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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대표이사 정태영 업의 본질을 바꾸는 탐험가
“다른 길은 없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하는 순간 누구나 탐험가가 된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니 스릴도 있고 위험도 있고 때론 낭만도 있다. 이것을 성취로 느끼면 탐험가요, 부담으로 느끼면 안주하는 자가 된다. 반드시 누구의 삶이 옳다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탐험가라야 남보다 멀리 가고 넓게 본다는 감각의 이치다.


사람들이 광장에 나가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이윽고 울리는 배경음악. 세련된 옷깃을 곧게 세우고 미소와 손동작, 어투와 악수까지 톤 앤 매너를 맞춘 멋진 탐험대가 광장에 이르자, 마치 마룬파이브Maroon5의 피날레 무대 같은 호응이 광장을 가득 메운다. 벌써 10여 년, 이들의 탐험가 정신 덕분에 우리 사회는 한바탕 즐거웠다. 예전엔 몰랐던 멋도 맛도 더 잘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문화라는 단어가 일상으로 쏙 들어왔다.

사실 이 탐험대가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에도 삶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소소히 안분지족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가끔 따분하긴 해도 나름대로 살 만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탐험대가 찾아와 너른 세상에서 가져온 거울을 내밀 자 상황이 급변했다. 아아, 거울 속에 판에 박은 일만 되풀이하고, 비슷한 밥만 먹고, “신난다!”고 외칠 획기적 사건 하나 없이 그저 ‘살아지고’ 있는 우리 모습이 비치는 게 아닌가.

탐험 1 낯선 길로 간다
그때, 탐험대장이 성큼 앞으로 나섰다. “문화의 트렁크를 열도록!” 늠름한 대원들이 일제히 뚜껑을 열자 이국의 진귀한 물건 대신 동시대의 멋과 즐거움이 쏟아져 나왔다. 매일 먹던 된장찌개를 된장 카나페로 바꾸어 먹을 선택권, TV 앞 대신 시티브레이크 현장에 가서 환호할 선택권, 퀴퀴한 택시 대신 안전하고 깔끔한 마이택시에 탑승할 선택권, 대형 할인 마트에 옴매 기죽은 전통 시장 대신 토속적 자긍심이 팔팔 살아 있는 전통 시장에 갈 선택권, 여행사 대신 여행 도서관에 갈 선택권 등이 뒤꿈치 세우고 손 흔들며 즐거운 삶으로 함께 가기 위해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물 대신 경험을 가져다주는 탐험대라니, 저 트렁크는 얼마나 깊기에 이렇게 다양한 문화 자극이 마르지 않고 나오는가? 도대체 누가 모여 이런 기발한 탐험을 시도했는가,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본질은 금융회사입니다. 저는 주로 ‘현대카드 대표이사’라고 불리고 레스토랑에 전화할 때도 그 직함을 써야 예약하기 훨씬 수월하지만, 실제 한국에 네 개, 해외에 세 개 회사가 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에서 버는 수익보다 해외에서 버는 수익이 더 많아진, 국내외 모두에서 수익률이 높은 탄탄한 금융회사지요.”

기업 문화는 곧 CEO의 캐릭터라고 했던가. 금융회사가 이토록 도전적 문화 탐험가의 길을 걷게 된 역사적 배경은 탐험대장의 태생적 DNA에서 시작된다. 정태영 대표이사는 어려서부터 “이건 원래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거야”라는 심드렁한 말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분출하고 심장박동이 펌프되는 사람이었다. 전교 2백 등을 하던 그가 어쩌다 전교 부회장이 됐는데, 교감 선생님이 어머니께 “전교 부회장은 공부 잘하는 학생만 하는 거예요”라고 말한 다음 달부터 전교 1등을 유지했고,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 주변에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불문과 학생이 미국 유학은 어떻게 가”라는 말을 듣고는 6개월 만에 지맷GMAT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미국 MIT의 비즈니스 스쿨에 합격 허락을 받았다.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이후 그는 취업을 해서도 안전하고 뻔한 길 대신 전에 없던 길을 찾아내는 재능을 발휘했다. 세일즈 부서에서는 별반 부각되지 못하던 이 재능을 기획 부서로 옮기자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발휘하기 시작했고 동료들은 그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이라는 단어로 불렀다. 예를 들어 생소한 분야이던 현대 모비스의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맡았는데, 20년 경력의 공장장이 “공장 가동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관성을 강요하자, ERP라는 생각지 못한 IT 기술을 도입해 공장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이처럼 그는 늘 기존 사고방식을 깨는 것에서 활로를 찾았고, 이 때문에 ‘업의 정의를 바꾸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금융업에서 고전한 현대차 그룹이 포기하기 직전의 캐피탈 회사를 그에게 맡겼을 때도 과감히 업의 정의를 바꾸는 전략으로 선발주자들을 거뜬히 추월했다. 몇 년 전 진입한 보험업계에서 설계사의 장황한 설명 대신 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파격적 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불과 3년만에 흑자를 낸 것도, 최근 타사가 복잡하고 세분화한 카드 상품으로 혼란을 거듭하는 사이 꼭 필요한 몇 가지 혜택으로 카드 상품을 단순화한 ‘챕터2’ 전략으로 갈채를 받은 것도 전부 타성을 깨고 본질과 직관에 집중해 현재의 이로운 답을 모색해온 탐험가 정신의 결과다.


