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행복이가득한집>과 동그라미회가 함께하는 행복 나눔 바자회
태어난 지 2주일도 안 된 아기가 오물오물 있는 힘을 다해 엄마 젖을 빨려 합니다. 그런데 한참 용을 써도 이 순수한 생명의 배는 채워지지 않고 헛트림만 하니 날이 갈수록 아기의 몸이 앙상해집니다. 젖을 무는 아기는 얼마나 답답하고 열 달을 품어 세상을 보게 해준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까요. 이처럼 선천성 안면기형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위해 <행복>이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마음과 정성을 나누려고 10월 25일에 ‘행복 나눔 바자회’를 엽니다.

동그라미회 출범 당시 배금택 작가가 영심이 캐릭터를 기증했고, 최근에는 최종일 대표가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를 제공해주었다. 
아이가 이처럼 생의 사투를 벌이는 까닭은 구순구개열 환자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윗입술과 잇몸, 입천장이 갈라지고 입과 코의 연결 부위에 구 멍이 나 빨기, 씹기, 말하기, 듣기, 삼키기 심지어는 숨쉬기, 표정 짓기 등에 장애가 생기는 선천성 기형 장애지요. 그래서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영양실조와 부정교합, 청력 상실과 언어장애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또 성장기에는 얼굴 모양 때문에 놀림을 받아 평생 마음에 상처를 받고 살겠지요.

우리나라 구순구개열 발병률
외국의 두 배 기존 학계는 구순구개열 발병을 유전적 영향으로 보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먹거리나 공해 등 환경 요인이 더 크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놀라운 건, 우리나라 구순구개열 환자 발병률이 5백44명 중 한 명으로 1천 명 중 한 명인 선진국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많은 우리의 아이와 가족이 이 가슴 아픈 병으로 평생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얼굴의 상악골과 하악골 중 한쪽만 자라 아이가 성장할수록 얼굴이 기형으로 일그러지는 반안면왜소증도 구순구개열 못지않게 힘든 병입니다. 이처럼 안면 기형 장애는 외모 문제뿐 아니라 씹고 편히 숨 쉬는 기본 생존 활동은 물론 얼굴 각 기관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 아이와 가족의 삶이 온갖 고통과 고생으로 일그러지는 힘든 병이지요.

1, 2, 3 아이들이 평소 하지 못하던 물놀이와 다양한 활동을 신나게 만끽하도록 해마다 동그라미 캠프에는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안전과 진행을 돕는다.
아기 때부터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어요
구순구개열을 포함한 안면 기형 환자는 어릴 때 적절한 시기에 수술과 치료를 해야만 신체와 정서의 성장, 발달이 알맞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여러 번의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성장이 끝나는 16~18세까지 계속해서 관찰, 치료, 수술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 성형외과는 기본에 안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분과의 협업은 물론 학업과 외출 등 정상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가족의 정서 치료까지 필요한 지난하고 긴 여정이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치료할 엄두조차 못 내는 슬픈 현실입니다.

교정학 전문의 김재찬 박사는 서울대학교에 재학한 1973년, 한 교수님을 따라 이른바 ‘언청이’라고 부르던 구순구개열 환자 무료 진료 봉사를 하는 전주에 갔습니다. 당시 의료 시설이 충분치 않아 어린아이에게 국소마취를 하고 걸상에 아이를 묶어 치아와 얼굴을 수술하는 가슴 저린 경험을 한 후, 그는 ‘이 아이들을 평생 모른 척하지 않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유학 가서 당시 첨단 학문이던 교정학을 전공했고,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한 1996년, 정말로 지인들과 함께 사를 털어 오래전 다짐한 그 일을 하기 위한 ‘동그라미회’라는 NGO 단체를 출범했습니다.

장애를 잊고 신나게 뛰노는 동그라미 캠프 의사부터 예술인까지 뜻있는 사람이 모인 동그라미회는 놀랍게도 가난한 안면 기형 아이들에게 무료 수술과 진료를 해주는 봉사 활동을 20년간 한결같이 이어와 내년이면 20주년이 됩니다. 보통 사회 재단이나 NGO는 모은 기금 중 일정 부분을 재단과 직원 운영에 사용하는데, 동그라미회는 그 비용조차 아이를 수술하고 돕는 데 사용하려고 기금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의 사회사업실에 전액 전달해 그곳에서 후원 심사와 수술비 지급보증을 대행합니다.

1, 2, 3 선천성 안면 장애 아이와 가족, 자원봉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그라미 캠프 현장. 
대신 동그라미회 이사회의 명사들은 캐릭터 수첩과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고, 음악회를 열고, 각종 후원 행사를 주최하는 다양한 재능 기부로 기금을 모으는데, 특히 의사는 기금 모집은 물론 숙련된 의술로 수술과 시술에 참여합니다. 서울까지 올 수 없는 아이의 요청을 받으면 다른 지역의 병원 중 해당 수술을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병원을 확인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그쪽으로 수술비를 지원해주기도 하지요.

동그라미회는 환자와 가족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은 물론, 평소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아보는 게 소원인 아이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2002년부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와 공동으로 매년 여름 ‘동그라미 캠프’도 개최합니다. 환자와 가족, 각계에서 온 자원봉사자까지 6백~7백 명이 참여하는 이 캠프에서는 안면 기형 장애가 신나게 뛰어노는 데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누구도 아이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지푸리거나 피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니까요. 아이돌 그룹 오빠들의 신나는 공연을 보고, 자원봉사자 언니 오빠와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뽀로로 아빠 최종일 대표가 기증한 뽀로로 친구 가방과 티셔츠를 받고, 말로만 듣던 타요 버스도 직접 타니 누구도 장애라는 굴레 없이 진정한 자유를 맛보는 소중한 행사입니다. <행복>은 이번 ‘행복 나눔 바자회’의 모든 수익금을 동그라미회를 응원하고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사회사업실이 무료 수술과 시술을 진행하는 데 사용 하도록 전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많이 오셔서 안면 기형 장애 아이들의 더욱 행복한 미래에 마음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