 요리사들이 흠모하고 존경하는 요리사 폴 보퀴즈를 비롯해 수많은 요리 대가를 배출하고 미슐랭 별점 레스토랑을 수십 군데 보유한 식도락의 성지다.
특히 최상급 식재료를 맛보며 ‘재료보다 더 훌륭한 요리사는 없다’라는 누벨 퀴진의 정신까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19세기부터 존재한 재래시장을 2006년에 현대적 건물로 재단장한 레 알 드 리옹 폴 보퀴즈의 비스트로Les halles de Lyon Paul Bocuse에서 식사하기를 여행 일정에 넣을 것. 리옹 시 협회가 리옹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식품만 엄선해 입점하게 하는 이곳에는 58개의 상점이 있는데, 몇몇 상점은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비스트로도 함께 운영한다. 폴 보퀴즈와 식문화의 가치에 대한 리옹 시민의 존경을 담아 요리 대가의 이름을 붙인 이 마켓에서는 폴 보퀴즈가 그의 레스토랑을 위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치즈 메이커, 소시지 메이커 등의 상점이 있어 종종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프랑스 요리 거장들의 모습도 이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최고급 식재료를 구경하고 구입하는 재미와 신선한 생굴과 소시지 요리를 와인에 곁들여 먹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어 요리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가 방문해도 즐겁다.
6, 7 문화센터와 마주 보고 서 있는 성 베드로 성당. 지붕과 벽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성전 내부에 마치 은하수가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8 리옹 구시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벽화. 건물 전체에 마치 동화 삽화처럼 몽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어 햇살을 맞으며 천천히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벽화 감상 여행이 된다.
소행성 5.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마을, 피르미니
리옹이 속한 론알프 주는 온화한 기온과 비옥한 토지, 여유로운 경제와 문화 환경 덕분에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 예술이 두루 발달했다. 리옹 도심에서 한 시간가량 자동차로 달리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 피르미니Firminy는 그 유명한 르코르뷔지에의 유작을 보기 위해 세계의 여행자들이, 특히 일본의 젊은 건축가들이 수시로 건축 순례를 온다. 르코르뷔지에가 죽 은 후에야 완공된 그의 마지막 공동주택이 이곳에 있고, 그가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성 베드로(Saint-Pierre) 성당과 문화센터가 운동장 양쪽으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르 코르뷔지에 생전에 완공한 문화센터는 관광객을 위한 건축과 문화 전시장이라는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반면 재정적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6년에야 겨우 완공한 성당은 특정 종교 시설에 기금을 지원할 수 없는 프랑스 법에 따라 종교 공간보다는 전시장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종교의 이치를 따르지 않아도 공간으로 종교를 능가하는 감동을 주는 게 건축이라는 예술의 전능함이 아니던가. 성당의 천장과 벽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어 론알프 지역의 빛이 그 좁은 문으로 들어와 엄숙한 실내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인도한 그곳에서 여행자는 뜻하지 않게 우주의 경이를 먼저 경험한다. 그리고 뒤이어 최소한의 건축 재료를 이용해 마르지 않는 감동을 창조한 건축가의 위대한 능력에 다시금 감동을 느낀다. 르코르뷔지에가 세계 건축사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정보나 지식 없이도 순수한 건축 순례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작고 한적한 마을 피르미니다.
1, 2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테 뒤 디자인. 공장 지대 내 건물 여러 곳을 전시장과 디자인 스튜디오로 사용한다.
3, 4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의 경험’으로,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미의 의미를 기발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표현해 방문 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5 시테 뒤 디자인은 물론 현대미술관, 생테티엔 시내와 외곽 지역 곳곳 에서 열리는 다양한 디자인 전시와 행사를 지도에 표기해 알려주는 비엔날레 책자.
