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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다스리기
아무리 이목구비가 예쁜 미인이라고 해도 분노로 가득한 매서운 눈빛과 잔뜩 찌푸린 이마,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썩은 미소’가 일상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 겉모습만 가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오라’야말로 진정한 미의 필요충분조건인 것. 그렇다면 내면은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우선 분개하는 마음, 즉 분노를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강지만, ‘봄바람’, 혼합 재료, 100x100cm, 2008
분노, 참아야 할까 표출해야 할까?
최근 대한민국은 ‘분노 조절 장애자’가 일으키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결국 실형까지 선고받은 모 항공사 부사장이나 촬영 도중 후배에게 욕설을 퍼붓고 방송을 하차한 어느 여배우가 대표적 예. 이들의 비상식적 돌발 행동은 한동안 온 국민의 안줏거리였고 사람들 대부분이 비난하거나 혀를 찼다. 여기서 그들의 잘잘못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기자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순간 이성을 잃고 욱하는 것, 주위를 둘러보면 일상에서도 제법 흔히 벌어지는 일 아니던가?’ 그래서 주변의 사례를 모아 봤다. “우리 엄마는 화가 나서 열쇠를 휙 던지셨는데 그만 컴퓨터 모니터에 맞아 깨져버렸어. 그걸 내가 맞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찔한지 몰라.” “친구들과 골프 치다가 하도 공이 안 맞아서 골프채를 던져버린 적이 있어. 아이언이 그대로 그린에 꽂혀버렸는데,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남자 친구랑 차 속에서 말다툼하다가 홧김에 확 내렸는데, 고속도로 위였던 거야. 그냥 걸을까 다른 사람 차를 얻어 탈까 고민하다가 결국 꼬리 내리고 남자 친구에게 다시 연락했어” 등 다양한 제보가 들어왔다. 이와 같은 일상의 분노, 내 삶의 욱! 누구나 한 번쯤은 직접적 또 는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3백65일 기쁘기만 할 수가 없고 희로애락 감정의 파도를 넘으며 사는 게 사람의 삶 아니던가?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파도의 높낮이는 겪을 때마다 마음을 숨기는 게 좋을까, 아니면 표출하는 게 좋을까?’ <왜 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걸까>의 저자이자 하트스캔 헬스케어 부설 마인드스캔 클리닉 원장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연희에게 물었다. “전자는 감정을 억누르며 꾹꾹 참는 사람이고, 후자는 그때그때 표현하는 다혈질 사람이죠. 그런데 감정이라는 건 어디서든 분출구를 찾게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만만한 남편에게 푸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너무 참거나 ‘저 사람이 알아주겠지’ 하며 수동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면 비효과적이고 암 발병의 위험도 있습니다. 후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주눅 들게 하면서 관계를 망치고 심장병의 위험도 높지요.” 한마디로 둘 다 틀렸다는 말씀. 그렇다면 정답은? “분노가 느껴질 때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주장을 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게 미덕인 사회였죠. 그런데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감정을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고 하죠. 하지만 ‘시집가면 벙어리, 귀머거리, 장님 3년’이라고 교육받아온 기성세대는 자기주장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신세대를 버릇없다거나 대든다고 생각해요. 감정 표현에 대한 인식이 혼재된 시점이랄까요?” 김연희 원장의 분석. 이러한 시대적 특수성이 이 사회에 분노를 더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분노라는 감정은 왜 일어날까?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원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 좌절하는 경우, 고의적으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 체계와 반대되는 일이 생긴 경우, 화를 내서 통제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즉 분노를 표현한다는 건 불리해진 자신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자기 주장과 같은 의미인 셈.

“그러니 무턱대고 ‘나 화났어’ 라는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적절한 시기에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함께 공포 영화를 보자는 친구에게 “넌 왜 만날 공포 영화만 보니!”가 아니라 “오늘은 꼭 멜로 영화를 보고 싶어”라고 말하고, “넌 정말 무심해.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기나 해?”라는 말 대신 “네가 데이트 약속을 취소했을 때 난 서운했어”라는 식으로 주어를 ‘나’로 해서 간단하게 표현하는 식. 또 김연희 원장은 분노의 감정을 절대 쌓아두지 말라고 덧붙인다. “‘넌 왜 만날 공포 영화만 보니!’라고 분노를 표현한 사람은 평소에 분명히 잘 맞춰주는 성향이었을 거예요. 임상 시험에서도 보면 20년 이상 감정을 꾹 누르며 참아오다가 의도치 않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기간 쌓아둔 감정일수록 한번에 폭발하면 파괴력이 클 수밖에. 반면 작은 분노들은 조절하기 쉬우니 적당한 시점에 꼭 건강하게 표현하자.

