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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디지털 비만자’인가요? 디지털 다이어트

구글 수석 마케팅 매니저 대니얼 시버그
고백하건대 나 역시 스마트폰 중독자다. 스마트폰 알람을 끄자마자 가장 먼저 밤새 도착한 ‘카톡’을 확인하고, 날씨를 체크한 뒤 소셜 네트워크의 타임라인을 손가락으로 움직이며 확인하지 못한 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취재 소스를 얻거나, 메모를 하거나, 은행 업무를 위해서도 스마트폰은 늘 손바닥 안에 있다. 살뜰한 사용으로 스마트폰 배터리가 10%미만으로 떨어지면 불안과 상실감이 밀려와 충전하기 위해 눈물겹게 고군분투한다.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라고 외쳐 봐도 이미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는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3년 만 10~54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폰 중독 현황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전 국민의 11.8%로 2011년 대비 2.4% 상승했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성인보다 약 2.9배 높고 2011년 이후 매년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97.5%)와 뉴스 검색(88.9%)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는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매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다른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나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구글 마케팅 매니저 대니얼 시버그 Daniel Sieberg는 디지털 기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대표적 사람이다. 그런 그가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간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점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금쪽’같은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소비하는 사람을 ‘디지털 비만자’ 혹은 ‘디지털 노예’라고 표현했다.

그의 책 <디지털 다이어트>는 바로 디지털 비만자가 시간의 주인으로 되돌아오는 시간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한다. “나는 사이버 공간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그곳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디지털 다이어트의 목표는 바로 이렇게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라고 서문에 쓴 것처럼, 디지털 다이어트는 디지털 기기에 얽매인 내 시간을 되찾는 과정이다. 그가 제안하는 28일간의 디지털 다이어트를 통해 잃어버린 ‘내 시간’을 되찾아보자.


1~2일 차 디지털 기기와 결별하기
커피 메이커, 냉장고, 무선 인터넷 라우터, 아이팟, 아이폰, 디지털카메라, 아이패드, 애플 맥북 등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기기를 생각 나는 대로 노트에 적는다. 기기를 전부 기록했다면, 각각의 기기에 대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보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인지, 그 물건의 주체가 누구인지, 포기하고 살 수 있을지…. 그리고 노트에 적은 디지털 기기를 실제 상자에 담는다. 자신이 쓰던 디지털 기기를 한곳에 모아두고 필요에 따라 전원을 차단하며 기기를 보자기로 덮어씌우자.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선택해 그 사람에게 SNS 관련 비밀번호를 바꿔달라고 부탁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있다. 텔레비전을 볼 때 소파에 편히 앉거나 가족과 있게 마련이다. 그 시간에 우리는 다른 소란스러운 전자 제품들에서 해방되어 긴장을 풀 수 있다.

3~5일 차 인터넷 사용을 일시 중지하기
이틀 동안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 시간을 하루에 최대 30분까지로 제한해보자. 여기에 필요한 경우 다른 기기와 서비스에 15분을 추가로 허용한다. 시간을 확인한다는 핑계로 스마트폰을 슬쩍 들여다보지 마라. 늘어난 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오래전부터 하고 싶던 일을 한다. 산책을 가거나 편안한 저녁 식사를 즐기고, 박물관에 가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 중요한 것은 이런 일들을 온라인상에 게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SNS에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글을 깨끗이 지우고 당분간 아무 글도 올리지 말자. 페이스북에 업데이트된 새 글을 읽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의 글은 어떤 것이든 삼가야 한다.

6~8일 차 디지털 기기 없는 3일을 평가하기
‘고립된 기분이었는가? 자신감이 늘었거나 자아 성찰을 하는 시간이 더 늘었는가? 내가 없는데도 인터넷 세상이 돌아간다는 생각에 두려웠나?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는가?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자신에게 지난 며칠 동안의 디지털 기기 없는 삶이 어땠는지 질문해보고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들여다보자. 두 번째는 인간관계를 재점검하는 일이다. 친구의 유형을 ‘직접 만남’ ‘목소리로만 만남’ ‘글로만 만남’으로 구분하고 그 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한다. 이를 통해 사람은 어떤 범주로 구분하는지 알아볼 뿐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유도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삭제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인터넷 사용 시간의 일부분을 삭제 버튼을 누르는 데 사용하자. 메일 보관함에 남은 이메일이 다섯 개에서 열 개 정도만 되도록 해보자.

