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뒷바라지가 나의 행복 이상권 씨의 하루는 아내의 출근과 수빈의 등교를 돕는 것부터 시작된다. 요구르트와 꿀에 인삼을 재운 간식을 아내에게 챙겨주고,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인다. 아내와 수빈이가 나간 후에는 집안을 청소하고 승빈이와 놀아준다. 수빈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품앗이 수업에 참여한다. 국어교사였던 이상권 씨의 역할은 아이들의 독서지도다. 품앗이 수업 중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 먹이고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온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시간. 아이를 씻기고 숙제를 챙겨주는 것도 그가 맡는다. 잠깐 둘러본 집안은 남자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 윤이 났다. 거실은 두 아이를 위한 도서관으로 꾸몄는데, 살림과 육아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침에 눈 뜨면 아빠부터 찾는 아이들 살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자가 얼마나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무리 엄마 대신 아이들에게 잘해준다고 해도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까, 의심할 수 있다. 보통 아이들은 아빠와 잘 놀다가도 배가 고프거나 졸릴 때, 아플 때는 엄마를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수빈이와 승빈이는 정반대다. 눈을 뜨자마자 아빠부터 찾을 만큼 아이들에게 아빠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자연 속에서 느림의 철학으로 아이를 키우다 이 가족의 보금자리는 경남 양산시에서도 좀 떨어진 한적한 시골이다.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최근 이곳에도 아파트가 들어서고 개발이 진행되어 또 다른 곳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미리 사놓은 땅에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키우고 있다. 이 텃밭은 두 아이의 살아 있는 생태체험장이자 가족의 유기농 식단을 책임지는 곳이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회색 도시의 메마른 풍경보다 초록 세상에서 자연의 시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삶을 넉넉하게 설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디지털 시대의 속도 문화보다는 자연 속에서 기다림을 배우길 바란다. 두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연과 더불어 지낸 시간이 삶에서 커다란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엄격하지만 지혜로운 아빠 육아의 힘 엄마가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아이를 키운다면 아빠의 육아는 엄격하다.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고 시험 성적을 잘 받아오는 것에 조바심을 치는 것이 엄마라면, 아빠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이상권 씨 역시 사회적인 규칙, 인성 교육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덕분에 수빈은 또래 중에서도 사회성이 뛰어나다. 어떤 상황이든지 쉽게 이해하고 적응하며, 차분하게 판단한 뒤 행동할 줄 안다.

생태체험학교를 만들고 싶은 꿈 이상권 씨는 나중에 생태체험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위해 몇 해 전부터 한 달에 두 번 생태학교 도우미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 직장을 그만둘 때만 해도 전업주부의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있기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먼저 아이들의 교육에서부터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다 보면 적당한 때가 분명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아빠에게 옛 선조들은 아버지도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육아를 아내의 몫이라고만 생각한다. “엄마와 아이의 힘 겨루기에는 한계가 빨리 찾아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는 엄마의 힘으로 통제되지 않지요. 때문에 아빠가 더욱 필요해요.”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의 몫은 다르다. 그 몫을 스스로 포기하지 말자.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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