강지만, ‘y양과찌군’, 혼합 재료, 120x85cm, 2009 
작품은 강지만 작가의 것으로, 그의 그림에는 얼굴이 큰 ‘얼큰이’라는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만 커져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얼큰이들은 삶의 무게를 담고 있지만 , 작가는 특유의 유쾌한 표현으로 고통을 치유한다. 

오해하지 말자
A는 첫돌이 안 된 아들을 안고 친구 B와 함께 동대문시장에 쇼핑하러 갔다. 옷을 보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A에게 “아휴, 이 먼지 많은 곳에 아기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기분이 나빠진 A는 쇼핑을 중단하고 집에 왔고 화가 치밀어 잠도 설쳤다. 친구 B는 A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같은 상황이었는데 A는 분노를 느끼고 B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왜일까? A는 아주머니의 말이 자신을 개념 없는 엄마라고 비난한다고 받아들였기에 불쾌해졌고, B는 아주머니가 친구의 아들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 여겼기에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이처럼 감정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런 벡Aaron Beck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사건이나 사물을 지각하고 경험할 때 마음속으로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런 인지적 평가에 정서와 행동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결국 감정의 핵심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라는 의미.

“인지적 면에서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높은 사람에게서 불안, 우울, 공황 장애가 더 많이 나타나죠.” 김연희 원장의 말. 사람의 인지는 주관적 경험의 영향 때문에 대부분 편향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가 지나치거나 부적절하게 작용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것. 어떤 기분이나 상황과 관련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면 인지 왜곡을 찾아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먹은 후 ‘또 다이어트 실패야!’라고 생각하는 건, 연속선 상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보지 않는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다. 또 자신의 차에 새똥이 떨어진 걸 보고 “난 참 복도 없지”라며 한 가지 부정적 사건이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거나 다른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분노 조절 장애 치료법 중에는 인지 행동 치료가 있다고 한다. “똑같은 상황도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연습하는 거죠. 앞서 예를 든 A와 B의 경우만 봐도,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어떤 의도로 이야기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A가 아주머니의 말씀을 비난일 수도 걱정일 수도 있겠다고 다양한 해석을 했다면 분노 지수는 분명 줄어들었겠죠?”

상담이나 일기를 쓰면 욱하는 게 줄어든다
종합해보건대 사람이나 사건으로 분노가 치밀었다면? 첫째 가급적 상황을 왜곡하지 말고 다시 바라보고,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감정 대신 사실만 전달하면 된다. 하지만 “화가 났는데도 이성을 잃지 않으면 도인이게?” “내 감정에 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상처까지 배려할 여력이 있겠어?”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김연희 원장은 놀랍게도 연습하면 충분히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감정 중추는 시상 편도체(눈이나 귀를 통해 감정 기억을 일으키며 즉각적이고 폭발적 성향을 지님)와 피질 편도체 (계획을 세우고 일의 경중을 정하는 전두엽이 작용하며 유인원과 영장류에서만 보임)로 나뉘죠. 일상에서 욱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일을 줄이고 싶다면 전두엽의 기능을 높이면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는 훈련이 그중 하나로,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상담이나 글로 표현하는 일기가 효과적이죠.”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급급하게 사는 게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감정을 객관화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단 말씀. 한편 강압적인 부모나 맞지 않는 상사 등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에 놓인 절망적 경우에도 상담하고 일기를 쓴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네,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없는 환경에 맞서서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추스르는 힘을 길러주거든요. 일반적으로 이성을 잃었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하기 쉬운데, 그럴 때 내린 결정은 대부분 나중에 후회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곤 하죠. 상담 치료는 이를 미연에 방지해줍니다.” 우울이나 불안으로 생긴 분노 상태가 지속되면 원래 잘하던 일도 못하게 된다거나 대인 관계가 위축되기도 하는데, 상담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기르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인배가 될 수 있다는 말씀!

강지만, ‘요가요가’, 혼합 재료, 116x91cm, 2013 
명상으로 마음을 마주하라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첫 단계는 무엇보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지라도, 돌이켜보면 의외로 우리는 생각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얼굴에 난 뾰루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찾아내면서도 마음에 케케묵은 분노와 부정적 감정은 방치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정신 의학에서는 뇌의 작용을 의학적으로 분석해서 감정, 즉 마음의 실체를 발견했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는 베타파와 하이베타파가 증가하고, 이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박동 수를 높이는 교감신경계가 활발해진 상태와 같아요. 반면 마음이 고요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땐 부교감신경계가 활발해지고 흔히 ‘도인의 파’라고 부르는 알파파가 증가하죠.” 김연희 원장의 설명. 그녀는 훈련을 통해 알파파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을 의료에 도입하는 추세고, 실제로 암 수술 후 명상 치료를 병행하면 생존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명상이라는 게 뭘까? 사람들 대부분이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것 정도로만 알 것이다. 그런데 눈을 감은 후에는 시선을 어디에 맞춰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는지?