탐험 2 광고가 아닌 표현을 한다
“남이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놓고 좇아 하는 건 제 인생에 맞는 성취감이 아니에요. ‘이건 꼭 이래야 한다’라는 유치한 말 대신 ‘다른 각도로 보면 어떤 게 나오니?’ 하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항상 합니다.”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계속하면 혁신과 성숙이라는 레이어가 만들어진다. 겹겹이 기하학적으로 중첩된 레이어가 쌓이면 멋진 모습을 흉내 내려던 경쟁자가 근접하지 못하는 독보적 정체성이라는 전망대가 솟아오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높고 탄탄해서 경쟁 시장은 물론 미래 사회까지 훤히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이하고 멋스러워 멀리서 보아도 뚜렷이 기억하는 전망대다.

디자인이 멋진 카드와 고유한 서체를 고안한 기업, 열심히 일한 당신을 떠나게 해주는 기업, 슈퍼스타를 모아 슈퍼 콘서트를 여는 기업, 거장의 전시를 선보이는 기업, 특이 광물 소재를 연구해 카드를 디자인하는 기업, 세계 유명 미술관과 협업하는 기업, 국내에서 보기 힘든 책을 모아 멋진 도서관을 여는 기업 등 현대카드라는 전망대에서 조망할 수 있는 문화적 풍경은 이토록 다양하다. 대중이 그 풍경에 실재하는 수혜자라는 사실이 전망대의 핵심적 가치다. 그러니 어느새 높아진 전망대를 올려다보며 금융계는 금융이 숫자만 읊을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본질적 충격을 받았고, 한국 사회는 금융에서 문화까지 이만큼 복합적인 생각을 하는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있구나 하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멋진 디자인으로 혹세무민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도 사용자에게 설명을 하지 못하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죠. 당시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후발 주자였지만 타사의 카드보다 우리가 생각해낸 혜택과 효용이 훨씬 좋았어요. 그러니 그것을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집에서 팬톤칩을 보면서 제가 M카드를 디자인했어요. 이처럼 디자인과 문화는 현대카드가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입니다.”

현대카드가 하는 이 많은 문화 사업이 사회 공헌이나 자선사업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착한 문화 사업가나 문화로 이 사회에 공헌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화를 사업에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많은 사람이 현대카드의 문화 프로그램 덕분에 그간 한국에서 만나기 어렵던 특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감상하고 색다른 문화 체험을 하며 삶의 안목을 높이는 기회를 가졌지만, 이것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직접적 혜택은 아니므로 자선사업으로 이 많은 문화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일종의 배임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현대카드는 금융 기업이라는 본질을 철저히 유지한 채 금융 사업을 잘하기 위해 사용하는 브랜딩 비용을 일방적 전달 방식의 광고 제작 대신 우리 사회가 문화의 숲에 놀러 가는 새 길을 내고 새 지도를 그리는 데 썼다. “요즘 사회에는 정보를 받거나 감성을 취득하는 채널이 예전에 비해 어머어마하게 많아졌어요. 저는 3년 전부터 광고의 시대는 끝났고, 표현의 시대가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비용으로 광고를 제작해도 이만큼 많은 효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는 광고 대신 문화적 표현을 하는 회사지요.”