9~11일 차 현실에 발 디디기
자기 머리와 다리를 사용해 운동을 하자. 테니스공을 손에 쥔 채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팔을 앞으로 쭉 뻗어라. 테니스공을 15~20회 움켜쥐었다가 휴식을 취하고 나서 이 동작을 반복한다. 하루에 5~10분가량 이 동작을 반복하면 양손의 통증은 줄어들고 유연성이 향상된다. 만보계를 구입해서 하루에 1만보를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애플리케이션은 두 페이지로 정리한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7~10일이면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에 싫증을 느낀다고 한다. 하나씩 확인해보고 필요하면 남겨두고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자.

12~15일 차 삶의 주도권 찾기
온라인 사이트 벨리젠ValleyZen은 글과 동영상, 블로그 포스트 등을 통해 단순함과 효율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에 자신이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기술의 노예를 기술의 주인으로 바꾸는 일곱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1 비대칭과 불균형 이메일을 계속해서 확인하지 말 것.
2 번잡스러움을 줄인 단순함 좋아하는 인터넷 사이트 방문을 최소화하고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폐쇄하며, 너무 많은 디지털 기기를 피할 것.
3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는 금욕 정신 자신이 사용하는 전자 기기, 인터넷 서비스, 심지어 연락하는 사람까지 줄일 것.
4 자연스러움과 강요되지 않은 창의성 자신의 마음이 디지털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을 향하도록 할 것.
5 단순한 드러냄이 아닌 깊이 자신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흥밋거리를 찾지 말고 지금 현재의 삶과 순간을 놓치지 말 것.
6 형식과 습관으로부터 탈피 정기적인 로그인이 나쁘지는 않지만 잠시 그런 것과 멀어져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껴볼 것.
7 평온함과 활기로 가득 찬 고요함 산책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다른 감각을 사용해볼 것.

16~18일 차 인간관계 회복하기
50개의 담벼락 축하 글이 한 장의 생일 카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우편함에 배달된 소박한 카드 한 장은 여전히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SNS에 의존하는 인간관계는 수동적인 관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다섯 통의 이메일을 보내자. 아주 개인적 내용으로 가치 있는 글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자. 그 이메일을 따뜻하고 진심 어린 것으로 만들어보자. 가족이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 어떨까? 가족 블로그를 만들면 자녀의 사진을 올릴 수 있고 각자의 일정을 공유하며 다른 일가친척과도 연락을 유지할 수 있다. 단, 게시물 공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집 주소 같은 개인 정보는 올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다른 사람이 공유할 수 없도록 설정하자.

19~23일 차 디지털 경계선 만들기
언제 휴대폰을 받고 언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때 전화를 걸고 어떤 때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 등 모든 것의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 15분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후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5분을 사용해보자. 5분간 휴식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공기를 들이마시며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적어보자. 15분 대 5분 깊은 명상에 잠길 필요도 없고 우주의 생기나 특별한 것을 끌어오느라 애쓸 필요도 없다. 하루에 어떤 디지털 기기와도 접촉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자. 그 시간이 되면 자신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아예 전원을 꺼버리자. 자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기술로 연결된 모든 사람 사이의 경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4~28일 차 지속 가능한 디지털 다이어트 시도하기
불필요한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을 줄이자. 우리는 휴대폰 두 개 이상, 이메일 주소 네 개, 수시로 접속하는 사이트 20개, SNS 계정 세 개가 필요한 사람인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집중하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의 제한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그들을 동참하게 만들자.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입한 SNS 사이트에 집착하지 말자. 거기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며 보낸 시간과 에너지를 가져와 가족에게 좀 더 쏟자. 사랑을 담아 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인생은 짧다. SNS에 허비하는 시간이 자신의 실제 사회생활과 경험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지 말자.


구글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인 대니얼 시버그는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하며, 디지털 기술을 소개해왔다. 그는 저서 <디지털 다이어트>를 통해 우리가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소비하는 시간을 되찾을 수 있도록 ‘28일간 삶의 질 개선 프로젝트’를 실용적으로 제안한다. 한층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지털 시간 사용 방법이다.
대니얼 시버그 지음, 교보문고

글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