마침 명상 학교 ‘원월드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마음 마주하기’ 수업이 있어 직접 들어보았다. 청담 자이요가 센터에서 매주 주 1회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마음 수업 중 하나다.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라>의 저자이자 자이요가의 대표인 원월드 아카데미 민진희 트레이너는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었다. “운전하면서 화장하고, 걷거나 밥 먹으면서 카톡 메시지 보내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가 밥 먹을 때조차 우리는 눈앞의 음식을 온전히 즐기고 누리지 못하죠. 마음이 산만해서 그래요. 이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 그게 마음의 성향입니다. 그래서 산만하게 날뛰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명상이죠.”

명상을 할 때는 최대한 몸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엉덩이 살을 끌어당겨 바닥에 엉덩이뼈가 닿게 하여 앉는다. 복부에 살짝 힘을 주고 허리를 펴고 눈을 감는다. 시선은? “앞에 넓고 시원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실은 꼭 눈을 감을 필요는 없답니다. 시각적 요인 때문에 집중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게 중요하죠.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한 점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분노가 차오르면 호흡이 가쁘고, 마음이 기쁘면 호흡이 가볍지요. 호흡은 몸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통로입니다. 그러니 호흡을 통해 날뛰는 마음도 조절할 수 있지요.” 민진희 트레이너는 매일 최소 3분씩 호흡을 통해 산만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집중력을 키우면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간은 하루에 7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래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더 나아가서는 나쁜 생각은 내보내고 좋은 생각을 찾아가는 지혜를 기르는 겁니다.” 민진희 트레이너는 오늘 하루 동안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본 후,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을 다시 되새겨보라고 주문했다. 아침에 토스트를 맛있게 만들어준 남편과 바라만 봐도 절로 미소 짓게 해주는 딸 그리고 딸을 돌봐주시는 엄마를 떠올리던 찰나, 30여 명이 모인 방 여기저기서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져 그만 생각의 꼬리가 끊기고 말았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인지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커졌다. 아마도 내 뇌에서는 알파파로 충만했으리라!

“우리는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 사람, 풍경을 놓치며 살고 있죠. 그저 좋은 생각으로 나쁜 생각을 덮자는 게 아닙니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분노 등에 사로잡혀 있다면 가까운 이의 사랑과 배려를 놓치고 말죠. 아름다운 순간은 누구의 삶에나 존재합니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며 속세에 통달한 듯 여유로운 눈빛과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민진희 트레이너. 화장, 액세서리, 화려한 옷 그 어떤 포장물로도 꾸미지 않은 그녀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지니기 위해서 고가의 영양 크림이나 수술로는 부족하다. 마음부터 단련해야 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정한 안티에이징이란 외모에 영향을 미치는 내면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느냐 하는 것 아닐까?


<행복> 독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최근 분노를 느낀 적이 있나요?
90.14% 있다 
9.86% 없다

분노를 다스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1 혼자서 걷는다. 30분 정도 걷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지금의 분노가 그다지 큰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2 잠시 그 상황에서 벗어나 딴생각을 하며 5~10초 정도 시간을 보낸다. 딴생각으로는 맛있는 거, 마사지, 쇼핑, 수영 등 내가 좋아하는 거나 평소 내 편을 들어주고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곁에서 나를 보고 있다고 상상한다.
3 열네 살 된 우리 집 반려견을 끌어안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면서 분노가 사라진다.
4 겨울옷을 세탁하는 요즘, 다운 점퍼를 두드리면서 분노를 다스린다. 아이들 장난감 골프채로 점퍼를 마구마구 두드리면서!
5 나이가 젊을 때에는 화를 잘 참지 못했다. 남편이 <탈무드>라는 책을 사주어 그걸 몇 번 읽으니 이젠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절로 터득했다.
6 조절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심하면 혼자 방 안에서 30분 명상을 하고 종이 한 장에 내 속마음을 다 쓴다. 그리고 소리 내어 세 번 읽고서 종이를 조각조각 찢어버리면 마음도 정화되고 분노가 사라진다. 분노가 생기면 타인에게 쏟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도 타인도 모두 상처를 입게 되므로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7 잡지를 산다. 가격 대비 가장 빠르게 기분을 전환해준다. 화장품 섹션을 보면 이것만 사면 피부가 화사해질 것 같다는 기대감, 요리 기사를 보면 이 식단으로 오늘 저녁을 차리면 가족이 맛있게 먹을 것이라는 상상, 인테리어 칼럼을 보면 집의 어느 부분을 고치면 기분 전환이 될 것이라는 만족감 그리고 건강이나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사를 집중해서 읽으며 정보를 얻다 보면 바로 전에 느낀 우울함이나 분노, 무기력을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잊게 된다.


도움말 김연희(마인드스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진희(원월드 아카데미 트레이너)

글 강옥진 기자 | 작품 협조 강지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