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3일 동안 이어진 신혼여행 1996년, 남자는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리고 CD 재킷과 만화를 작업하던 프리랜서였다. 여자는 다니던 대학원을 그만둔 ‘김 빠진’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두 사람은 그 해 가을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혼집 얻을 돈의 절반가량을 여행 비행으로 쓰기로 한 두 사람은 유럽 전역과 이집트, 캐나다 구석구석을 누비고 돌아왔다. ‘왠지 나이 들면 못할 것 같아서 떠난’ 3백3일간의 나라 밖 신혼여행 이야기는 1998년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절판되었던 이 책은 2006년 봄 <이우일·선현경의 신혼여행기>(황금나침반)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8년 전에 발간한 책에 대한 반응이 이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이 부부의 생활 방식이 다른 이들보다 앞서 가는 모양.
지금도 두 사람은 여행을 좋아한다. 1년에 두 번씩은 꼭 여행을 떠난다. 지금까지 장거리 여행만 20회 이상 다녔는데, 딸 은서가 생긴 뒤로는 세 사람이 함께 다닌다. 대개 작업실을 겸한 자택에서 일만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여행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호사인 셈이다. 여행을 떠나려면 2개월 전부터 관련 출판·잡지사에 고지를 하고 예정된 일도 미리 마무리해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여행 준비다. 여행 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 것처럼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도 유별나다. 어느 지역이든 ‘문구점’에는 꼭 들르고, ‘필수 관광명소’에는 가지 않는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림 도구와 노트, 펜은 꼭 챙긴다. 이우일 씨의 애장품인 카메라 장비도 빠지지 않는다. 이 부부는 올해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다. 남편과 아내가 처음으로 개별 여행을 떠난 것. 일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들은 지금 마음에서 그리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을 보여준다.
“마흔 살에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해보려고 합니다.”(이우일) “결혼 50~60주년이 될 때에는 다시 유럽을 돌고 싶어요. 프라하와 네덜란드는 꼭 빼지 않고요.”(선현경)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 다녀온 15일간의 유럽 여행 때는 어찌나 많이 다투었던지, 한국행 비행기를 따로 타고 왔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여행이 부인 선현경 씨에게는 각별하게 여겨진다. 둘이서 떠난 장거리 여행인 데다 다투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먼저 다녀온 단기 유럽여행이 있었기에 3백3일의 신혼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서리와 눈과 태풍과 폭우를 맞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없는 것처럼, 사랑과 자유로운 부부생활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요즘 생활은 홈페이지(www.saybonvoyage.com)에서 볼 수 있다.
TV 대신 책을 ‘켜다’ 두 사람의 집에는 TV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TV 수상기는 있지만 TV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다. 수상기는 DVD 관람 용도로 쓰인다. 4년 전쯤, 이우일 씨는 TV 프로그램 수신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때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늘 TV를 켜두고 있었어요. 뉴스란 뉴스는 거의 다 찾아서 보는 편이었죠. 따져보니 하루 TV 시청 시간이 2~3시간이나 되더라고요.” 새어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과감하게 TV 수신을 끊었다. 덕분에 세 사람은 TV 대신 책과 잡지를 펴게 되었다. 그러나 은서는 아직 만화영화를 좋아할 나이. TV를 볼 수 있는 외갓집과 할머니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제일 큰 방은 딸 은서에게 대개 부부의 삶이란 아이의 출산과 함께 획기적으로 바뀐다. 생활의 중심에 아이가 있게 된다. 두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집으로 이사한 두 사람은 제일 큰 방을 초등학교 1학년인 은서의 방으로 꾸몄다. “은서의 받아쓰기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고 해요.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고, 계기가 있으면 공부도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되니까요. 저 스스로 점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고, 대학을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는 똑같은 것 같아요. 100점을 받아오니까 기쁘기는 기쁘더라고요.(웃음)” 아이 교육은 주로 엄마 담당. 그러나 선현경 씨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실히 아이 교육에는 신경을 안 쓰게 된다(웃음)”고 한다. 대신 은서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하게 해준다. 요즘 은서가 배우는 것은 발레와 미술이다.
무엇이든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이우일 씨는 물건 사는 걸 좋아한다. 장난감, 음식, 그릇, 책 등 장르 불문하고 쇼핑 자체를 즐긴다. 이사할 때 세어보니 책을 담은 박스만 1백 개나 되었다. 집안 곳곳에 개봉하지 않은 꼬마 인형들도 제법 많다. 이우일 씨는 아내가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동행한다. 10년째 단골인 집 인근의 쇼핑센터에 선현경 씨 혼자 등장하면 상인들은 묻는다. “오늘은 왜 혼자 왔어?”
가족생활이 작품의 소재 선현경 씨는 만화가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만화가가 된 것은 남편 이우일 씨의 적극적인 조언 덕분이다. 은서를 낳은 뒤 쉬고 있던 그에게 남편은 만화 작업을 제안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게 되었고 아내의 명성도 높아졌다. 가끔 이우일 씨는 부인 찾는 전화를 받는다. “이우일 씨인가요? 선현경 씨 좀 바꿔주세요.” 서로의 작품을 보는 첫 번째 독자인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 특히 선현경 씨의 작품 중에는 가족생활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더욱 엄정하게 평가하고 성의 있게 대화한다.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는 선현경 씨의 작품 이면에는 주관적인 경험을 보편 정서에 호소하는 만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부부간의 대화와 첨삭 과정이 숨어 있다.
