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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이 피는 별천지 하동_볼거리 하동의 속살을 만끽하는 방법 20

01 최초의 차밭에서 열리는 야생차문화축제

“전국에 차 나는 데는 많지만서도 야생에서 자란 차는 하동뿐인기라. 와, 청와대에도 안 들어가요.” 찻잎을 따다 잠시 땀을 식히고 있는 어르신에게 하동 차에 관해 여쭈어보니 자랑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어디 청와대뿐이겠는가. 역사적으로 하동 녹차는 ‘왕의 녹차’로 이름 높았다. 신라시대 흥덕왕 3년에 김대렴 공公이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도록 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전해지면서부터다. 이후 쌍계사의 진감선사가 차를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했는데, 이를 기념해 쌍계사 일대를 차나무 시배지로 지정했으며 이곳에서 매년 5월 ‘야생차문화축제’를 개최한다. “개인적으로 하동 녹차 관련 일을 하는데, 하동의 녹차밭은 보성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야생 차밭의 자연스러움이 훨씬 멋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죠.” 박상미(CJ E&M 올리브채널 마케터) 씨는 하동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야생 차밭에 꼭 가보길 권했다. 오는 5월 22일에 열리는 야생차 축제에서 하동 야생차의 깊은 맛을 음미해보면 어떨까? 야생차 축제에서는 김대렴 공의 추원비에 차를 올리는 헌다례獻茶禮를 시작으로 야생차 따기, 발효차 만들기, 찻사발 빚기, 차 품평회 등 하동 차를 보고 마시고 느낄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하동 전역에서 펼친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악양면 일원 기간 2015년 5월 22~25일 문의 055-880-2375~9

02 은빛 모래사장과 벚꽃 터널 지나 차밭까지, 하동을 걷자

하동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마을의 정겨운 돌담길, 지리산의 넉넉한 품을 만끽할 수 있는 지리산 둘레길 등 가벼운 배낭에 편한 운동화, 물병 하나만 있으면 당장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최근 꼭 걸어야 할 길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하동송림에서 남도대교를 지나 광양 다압면을 거쳐 섬진교까지 광양과 하동 지역에 속한 섬진강을 하나로 잇는 섬진강 100리 테마 로드다. 총 41.1km의 길 가운데 광양 지역은 자전거도로로, 하동 지역은 걷는 길로 나뉘어 취향대로 선택하기에도 좋다. 걷는 길 중에서 백미는 단연 ‘남다로南茶路’라 불리는 야생 녹차밭을 지나는 길. 화개장터가 있는 남도대교에서 녹차 연구소까지 한쪽엔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은빛 모래사장이, 다른 쪽엔 싱그러운 녹차밭이 펼쳐진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03 송림공원에서 새벽 명상하기

하동읍 한가운데에 자리해 자칫하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늠름한 자태로 서 있는 소나무들은 그 숲으로 들어가면, 외부 소음을 차단한 채 초록의 기운을 강하게 뿜어내어 마치 외부와 경계가 단절된 느낌이다. 송림공원의 소나무는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당시 도호부사가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것. 일종의 바람막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시간의 겹이 쌓인 근사한 노송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1천5백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으나, 현재 그 절반가량이 남아 있다. 여름에는 소나무 그늘 아래 더위를 피하는 여행자들의 쉼터가 된다고. 송림공원 노송의 멋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반드시 새벽에 가길 권한다. 마침 송림공원 근처에 숙소를 잡은 것이 행운이었다. 숲 사이에 놓인 벤치에 조용히 앉아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트와 기운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순간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작하게 내려앉은 새벽안개 너머 노송 사이에 떨어지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림 속으로 걸어온 듯한 느낌이다. 단, 새벽 6시가 되면 송림공원의 새벽을 체험하려는 단체 관광객이 숲으로 들어오니 그들보다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2107-8 문의 055-880-2377

