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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따라 흐르는 하동의 맛

흙 기운 살아 있는 야생차

꽃길 따라 달리다 보면 산비탈에 박힌 차밭이 지천이다. 산등성이 따라 물결을 이루는 차나무는 수백 년간 하동의 땅에서 나고 자란 말 그대로 야생차. 우리나라 최고 차나무(천년차나무)가 있다는 도심다원은 다원8경이라 불리는 하동의 대표 야생차 다원 중 하나. 선산을 물려받아 아버지 오시영 대표와 함께 8대째 다원을 운영하는 오재홍 씨에 따르면 하동 야생차의 힘은 바로 토양이다. “땅의 힘입니다. 차가 가장 잘 자라는 땅은 기름진 토양이 아니고 돌과 자갈이 많은 거친 땅이에요. 하동의 토양은 대부분 마사토로 모래 땅과 비슷하게 척박합니다.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지요. 강수량이 많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냉해도 적습니다.”

하동에서는 차나무를 ‘잭살나무’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이 흥미롭다. 고기 잡는 작살의 모양새가 찻잎과 흡사해 작살차라 불렀고, 경상도 방언으로 잭살이 된 것. “차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그곳의 영양분을 먹고 자라기에 강인합니다. 가뭄이나 폭우 등 외부 기후에 강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향이 깊고 부드러우면서 강렬해요.” 우전차는 아무리 많은 양을 수확하고 싶어도 화개면 전체를 다 합쳐 수확량이 1백kg이 나오지 않을 만큼 귀하다. 찻잎을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따야 하기 때문이다.곡우가 시작되기 전에 하동의 우전차를 꼭 경험하시길!
도심다원 경남 하동군 화개면 신촌도심길 55 문의 055-883-2252


섬진강의 별미, 참게탕과 은어튀김

참게와 은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서식하는 대표 어종이다.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는 하동 포구에서 참게잡이와 은어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지금은 꽃게나 대게에 다소 밀린 상태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참게는 으뜸으로 치는 식재료였다. 특히 남녘 지방에서 자라는 참게를 동남참게라 하는데, 알을 배는 봄철에 가장 맛이 좋다. 양 집게다리에 가시와 함께 연한 털다발이 있다. 반면, 은어는 몸길이 15cm 정도의 길고 납작하며 오염된 하천에서는 살지 않는 고급 어종이다. 부화된 새끼 은어는 곧바로 바다로 나갔다가 이듬해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때부터 산란기인 9~10월 전까지 은어 낚시가 이루어진다. 1962년 문을 연 동백식당은 2대째 옛 화개장터 자리에서 참게탕과 참게장, 은어구이 등으로 손꼽히는 식당이다. 현재 부친의 뒤를 이어 김기영 대표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선친을 따라 섬진강에 참게 잡으러 많이 다녔어요. 벌써 40년이 다 되었네요. 지금 화개에서 참게잡이 허가권을 가진 사람은 내가 유일합니다.” 커다란 뚝배기에 시래기와 갖은 채소, 여기에 참게를 통째로 넣고 푹 끓인다. 참게탕의 맛을 좌우하는 건 장맛. 고추장을 만들 때 누룽지가 들어가는데 이것이 참게탕의 맛을 한층 더 구수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은어를 통째로 튀긴 은어튀김은 잔가시가 많아 처음엔 씹을수록 살에서 달콤한 맛이 난다. 비린내를 전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오이 향이나 수박 향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은어튀김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그보다 크기가 작은 빙어튀김을 주문하면 된다. 콩나물, 고사리, 취나물 등 각종 산나물과 매실장아찌 등 밑반찬도 하나하나 저절로 손이 가는 맛이다.
동백식당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17 문의 055-883-2439


속 풀이 해장으로 끝내주는 재첩국

재첩은 진한 갈색 줄무늬가 있는 민물조개로 하동 사람들은 강조개라는 의미로 ‘갱조개’라고 부른다. 1급수의 청정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양식이 어렵다보니 전국적으로 섬진강에서만 채취가 가능하다. 다 자라봐야 1.5~2cm의 손톱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뭐 먹을 게 있을까 싶지만, 단백질 함량이 두부보다 더 많은 100g당 12.5g이고 메티오닌과 타우린 등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다.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해장국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박우경ㆍ박점옥 부부가 1994년 문을 연 여여식당은 섬진강에서 채취한 자연산 재첩만 쓰는 집이다.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 뽀얀 재첩 국물에 간하고 부추를 송송 썰어 넣은 게 전부지만, 비릿하지 않고 개운하게 속을 확 풀어준다. 특별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에 간을 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따라서 여여식당에선 간수를 쓴다. “일반 소금을 사용하면 써서 못 먹습니다. 이것저것 해보니 간수가 제일 나아요.” 예전에는 일일이 재첩을 손질했지만 지금은 기계가 있어 편리하다. 한꺼번에 구입한 재첩은 급랭했다가 그때그때 사용한다. 수확량은 적지만 5~6월의 재첩이 가장 맛있고 장마가 오면 맛이 떨어진다. 삶은 재첩에 오이, 당근, 배, 양배추 등 갖은 채소와 초고추장, 참기름으로 버무린 재첩회무침도 여여식당 안주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여여식당 경남 하동군 하동읍 경서대로 92 문의 055-884-0080


벚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벚굴

흔히 벚꽃 필 때 먹는 굴이라 ‘벚굴’이라 부른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물속에 잠겨 햇살이 비치는 모습이 벚꽃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윤영미 아나운서의 추천으로 찾아간 하동벚굴식당 앞에는 어른 얼굴만 한 벚굴 껍데기가 탑을 이루어 식당을 둘러싸고 있었다. 때마침 강에서 벚굴을 채취하고 올라온 김선익 씨가 제철에 맞게 벚굴을 즐기라는 말로 인사를 건넨다. “자연산 벚굴은 1월부터 5월이 제철입니다. 산란기에 접어드는 5월이 지나면 독소를 품으니 조심해야 해요. 10월까지는 재첩과 은어를 즐기기 좋고, 9월 말부터는 참게가 잡혀요. 참게와 은어는 화개면 섬진강 상류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귀하지요. 섬진강 전체에서 채취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바다와 강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에 주로 자라는 벚굴은 화석처럼 단단한 껍데기에 벚꽃잎처럼 하얀 문양이 박힌 형태가 영락없이 벚꽃을 닮았다. 김선익 씨가 생굴을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매실장아찌와 고추, 묵은 김치를 함께 내왔다. 상추에 적당히 자른 생굴을 올려놓고 매실장아찌와 고추, 묵은지를 올린 다음 한 입에 싸 먹는 것. 해식굴보다는 비린내가 적어 먹기 편하고, 달큰한 매실 향과 묵은지는 조금은 밍밍할 수 있는 굴에 감칠맛을 더하는 환상의 조합이다. 석화구이를 주문하면 숯불에 구워주는데, 양푼에 굴 국물을 담고 청양고추를 넣어 국처럼 끓여 먹는 것이 생경하다. 오로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섬진강에서 만날 수 있는 요리다. 회무침, 튀김, 벚굴죽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으며, 식당에서 직접 만든 향긋한 매실 막걸리를 곁들이는 것도 잊지 말자.
하동벚굴식당 경남 하동군 고전면 재첩길 215 문의 055-883-4342

제품 협조 반짝반짝 빛나는(02-730-8373)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