(위) 이우일·선현경씨 부부는 생일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만든 카드를 선물로
주는데, 해마다 그 실력이 향상된다.
지금도 두 사람은 여행을 좋아한다. 1년에 두 번씩은 꼭 여행을 떠난다. 지금까지 장거리 여행만 20회 이상 다녔는데, 딸 은서가 생긴 뒤로는 세 사람이 함께 다닌다. 대개 작업실을 겸한 자택에서 일만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여행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호사인 셈이다. 여행을 떠나려면 2개월 전부터 관련 출판·잡지사에 고지를 하고 예정된 일도 미리 마무리해야 한다. 이것이 유일한 여행 준비다. 여행 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 것처럼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도 유별나다. 어느 지역이든 ‘문구점’에는 꼭 들르고, ‘필수 관광명소’에는 가지 않는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림 도구와 노트, 펜은 꼭 챙긴다. 이우일 씨의 애장품인 카메라 장비도 빠지지 않는다. 이 부부는 올해 처음으로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다. 남편과 아내가 처음으로 개별 여행을 떠난 것. 일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들은 지금 마음에서 그리고 있는 또 다른 계획을 보여준다.
“마흔 살에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해보려고 합니다.”(이우일) “결혼 50~60주년이 될 때에는 다시 유럽을 돌고 싶어요. 프라하와 네덜란드는 꼭 빼지 않고요.”(선현경)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 다녀온 15일간의 유럽 여행 때는 어찌나 많이 다투었던지, 한국행 비행기를 따로 타고 왔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여행이 부인 선현경 씨에게는 각별하게 여겨진다. 둘이서 떠난 장거리 여행인 데다 다투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먼저 다녀온 단기 유럽여행이 있었기에 3백3일의 신혼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서리와 눈과 태풍과 폭우를 맞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없는 것처럼, 사랑과 자유로운 부부생활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요즘 생활은 홈페이지(www.saybonvoyage.com)에서 볼 수 있다.
TV 대신 책을 ‘켜다’ 두 사람의 집에는 TV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TV 수상기는 있지만 TV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다. 수상기는 DVD 관람 용도로 쓰인다. 4년 전쯤, 이우일 씨는 TV 프로그램 수신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때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늘 TV를 켜두고 있었어요. 뉴스란 뉴스는 거의 다 찾아서 보는 편이었죠. 따져보니 하루 TV 시청 시간이 2~3시간이나 되더라고요.” 새어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과감하게 TV 수신을 끊었다. 덕분에 세 사람은 TV 대신 책과 잡지를 펴게 되었다. 그러나 은서는 아직 만화영화를 좋아할 나이. TV를 볼 수 있는 외갓집과 할머니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제일 큰 방은 딸 은서에게 대개 부부의 삶이란 아이의 출산과 함께 획기적으로 바뀐다. 생활의 중심에 아이가 있게 된다. 두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집으로 이사한 두 사람은 제일 큰 방을 초등학교 1학년인 은서의 방으로 꾸몄다. “은서의 받아쓰기 점수가 높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려고 해요.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고, 계기가 있으면 공부도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되니까요. 저 스스로 점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고, 대학을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에 대한 기대는 똑같은 것 같아요. 100점을 받아오니까 기쁘기는 기쁘더라고요.(웃음)” 아이 교육은 주로 엄마 담당. 그러나 선현경 씨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실히 아이 교육에는 신경을 안 쓰게 된다(웃음)”고 한다. 대신 은서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하게 해준다. 요즘 은서가 배우는 것은 발레와 미술이다.
무엇이든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이우일 씨는 물건 사는 걸 좋아한다. 장난감, 음식, 그릇, 책 등 장르 불문하고 쇼핑 자체를 즐긴다. 이사할 때 세어보니 책을 담은 박스만 1백 개나 되었다. 집안 곳곳에 개봉하지 않은 꼬마 인형들도 제법 많다. 이우일 씨는 아내가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동행한다. 10년째 단골인 집 인근의 쇼핑센터에 선현경 씨 혼자 등장하면 상인들은 묻는다. “오늘은 왜 혼자 왔어?”
가족생활이 작품의 소재 선현경 씨는 만화가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만화가가 된 것은 남편 이우일 씨의 적극적인 조언 덕분이다. 은서를 낳은 뒤 쉬고 있던 그에게 남편은 만화 작업을 제안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게 되었고 아내의 명성도 높아졌다. 가끔 이우일 씨는 부인 찾는 전화를 받는다. “이우일 씨인가요? 선현경 씨 좀 바꿔주세요.” 서로의 작품을 보는 첫 번째 독자인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 특히 선현경 씨의 작품 중에는 가족생활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더욱 엄정하게 평가하고 성의 있게 대화한다.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는 선현경 씨의 작품 이면에는 주관적인 경험을 보편 정서에 호소하는 만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부부간의 대화와 첨삭 과정이 숨어 있다.
(위) 이우일·선현경씨 부부는 생일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만든 카드를 선물로
주는데, 해마다 그 실력이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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