04 섬진강 바라보며 캠핑하는 맛

전북 진안에서 발원한 물길이 225km 흘러 바다와 맞닿는 곳, 백두대간의 남쪽 끝 지리산에서 광양 백운산까지, 1천 리가 넘는 산줄기 안 68개의 물줄기가 모인 어머니의 자궁 같은 거대한 길. 하동 섬진강은 이 중 80리 길에 불과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목가적 풍경을 자랑한다. 섬진강 변을 달리면서 배꽃, 벚꽃 배경 삼고 물길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사리공원 야영장은 딱 그런 바람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총 52개 사이트가 도로와 섬진강 변에 나란히 자리하는데, 섬진강 변 사이트는 쉽게 마감되니 예약을 서두를 것. 야영장 블로그(blog.naver.com/y2mlee)를 통해 배치도를 확인한 후 예약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장, 전기 배전판과 식수대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변에 산책로와 평사리공원이 있다.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바로 연결된 평사리공원의 금잔디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물결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기거나,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아이와 반려동물이 신나게 뛰어놀기도 제격이다. 이용료는 2만 원.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77 문의 055-883-9004

05 금오산에서 바라본 일출 풍경

“하동 일출은 금오산이지!” 하동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모두 입 모아 말했다. 금오산은 지리산이 동남쪽으로 뻗은 줄기로 하동의 동쪽 남해 연안에 자리한다. 말굽 모양의 산등성이 빙 두르고 있으며, 정상의 달바위 전망이 일품인 금오산은 오랫동안 군사시설 때문에 부분 입산 금지 지역이었다. 현재 군사 시설이 철거되어 자유롭게 금오산에 오를 수 있다. 금오산의 또 다른 이름이 ‘해맞이 공원’일 만큼 아름다운 일출이 유명하다. 금오산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 악양면 구제봉인데, 이 두 곳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구제봉에 올랐다. 아쉽게도 날씨 운은 없었다. 일출 대신 더욱 아련한 푸른 새벽을 맞이했지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의 기운을 만나지 못한 것이 내내 섭섭했다. 금오산의 일출도 마찬가지다. 말간 태양의 화려한 일출을 만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라고. 그래서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바다에 자작하게 잠긴 섬과 섬 사이 떠오르는 일출은 겨울에 장관이라고 하니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금오산을 찾아보면 어떨까.
주소 경남 하동군 금남면 중평해안길

06 하동공원에서 섬진강을 내려다보다

섬진강과 하동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를 찾는다면 하동공원으로 가자. 차량으로 전망대까지 갈 수 있으므로 접근성이 좋은 것이 장점. 하동공원에 도착했을 때 심심한 풍경에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N서울타워처럼 마을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공원에는 충혼탑과 1870년에 세운 정자인 섬호정이 거리를 두고 있으며, 잘 조성된 잔디밭과 작은 정자들,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동네 뒷동산 같은 공원이지만 섬진강 하류와 하동읍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하동의 지역성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지요.” 하동을 ‘천년의 정원’이라 표현한 이동협(정원사, SBS 아트텍 본부장)은 특히 시간이 모자란 여행자에게 하동공원에 꼭 오르길 권했다. 전망대에 서면 하동읍뿐 아니라 백운산과 광양시 다압면까지 시원스레 펼쳐진다. 굽이치는 섬진강이 잘 보이는 자리에 돗자리 펴고 느릿느릿 시간 보내기 좋다.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공원길 21-29

07 국도 19번 드라이브하기

‘화개’라는 지명은 신라 성덕왕 때 붙었는데, 한겨울에도 칡꽃이 만개한다는 의미다. 사계절 꽃 피는 지역이 하동이고, 그중 봄이 가장 화려하니 드라이브만큼 꽃놀이하기 좋은 방법도 없다. 산수유, 매화, 벚꽃, 배꽃, 개나리, 진달래 등이 나란히 만개하니 어디를 달려도 꽃눈 천지였다. 봄바람에 사뿐하게 떨어지는 꽃눈 맞으며 느릿느릿 달리면 뒤차도 앞차도 서두름 없이 침묵한 듯 운전한다. 무엇보다 하동과 구례 사이,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19번 국도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하동과 구례를 잇는 물길 꽃길 만끽하며 달리다 보면, 꽃 내려앉은 양봉장과 재첩잡이가 한창인 어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19번 국도는 한마디로 절로 시심詩心이 생기는 꽃길이다.