소행성 6. 생테티엔 디자인 비엔날레
피르미니를 지나 자동차로 10여 분 달리면 목가적 풍경 너머로 베이징의 798 예술지구를 연상시키는 무표정한 공장이 연이어 나타난다. 오래전 프랑스 최대의 군수 공장 지대이던 이곳은 1970년대 주변 광산의 폐광으로 암흑기를 맞았다가 2009년 ‘디자인’이라는 행성의 궤도에 진입하면서 비로소 다시 빛나는 별이 되었다. 도시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대중을 위한 디자인’을 선포하고,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디자인 교육을 시키기로 한 생테티엔Saint-Etienne 시가 이 공장 지대를 복합 디자인 센터로 재단장하자 지역 주민은 물론 프랑스와 유럽 각지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2010년 유네스 코는 생테티엔을 디자인 창의 도시로 지목하며 도시의 변화를 응원했으리라. 홀수 연도의 봄이면 생테티엔 디자인 센터와 현대미술관 등 소도시 곳곳을 무대로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 3월 12일부터 한 달간 어김없이 비엔날레가 열려 세계 곳곳에서 10만 명이 훨씬 넘는 디자이너 와 관객이 생테티엔을 찾았다. 특히 올해 비엔날레는 2016년 한불 수교 1백30주년을 기념해 유네스코 창의 자매 도시인 서울
을 초청했고, 한국 여행자에게 론알프 지역과 리옹 그리고 생테티엔을 여행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6 한국 작가인 이불의 전시장 전경. 세계 미술계에서 명성을 얻은 그의 전시 오프닝에는 각국 기자는 물론 비엔날레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작가의 명성을 확인해주었다.
7 이불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진행한 디자인 전시. 서울에서 활동하는 송승용 작가와 도쿄에서 작업하는 박혜연 작가가 참여했다.
8 최경란 국민대 교수가 총감독을 맡은 시테 뒤 디자인의 한국관. 유네스코 창의 도시 서울을 대표해 전통 공예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한 1백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소행성 7.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의 한국관
한국 공예와 디자인, 그 아름다움에 대한 경험
올해 9회를 맞아 세계 45개국이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의 경험(Les sens du beau)’으로, 3월 12일부터 한 달 동안 무기 공장 지대를 복합 디자인 단지로 개조한 시테 뒤 디자인Cité du Design과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등에서 60여 개에 이르는 장내, 장외 전시가 열렸다. 또 피르미니의 성 베드로 성당 같은 주변 지역 곳곳에서 열린 80여 개의 전시와 행사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한불 수교 1백30주년을 앞두고 생테티엔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창의 도시로 지정된 서울을 게스트로 초대해, 도시 곳곳에서 ‘코레아’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시테 뒤 디자인에서는 최경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이 총감독이 되어 한국의 장인 정신을 현대적 방법으로 풀어낸 한국 작가전이 열렸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강금성 조각보 작가가 함께 작업한 프루스트 의자, 세계적 건축가인 대니얼 리벤스킨트와 박태홍 목공예 장인이 협업한 소반 등 1백40여 점의 작품에서 공예와 디자인의 한국적 교집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이 초대한 이불 작가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의 한쪽 전시장에서는 한국의 송승용, 박혜연 작가가 참여한 디자인 전시 <섬웨어 인 비트윈Somwhere in-between>이 열렸다. 또 메인 전시장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이자 세계 미술계에서 많은 팬을 거느린 이불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올 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에서는 새 프로젝트를 선보였지만, 이번 생테티엔에서는 지난 3~4년간 작업한 작품을 모아 전시했어요. 디자인 작품인지 미술 작품인지 경계는 중요하지 않아요. 순수예술과 디자인 모두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어 서로 상통하기 때문이지요. 일주일 동안 생테티엔에 머물며 작품 설치를 끝내고, 오스트리아로 가서 다른 전시 작업을 하다가 오프닝에 맞춰 생테티엔에 다시 왔어요. 이 전시는 스페인에서 이어지고 내년에는 시드니 비엔날레에도 초대받았습니다.” 4년 전부터 이불 작가 전시를 기획한 생테티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 위원회의 예상대로 그의 전시는유리와 철 등의 공업 재료를 놀라운 설치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예술성에서, 공업 도시에서 디자인 도시로 변모한 생테티엔의 정체성이 우연적 필연적으로 느껴져 비엔날레 기간 내내 화제가 되었다.
취재 협조 론알프 관광성(www.rhonealpes-tourisme.com)
- 프랑스 남부 론알프 역사와 디자인을 경험하는 여행
-
프랑스 남부의 론알프Rhone-Alpes는 리옹이 중심 도시인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자연환경, 문화, 사람의 마음과 감성까지 하나같이 비옥하고 여유로웠다. 이러한 여유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멋과 맛을 창조하는 디자인의 최적 원료로, ‘오직 리옹!(only Lyon)’이라는 수식어처럼 론알프 지역만의 독특한 여정을 여행자에게 제안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