남도 다 하는 ‘표현’인데 유독 현대카드의 표현력이 강력한 파급력과 전달력을 발휘하는 건 현대카드만의 ‘싱크로나이징’ 파워 때문. 상품, 디자인, 광고, 기업 문화, 대외 메시지 어법, 하다 못해 콜센터의 배경음악까지도 하나의 톤앤 매너로 똑떨어지니 소비자는 이 회사의 어떤 분야를 접해도 일관된 인상을 받는다. 이 소감은 보통 ‘세련됐다’ ‘감각적이다’ ‘혁신적이다’라는 반응으로 귀결되고, 이는 현대카드 브랜드의 독보적 정체성으로 고착되었다.

“우리의 디자인실을 지배하는 단어는 ‘논리’예요. 현대카드에서 원하고 유효한 디자인에는 반드시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의사 결정에서 7단계 원칙을 적용합니다. ‘교주적인 현대카드스러움’이 1이고 일반적 스타일이 7입니다. 어떤 일에 1단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결론지으면 논리부터 시각적 표현까지 모든 관계자가 ‘현대카드스러운’ 결과물을 내도록 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아주 과학적 시스템입니다.”  
 
탐험 3 사람으로 크로스오버한다
기업의 전망대에 올라보았으니 이제 소비자인 우리 쪽에서 그들을 내다보자. 현대카드가 지난날 매스미디어에 일방적으로 광고하는 쉬운 길만 택했다면, 한국 시민의 문화 지도는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일색으로 단조로웠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어느 교수는 한국 기업의 마케팅은 현대카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발한 광고 한 편을 찍으려면 광고 담당 부서가 주로 수고하면 되지만, 오지로 탐험을 떠나려면 지리 전문가, 야영 전문가, 동물 전문가, 요리사, 운전사, 기록가, 사진가 등 수많은 전문가가 한 팀을 이루어야 하고 한 목표를 향해가는 동료애와 자긍심도 단단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현대카드스러움’은 바로 이 대목에서 정점을 찍는다. 다른 기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다양한 인적 스펙트럼을 갖춘 회사, 금융회사지만 별별 전문가가 다 모였고, 그럼에도 그 다양한 개성이 충돌 없이 순항하는 희한한 회사가 그들이다.

“우리 회사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이 사람들의 배경과 스펙트럼이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운 혁신입니다. 물론 금융권 인재도 많이 뽑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을 좇으려고 뽑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뽑는다는 관점이 다르죠.” 국제 금융가, 그래픽 디자이너, 광물 소재 연구가, 드론 조종사, 도서 전문가, 공연 전문가, 일러스트레이터, 생수 전문가가 조화롭게 일하며 시너지를 내는 비결은 ‘크로스오버’다.

“우리는 컨버전스라는 단어를 싫어하고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좌뇌형 사람과 우뇌형 사람을 모아놓고 비슷하게 일 하라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좌뇌는 좌뇌 일만 우뇌는 우뇌 일만 각자 잘하는 일을 하되 회의 때 귀를 열어 개성 있는 의견을 조합해서 결론을 냅니다. 예를들어 도서관 프로젝트에 관계한 사람에게는 ‘당신은 도서관 개관하는 일만 집중해요. 다른 건 우리가 다 알아서 해결해줄게요’ 라고 하는 식이죠. 문화 쪽 사람에게 문화로 수익을 내라고 하면 오히려 문화적이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죠. 수익은 우리가 낼 테니까 당신은 오직 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니 문화 전문가들이 문화 기업에서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그 혜택은 소비자의 수준 높은 경험으로 돌아가지요.”

현대카드의 문화 사업 프로그램이 일반 문화 회사보다 수준과 규모가 높은 이유는 이처럼 문화로 수익을 내야 하는 굴레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다음엔 무엇?’이라는 기대와 ‘좀 더 멋진 무엇?’이라는 대중의 요구가 기분 좋은 올무가 되었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 고도의 문화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이 또다시 혁신이 되는 생태계가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디자이너가 멋진 생수병을 디자인하면 다른 전문가들이 달려가 생수의 질부터 설비까지 최상으로 해결해주는 회사, 디자이너가 카드 디자인을 스케치하면 공학도가 남이 모르는 광물 소재로 물성의 완성도를 뒷받침해주는 회사. 그러니 “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내가 했다”라고 누군가 단정 지어 말하는 게 쉽지 않다. 바로 이 점이 호모 지니어스(동종의 사람만 모인)의 타성을 깨지 못하는 회사가 넘볼 수 없는 고도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진귀한 자산이다.