08 우리 마음속의 이상향, 청학동에 가면…

“땅이 기름져 곡식이 잘 자라고, 삼재三災가 들어오지 않으며, 석정石井의 물을 마시면 장수하고 인재人才가 많이 나온다”는 말이 전해오는 땅이 청학동이다. ‘신선, 이상향, 그리움’과 동일시하는 땅으로, 신라시대 말 최치원이 은거한 곳이다. 해발 800m의 지리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은 과거 이상 세계를 꿈꾸는 도인촌이었다. 유교를 근간으로 하되 불교, 선교, 동학, 서학을 하나로 합한 ‘유불선삼도합일갱정유도회儒佛仙三道合一更正儒道曾’라는 교를 믿는 이들의 마을. 처녀 총각은 머리를 땋아 댕기를 드리고, 남자 어른은 상투를 틀고 여자 어른은 쪽을 찌어 흰옷만 입은 채 전통 생활을 고수하며 살았다. 현재는 많은 부분이 관광지화되었지만, 산촌 유학 온 초등학생들에게 한학과 효孝를 교육하는 대안학교 형태의 전통 서당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참고로 청학동 근처에서 머물고 싶다면, 어거정민박(055-884-1430)을 추천한다. 도인촌이 형성되기 전부터 살아온 토박이가 운영하는 황토 민박집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열두 시간 불을 때 구들을 데운다.
주소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청학동

09 백련리 도요지 하동요에서 찾은 흙 기운

하동 남쪽 마을 진교면에는 16~17세기 초에 생긴 것으로 추정하는 옛 가마터가 남아 있다. 분장, 분청, 백자, 상감백자 등을 굽던 곳으로 사기마을과 마을 뒷산에 네 개의 가마터가 있고, 이곳을 주변으로 새미골도요를 비롯해 하동요, 현강요, 춘강요 등의 도요가 모여 마을을 형성했다. 관광을 위해 조성한 인공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30년간 불과 흙을 만지는 하동요의 후암 정웅기 도예가를 만났다. “하동의 흙은 고령토로 예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데 적합했습니다. 모래 같은 불순물이 많이 섞인 것이 특징이지요. 묵직한 흙의 질감이 살아있는 찻그릇은 녹차보다 색깔이 진한 발효차나 말차와 더 잘어울립니다.” 무엇보다 백련리 도요지가 특별한 이유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도공들을 납치해 생산한 일본의 국보 찻사발인 정호다완井戶茶碗의 본산지이기 때문이다. 백련리 도요지 주변으로는 이름처럼 연꽃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는데, 연꽃이 만개하는 한여름에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여름에 하동을 찾거든 백련리 도요지에 들러 연꽃과 우리 도공의 혼에 흠뻑 취해보자.
주소 경남 하동군 진교면 백련리 사기마을 117 문의 055-882-4080

10 하동 최고 부잣집은 어땠을까? 조씨고가
조선 말기 격동하는 한국사 속에서 만석지기 가문의 몰락과 한을 그린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 그 중심 무대가 된 최참판 댁이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최참판 댁 사랑채 돌담을 지나니 최참판의 신경질적인 마른기침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소설 <토지> 속 만석꾼 대지주 최참판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조부자’는 조선 개국공신 조준의 후손 조재희다. 1백여 년 전 그가 낙향해 지은 고택엔 지금 그 손자인 아흔의 조한승 옹이 살고 있다. 조씨고가는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랑채와 행랑채, 후원의 초당과 사당 등이 불타 없어지고 안채와 방지方池만 남았지만, 예전의 위세를 가늠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16년에 걸쳐 이 집을 지었고 한창 때 하인의 수가 40~50명에 이르렀다고. 사랑채 구역, 안채 구역, 후원 구역의 세 공간으로 나뉜 고택은 경사 지형을 살려 어디서든 탁 트인 하동평야와 그 너머의 지리산 구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염집에선 볼 수 없는 깊은 방지엔 배롱나무 한 그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이라는 조한승 옹의 설명이 없더라도 절로 감탄이 나온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동상신길 73-13

