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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도서관 여덟 곳 책 읽고 싶은 당신에게
책과 친해지기 좋은 계절,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보면 어떨까? 숲 속 한가운데서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학창 시절 즐겨 보던 만화책이 가득하고, 심지어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이색 도서관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을.

향이 피어나는 숲길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1 좌식 테이블이 있는 넓은 창가는 공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2 문화 강좌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색을 입힌 동물 도자기.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34-3(삼청공원 내) 문의 02-734-3900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둘째・넷째 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 휴관 

도서관은 풍경 속에 녹아 있다. 사방의 큰 창과 천창을 통해 부드러운 햇살이 도서관 구석구석을 비춘다. 청운동 윤동주문학관으로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이소진(아뜰리에 리옹)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답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북촌 주민들이 결성한 북촌인심협동조합이 운영한다는 점. 조합원 중 열두 명이 도서관 운영에 참여해 어떤 이는 맛있는 커피를 뽑고, 또 다른 이는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마을 공동체의 정을 느낄 수 있다. 퀼트, 종이공예 등 강좌를 진행하는데, 금세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동네에선 이미 명물. 도서관 서가에는 삼청공원 유아 체험숲과 연계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자연 학습 도서는 물론, 인근 감사원 등 직장인도 읽을 만한 인문학 도서도 두루 갖추었다.


그림책 보며 상상력 키우기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1 아이들이 놀이하듯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민 그림책 자료실 1층.
2 다락 등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아이 취향에 맞춰 구석구석 숨을 공간이 많도록 꾸민 그림책 자료실 2층. 
주소 전남 순천시 도서관길 33 문의 061-749-3449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아이들이 좀 더 많은 그림책을 접할 수 있도록 순천시에서 국내 최초 그림책 전문 도서관을 열었다. 엄숙한 도서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이들 몸에 맞춘 푹신한 소파나 부드러운 매트 위에서 편안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고, 떠들거나 뛰어다녀도 나무라지 않는다.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아이들은 금세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국내 단일 도서관으로는 최대인 5천여 권의 국내외 그림책이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이다.
그림책 속 주인공을 더욱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그림책 작가의 원화 전시회와 인형극도 연다. ‘도깨비 작가’로 잘 알려진 한병호 작가의 원화 전시회를 11월 2일까지 진행하며,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인형극 <황소와 도깨비>도 관람할 수 있다.


한옥 마당에서 책 읽는 즐거움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1 한옥의 구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철제 구조로 포인트를 줬다. 
2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한옥 체험 등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길 43 문의 02-928-1133
운영 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첫째ㆍ셋째 주 화요일과 공휴일 휴관 

정육점과 철물점 사이에서 홀로 옛 종로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던 이 한옥을 종로구가 매입해 동네 아이들과 주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재단장했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외부 벽돌 등 기존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렸다. 한옥도서관은 안쪽에 작은 마당을 품고 있는 ‘ㄷ’자형 구조로, 딱딱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책이 많은 친척 집에 놀러 온 기분이다. 서가에는 그림책이나 자연 학습 책이 많고 전통문화와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도서도 다수 갖추었다. ‘도담도담’이란 이름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우리말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었다. 넓지 않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해 지역 어린이를 위한 한문 교실과 전통 공예, 1박 2일 한옥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행가를 위한 도서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은은한 조명과 기하학 구조의 천장이 인상적인 도서관 내부. 달걀이 들어간 ‘스웨디시 에그 커피’를 마시거나 체코 흑맥주 ‘코젤다크’를 맛보자. 여행의 추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18 문의 02-3485-5509 운영 시간 화~토요일 정오~오후 9시,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아날로그 사운드의 수동식 비행기 안내판이 30분마다 ‘드르르’ 경쾌한 소리를 내고 전 세계 도시의 지도를 모아놓은 1층 북카페는 공항의 생동감과 닮아 있다. 오직 계단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1.5층에는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전문 여행 저널이 여행자를 맞이하고, 여행을 주제로 한 감각적 영화를 상영한다. 조명이 은은한 2층은 그야말로 책의 동굴이다. 높낮이가 불규칙한 천장 아래 숨은 공간을 발견하고 투명한 구름다리를 지나다니는 것은 그 자체로 모험이자 여정이다. 지역별ㆍ테마별로 엄선한 1만 4천여 권의 여행책은 세계적 전문 북 큐레이터 네 명을 비롯해 전문가의 손길로 섬세하게 선정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여권이 필요하듯, 이곳에선 현대카드가 있어야만 입장(동반 1인 포함)이 가능하다.


책의 숲을 헤매다 지혜의 숲
높이 8m의 대형 서가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지혜의 숲1’. 지혜의 숲을 비롯해 파주 출판도시 전역에서 12월까지 ‘출판도시 인문학당’이 열린다. 매주 토요일 재즈와 인문학이 만나는 북 콘서트 ‘토요 정기 강연’과 영화, 클래식, 철학 등을 주제로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심층 강좌’, ‘책방거리 프로그램’ 등 골라 보는 재미가 풍성하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파주출판도시 내) 문의 031-955-0050
운영 시간 지혜의 숲1 오전 10시~오후 5시, 지혜의 숲2 오전 10시~오후 8시, 지혜의 숲3은 24시간 운영한다. 