탐험 4 지속 가능을 바라보다
“사람들은 우리의 혁신이 멋진 디자인이나 문화 사업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진짜 혁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금융 포뮬러, 글로벌 시장 진출, 글로벌 HR 시스템 등 기업 문화가 상상 이상의 혁신을 이루지요.” 국내 대부분의 금융사가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데 비해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을 미국, 영국, 중국에 진출시켜 세계 최대 경제국에서 많은 수익을 낸다. 내년에는 현대카드 금융 사업의 꽃이 될 유럽 총괄 법인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문을 열고 브라질과 캐나다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가 경제 대국에서 성공을 거듭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혁신이다. 개발도상국에 먼저 진출하면 비즈니스 외적 위험 요인이 많지만, 세계 주요 시장에서는 현대카드스러운 ‘원칙’을 올곧게 지키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그래야 향후 사업을 개발도상국으로 확장하기도 수월하다는 정면 도전이다.

이렇듯 질적으로 양적으로 놀라운 팽창을 거듭한 지 어느덧 10여 년, 사람이 몸과 마음이 자라는 생애 주기를 경험하듯 현대카드스러운 탐험 정신도 성숙의 주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최고의 디자인 파워와 최대의 문화 사업을 수행하면서 태동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넓이와 깊이가 숙성해 움켜잡고 눌러앉히려 해도 내부에서 아날로그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표현 욕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상투적 광고 기법 대신 부단히 노력하고 사서 고생해야 하는 문화적 표현을 선택했듯, 성숙한 기업의 직원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책임은 일방적 기부나 자선보다 더 높은 수준의 노력과 대단한 위험 그리고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신세계의 탐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선 강원도의 요청으로 봉평장에 전통적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문객의 불편을 개선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전형을 구축해 지역의 활기를 되살려놓았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한 것이 아니라 현대카드의 감각을 써서 다른 시장도 큰 비용 없이 이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좋은 예시를 만들어준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와 협약을 맺고 가파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푸른 섬 가파도를 오랫동안 존재해온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섬으로 보전하는 일을 시작한 것. 건물과 자연과 섬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하되 집의 내부만 단장해 살기 편하고 좋은 섬으로 변화시키는 디자인, 해녀의 청정 특산품을 파는 작은 슈퍼마켓을 열고, 별과 제주도가 보이는 작은 천문대를 짓되 하루 방문 객 수를 제한해 주민과 여행자가 평화롭고 여유롭게 섬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대신 회사나 개인 누구도 가파도의 토지나 건물과 연관되지 않겠다고 서약했으니 그야말로 고생을 사서 하는 격이다.

“기업 문화가 성숙하면 제가 냉정한 셈법으로 막을 수 없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파도 프로젝트 같은 것은 우리가 들여야 할 노력과 소셜 리스크가 너무 크니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은 아니에요. 물론 불우 이웃에게 현금을 기부하고 법인세도 감면받는 단순한 사회 공헌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쌓은 기능을 낙후한 지역에 빌려주는 것, 그래서 그곳이 자생하도록 돕는 것, 곧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준의 디자인일 테고, 힘은 들어도 이런 게 진짜 현대카드스러운 사회 공헌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지요.”

탐험가의 DNA를 가진 대장이 탐험 모드의 직원들과 함께 나아가는 10년 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회사의 문화적 색채가 옅어져서 재미없는 회사가 되는 것도 싫고, 그쪽에 도취해 금융회사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싫습니다. 둘 다 잘하되 더 단단 해져야겠지요. 장르별로는 우리가 하고 싶은 모든 금융 라인업을 다 갖추었을 테고, 지역별로는 세계 중심에 있어 한국 회사는 현대카드 코리아로 기분좋게 ‘전락’해야 합니다. 가지가 세계로 뻗어가니 어려운 일이 더 많겠지만 이 성장통을 우리가 가진 브랜드 자산으로 즐겁게 극복해나가야겠지요.”