11 화개장터에서 산나물과 약재 구경하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자리한 화개장터엔 있어야 할 건 다 있었다. 조선시대 화개장터는 가장 큰 오일장 가운데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화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열리던 장으로, 뱃길 따라 지리산의 산나물과 약재, 전라도 곡창지대의 쌀이나 보리, 그리고 남해안의 해산물 등이 모여들기 좋은 위치였던 까닭이다. 전국의 보부상으로 북적이던 화개장터는 해방 후 쇠락의 길을 걸으며 근근이 명맥만 잇다가 1980년대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옛 장터 자리에서 화개교 건너편으로 옮겨 현대적으로 복원한 화개장터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취나물, 고사리, 더덕, 두릅 등 각종 산나물과 황기ㆍ헛개ㆍ당귀 등 질 좋은 약재, 섬진강의 참게로 만든 참게장 등 각종 특산물은 물론 시골 장터의 푸짐한 인심까지 더해져 이제 하동에 왔으면 한 번쯤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21 문의 055-880-2383

12 운이 좋으면 삼성궁 선사를 만날 수 있다!

공식 명칭은 ‘배달민족 성전 청학선원 삼성궁’. 1983년 고조선시대의 소도(옛 선도들이 세운 성역으로 민족 전통의 성조를 모시고 고조선 화랑이 수행하던 신선도를 연마하는 곳)를 한풀선사(강민주)가 복원한 곳. 종교적 시각으로 보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민족 전통의 도맥인 선도를 지키고자 하는 그의 노력과 삼성궁의 웅장한 기운을 보면 신성한 느낌이 든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돌을 쌓아 만든 엄청난 크기의 솟대다. 한풀선사가 수십 년 전부터 손수 하나씩 쌓아 올린 솟대가 1천여 개에 달한다. 이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 때 하늘에 제사 지내던 소도를 의미한다고. 삼성궁 안에는 한풀선사가 3년간 공부한 동굴인 개천혈, 단전호흡하는 움집 등이 있으며, 신령스러운 검달길을 따라가 굴을 지나가면 환인, 환웅, 단군 영정을 모신 건국전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조용히 참배하고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머리와 수염이 하염없이 긴 범상치 않은 도인의 뒷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마침 전에 취재로 선사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진가의 도움으로 당귀를 캐던 선사와 인사를 나누고 차 한잔 나누는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우연한 행운이다. 수천 개의 솟대를 세웠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고운 선사는 강건하면서도 눈빛이 말간 선인의 모습이었다.
주소 경남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86-15 문의 055-884-1279

13 형제봉・구제봉 활공장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강과 산과 바다가 만나는 하동에 레저와 스포츠가 빠질 수 없다. 하동의 산길, 물길에 이어 하늘길을 만끽하고 싶다면 형제봉에 올라보자. 지리산 남부 능선의 끝자락이 섬진강에 잠기기 전에 우뚝 솟은 봉우리로 지리산 둘레길과 연결되어 있다. “형제봉은 공식적으로 국내에 조성된 활공장 중 해발 1115m로 가장 고도가 높습니다. 네모반듯한 무딤이들과 꽃길, 굽이치는 섬진강 위를 활공하는 즐거움이 있지요. 셀프 비행이 가능한 고급자는 형제봉에서 출발해 지리산 하강으로 장거리 비행을 즐기기 좋은 루트입니다. 패러글라이딩 협회나 지역 레저업체를 통해 형제봉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국민생활체육 전국패러연합회 이상기 이사는 전국 패러글라이딩 연합회를 통해 정식 인가 업체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구제봉 활공장에 서면 “무언가에 홀리듯 매향을 좇다 보니 어느새 악양 무딤이들(평사리들)의 동구에 들어섰다”고 박경리 선생이 쓴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이 펼쳐진다. 패러글라이딩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형제봉과 구제봉은 하동공원과 더불어 하동의 조망을 만끽할 수 있는 명당이다. 섬진강과 산자락 펼쳐진 탁 트인 조망 앞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문의 전국 패러글라이딩 연합회 02-421-7330