사람들에게 책이 잊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이는 아무래도 공들여 책을 만드는 이가 아닐까. 우리나라 유수의 출판사가 모인 파주출판도시에 지난여름 문을 연 ‘지혜의 숲’은 이러한 안타까움에서 탄생했다. 한 개인의 서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서재가 되길 꿈꾸며 여러 이유로 사라질 상황에 놓인 연구자, 학자, 저술가의 책을 기증받아 서가에 꽂아두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8m 높이의 서가를 빼곡하게 채운 책의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지혜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해 도서관의 사서 대신 ‘권독사勸讀司’를 두었다. 권독사는 독자에게 책을 안내하고 권하는 자원봉사자다. 혹시 모를 책의 훼손을 막는 역할도 한다.

서가의 다른 한쪽은 출판사들이 반품받은 도서를 기증한 코너로 꾸몄다. 책의 구분 역시 기존의 도서 분류를 따르지 않고 출판사별로 나누어 한 출판사의 출간 변천사와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지혜의 숲에 책을 기증한 학자, 연구자를 비롯해 유명 지식인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와 독서 편력을 강의하는 흥미로운 독서 프로그램도 매주 진행한다.


추억의 만화방 녹번만화도서관
1 로맨스, 무협, 스포츠, 추리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만날 수 있는 녹번만화도서관. 
2 버스 정류장을 떠올리게 하는 작지만 알찬 도서관 외관. 3.5평 남짓한 공간은 작지만, 만화책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 245 문의 02-356-1676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6시,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 매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 휴관

만화책과 잡지의 출간일이 다가오면 만화방 주인아주머니에게 예약을 해두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워 주인공의 대사를 읽고 또 읽은 추억.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툰이 익숙한 요즘 학생들이 알지 못하는 감성이 그 시절엔 있었다.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녹번만화도서관은 그 시절의 추억이 방울 방울 솟아나는 공간이다. 2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마치 내 방 벽에 기대 만화책을 읽던 기분을 떠올리게 한다. 2천여 권의 만화책은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목록은 기대한 것 이상이다. 한창 연재되는 <원피스>의 최신호인 74권을 비롯해 드라마 제작까지 거론되는 만화 <밤을 걷는 선비> 역시 만날 수 있다.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와 우리나라에 와인 열풍을 몰고 온<신의 물방울>, 영화로도 제작된 <그대를 사랑합니다>, 무협 만화의 스테디셀러 <열혈강호>등 검증된 만화들이 우선적으로 서가에 자리를 잡았다. 보고 싶은 만화책은 신청하면 선별해서 한 달에 한번 일괄 구매한다. 만화의 특성상 대여는 불가하고 도서관에서 열람만 가능하다.


가족 모두를 위한 독서 캠핑 오산 꿈두레도서관
1 오산 시민이 기증한 도서로 채워지는 중앙 아트리움 서가. 
2 주말에 가족과 별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캠핑장. 가족과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책을 읽는 낭만적인 하룻밤을 위해 경쟁이 꽤 치열하다. 매주 주말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 방원석 작가가 기증한 3천여 권의 책 중에서 발견한 문학 잡지. 
주소 경기도 오산시 세마역로 20 문의 031-8036-6520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과 법정 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 매월 셋째 주 월요일 휴관 

아이와 책을 읽고 서로 읽은 내용을 나누며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떨까? 오산시 세교 신도시에 개관한 꿈두레도서관은 새로운 독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근 오산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와 부모가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1박 2일 독서 캠프를 마련한 것. 엄마나 아빠와 자녀 또는 친구가 짝을 이룬 20팀의 참가원은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게임에 참여하고 어린이자료실의 책을 마음껏 읽은 뒤, 도서관 안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잘 수 있다. 책에 둘러싸여 보내는 하룻밤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뜻깊은 추억을 남긴다. 지하 공연장에선 매주 인형극과 통기타 연주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펼치고, 도서관 중앙 아트리움에 작은 갤러리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연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책은 오산 시민이 기증한 도서. 처음엔 텅 비어 있던 서가가 3천여 권을 기증한 방원석 작가를 비롯해 시민의 참여로 점차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이곳의 도서는 자유롭게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시민 모두의 서가다.


전통문화를 배우다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1 소나무로 지은 한옥도서관 내부. 목조로 짠 지붕 골조 위에 유리를 덮은 1층 책이야기마당은 사계절 다른 분위기를 낸다. 
2 훈장님에게 수업을 듣는 서당 모습을 재현해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주소 서울시 구로구 고척로2바길 7 문의 02-2611-8200
운영 시간 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 휴관

전통문화를 동네 도서관에서 배운다면 어떨까?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은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이다. 2층의 주동과 1층 규모의 별동으로 나뉜 한옥이 나무 기둥만으로 지붕을 떠받친 회랑으로 연결된 모습은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에서 착안한 것.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건축가 조정구(구가도시건축)가 한옥의 공간감을 살리면서도 실용적인 도서관을 완성했다. 소나무로 지은 도서관은 어딜 가나 솔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활짝 열린 문지방 넘어 햇살과 바람이 자연스레 흘러 들어온다. 2만여 권의 보유 도서 중에는 <한옥, 몸과 마음을 살리는 집>처럼 우리의 전통과 역사 관련 서적이 70%에 달한다.

1층 자료실 옆 ‘책이야기마당’에선 엄마와 어린 자녀가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 조금 더 큰 아이는 구석진 곳을 찾아 2층 다락방(꿈다락방)으로 올라가곤 한다. ‘훈장님과 함께 하는 하늘 천 따지 수업’ 등 한옥 체험과 전래 놀이 체험 등 한옥도서관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인기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유생처럼 두건과 도포를 착용하고 과거 시험을 체험해보는 행사를 회랑 앞마당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글 이정선 | 담당 신진주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