프랑스로 가는 게 옳은가, 미국으로 가는 게 옳은가? 보통 사람은 옳은 결정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머뭇거리지만 탐험가에게 결정의 순간은 아주 짧다. 대신 직관을 믿고 여정의 디테일에 집중해 옳은 실행이 옳은 결정이 되게 하는 지혜와 기지를 발휘한다. 남이 망설일 때 더 멀리 가서 더 넓게 보고 더 많이 축적하고 돌아와서 신세계를 알려주니 덕분에 세상은 한층 즐겁고 다채롭고 풍요로워진다. 이것이 탐험가가 세상에 전해주는 감각이요 정신이며, 가장 앞선 디자인이다.


1 전통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봉평장’
전통 시장이 잘되려면 현대화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키는 개발과 변화’라는 역발상에 역점을 두었다. 판매 품목을 식별하기 쉬운 다섯 가지 색상의 천막, 진열 상품이 한눈에 보이는 계단식 판매대, 원산지 정보판과 봉평장 로고 스티커를 디자인했다. 요리사와 협업해 봉평장만의 특색 메뉴를 개발했으며 쉼터도 조성했다. 방문객의 호응이 높아 강원도는 이 스타일을 다른 전통 시장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고, 현대카드는 매뉴얼을 배포해 전통 시장의 활성화를 계속 돕는다.

2 장 누벨이 디자인한 현대카드 디자인랩 
2013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건축가 장 누벨이 생활을 위한 사무실 개념을 선보였다.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곳이 사무실이니 그 공간을 이용하는 데 대한 미래적 솔루션을 제안한 것. 마침 그곳에서 장 누벨을 만난 정태영 대표이사는 그에게서 오피스 공간 개념에 대한 개인 강의를 들었고 장 누벨의 디자인으로 디자인 랩을 새단장했다. 


3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국립 현대미술관과 협업한 이 전시는 뉴욕의 MoMA-PS1에서 매년 개최해 세계의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로마의 국립 21세기미술관(MAXXI), 이스탄불의 근대미술관, 산티아고의 컨스트럭토Constructo가 국제 네트워크로 참여하며 올해부터 국립 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가 참여했다.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 시티브레이크
2014
지난 8월 9~10일 이틀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음악 축제에서는 첫날 약 4만 5천여 명, 둘째 날에는 5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즐겼다. 독보적 인기를 끈 뮤지션은 역시 마룬파이브였고, 싸이, 이적, 넬 등의 국내 뮤지션과 헤비메탈의 제왕 오지 오스본, 록 아이콘인 리치 샘보라 등의 해외 뮤지션이 동참했다.


5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현대카드의 두 번째 도서관으로 건축, 모험, 여행 사진 등 열세 가지 테마와 전 세계 1백96개국을 망라한 지역별 분류가 특징인 여행 도서관. 글로벌 북큐레이터 네 명이 도서 선정 작업에 참여해 총 1만 4천7백여 권의 방대한 도서 컬렉션을 완성했다. 

6 가파도 프로젝트
작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와 MOU를 체결하고 가파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가파도의 역사, 문화, 식생 등을 연구해 섬의 원래 지형과 생태 환경을 복원하면서 에코 투어리즘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시도한다. 섬 중심에 ‘별 관측소’를 설치하고 빈집은 내부만 리모델링 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든다. ‘농업센터’와 ‘어업센터’도 새롭게 마련해 특산품 생산 체계를 정비하고 마을 홍보와 주민 교육을 담당할 주민센터도 설치한다.

7 현대카드 마이택시
경차 레이를 이용해 시민이 좀 더 깔끔하고 안전한 택시를 탈 권리를 주창한 금융과 자동차의 컬래버레이션. 이는 최근 iF 디자인 어워즈에서 금융회사 중 전 세계 최초로 커뮤니케이션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현대카드는 서울역 미디어아트셸터(2010년, IDEA/iF/Red Dot), 드림실현 프로젝트(2011년, IDEA)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했다.


촬영 협조 CJ푸드빌(1577-0700), 연꽃마을영농조합법인(031-634-6242) 

#정태영
글 김민정 수석기자 | 사진 박우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