14 물 좋은 화개장터 막걸리 한 사발 어때예

화개터미널 맞은편 옛 화개장터 안쪽 골목에 화개합동양조장이 있다. 1973년부터 이 양조장을 운영하던 부친을 이어 이근왕 대표가 11년째 막걸리를 빚고 있다. 하동 쌀 80%와 밀가루(수입산) 20%를 주원료로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화개천의 맑은 물로 빚는 ‘화개장터 막걸리’를 내놓는다. 깜짝 놀랄 정도로 달콤한 첫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의 깔끔한 뒷맛이 특징. 매일 아침 직접 고두밥을 찌고 발효시키며 전통을 지켜나가는 이 대표의 성실함 덕에 동네 단골이 부지런히 찾는다. 다만 대규모 양조 시설에 밀려 지역 막걸리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거 양조장은 마을 사랑방 같은 곳이었어요. 누가 죽거나 혼례를 하면 제일 먼저 양조장에 술을 주문했으니 마을 소식을 가장 빨리 알 수 있었죠. 양조장이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저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678 문의 055-883-2456

15 차향이 가득한 쌍계사 템플스테이

쌍계사는 주변 산세와 지형에 따라 제 몸을 낮추고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사찰이다. 좁은 땅에 대한 묘수로 금당 영역과 대웅전 영역이 서로 다른 축으로 분할된 독특한 가람 구성을 따랐으며, 압도적이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리산 야생차를 널리 알린 신라시대 고승 진감 선사가 중창하고 일대가 온통 차나무인 쌍계사에선 5월 특별한 템플스테이에 참여할 수 있다. 명상과 예불, 공양 등 일반 일정에 더해 찻잎 따기, 해차 마시기, 차 덖음 체험, 다례 체험 등 ‘녹차 향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를 1박 2일로 진행하는 것. 번다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에 은은한 차향이 함께한다. 템플스테이와 더불어 독자 이상아씨는 쌍계사의 새벽 예불을 적극 추천했다. “북적이는 관광객 없이 스님들의 예불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경건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어요. 새벽에는 입장 요금 없이 새벽 예불을 참례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이른 시간 대웅전에서 이루어지는 새벽 예불과 해 질 무렵 범종루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쌍계사를 끝끝내 다시 오게끔 만드는 순간이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길 59 문의 055-883-1901

16 평사리 최참판 댁에서 하룻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 무대. 네모반듯한 황금 들녘 ‘무딤이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리산 능선에 터를 잡은 최참판의 기와집을 소설 속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안채, 별당, 사랑채 등 10여 동의 한옥이 조선 후기 대지주의 살림살이를 가늠케 하며 한복을 차려입고 정자관을 쓴 명예 최참판이 사랑채를 지키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주말마다 안마당에선 서희와 길상이의 혼례 장면으로 구성한 유쾌한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를 선보여 관광객의 흥을 돋운다. 최참판 댁 아래 길목엔 평사리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초가집과 물레방아, 읍내 장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 ‘김평산네(4인 기준, 3만~4만 원)’와 ‘김훈장댁(4인 기준, 3만 5천~5만 원)’이라는 명패가 붙은 한옥에선 소설 속 인물이 되어 하룻밤 머물 수 있으니 특별한 추억이 될 터. 가을의 풍성함이 무르익은 10월에는 토지문학제를 놓치지 말자. 토지문학상 시상식을 비롯해 판소리 공연과 마당극, 글짓기 대회 등 짙은 문학의 향기가 하동을 가득 채운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6-23 예약 fac.hadong.go.kr 문의 055-880-2960

17 유유자적 섬진강을 따라 카약ㆍ카누 타기
섬진강 변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커다란 고무 대야를 매달고 재첩잡이를 하는 어민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대나무 줄기로 만든 거랭이를 이용해 강바닥에 사는 재첩을 들어올리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섬진강은 카약과 카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살이 세지 않고 깊이도 적당해 초보자도 간단한 안전 교육과 패들링 스킬만 익히면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다. 지난 3월 후지타카누코리아(cafe.daum.net/fujitakayak)에서는 17명의 회원과 함께 구례 간전교에서 하동 송림공원까지 2박 3일 카약 투어를 진행했다. 2004년부터 국내 여행과 접목한 카약·카누 투어를 기획해온 조규룡 대표는 섬진강 카약은 다른 계절에도 좋지만 특히 봄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아직 서울은 꽃도 피지 않고 날도 추운데 섬진강엔 매화, 산수유, 벚꽃 등이 활짝 피잖아요. 긴 겨울 끝에 만나는 봄이라 더욱 감동이 크죠.” 화개터미널에서 송림공원까지는 대략 18km 거리로 4~5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느릿느릿 타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수달을 봤다는 사람부터 숭어, 은어까지 섬진강의 맑고 깨끗한 물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18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다원, 매암차문화박물관

올해 전국 최초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하동 녹차. 역사적 배경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중요한 바탕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하동 녹차를 아끼고 일구어나간 농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중 한 곳이 바로 매암제다원이다. 3대째 차밭을 일구며 전통 차 제조법을 발굴ㆍ보존해온 강동오 대표. 특히 하동군 악양면에서는 오래전부터 찻잎을 비비고 햇볕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발효시킨 후 건조한 작설차를 즐겨 마셨다. “이 차가 바로 홍차예요. 1882년 하동 강선비 댁에서 만들던 방식 그대로 홍차를 재현했습니다.” 투명한 붉은빛을 내는 부드럽고 깊은 향의 ‘자홍’과 3년간 홍차를 후발효해 깊고 그윽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승설향’이 매암제다원의 대표 차다. 멋스러운 고재 가구와 다기로 꾸민 매암다방은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 햇살이 아스라이 부서지는 다방 안에서 차를 우리고 계산하는 것까지 전부 셀프로 운영해 눈치 안 보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차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한 차문화박물관에도 꼭 들러보자.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문의 055-883-3500

19 지리산 비경을 만나러 가는 길, 불일폭포 트레킹

조계종을 창시한 보조국사 지눌이 머물던 불일암과 불일폭포. 쌍계사 경내에서 2km가 좀 넘는 거리니 한 시간이면 충분할 터. 하지만 비경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다. 등산길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오르막과 돌계단이 이어졌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등산 초입부터 조르르 나타났다 사라지던 다람쥐를 볼 여유도 어느새 바닥날 즈음, 너른 야영장과 휴게소가 나타났다. 불일폭포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 걸음을 재촉해 깊은 산속에 호젓하게 자리한 불임암을 지나니 호쾌하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한층 가까이 들린다.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중간에 한 번 꺾여 더욱 힘차게 아래 용추못으로 떨어진다. 천둥소리 같은 폭포 소리에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내려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그제야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차곡차곡 눈에 밟힌다.

20 지리산 최고 명당, 칠불사

지리산 반야봉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한참을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칠불사는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인 와우형臥牛形의 명당이다. 명당의 기운은 1세기경 가야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에게는 일곱 왕자가 있었는데, 그들이 출가해 지리산 반야봉 아래에서 정진하다가 동시에 성불한 곳이 현재 칠불사의 기원이 되었다. 이런 기원 설화 때문에 칠불사에선 대웅전보다 스님들의 참선 공간인 아자방이 더욱 유명하다. 특히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한 달 반이나 지속된다는 아亞 자 모양의 구들은 세계 건축사전에도 등재되었을 정도. 칠불사는 하동 녹차와도 인연이 깊다. 조선 후기 대선사이자 한국 다도의 틀을 구축한 초의선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차 백과사전 <다신전茶神傳>을 집필한 곳이며, 그 덕을 기리기 위해 경내에 선다원을 짓고 초의선사의 진영을 모시고 있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길 528 문의 055-883-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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