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터키 블루스> 관객의 80%가 여성이라 놀랐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남자라서일까? 후후. 여행, 노래, 우정,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젊은 여성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여성 관객이 연극의 주요 소비층인 건 사실이다.
터키 현지에서 제작한 다큐 영상이 극의 대결 구도로 흐르는 등 여행이 주요 키워드지만, 전체적으로는 주혁(전석호 분)과 시완(김다흰 분)의 우정을 다룬 2인극이다. 그렇다. 터키 여행은 소재에 불과하고 남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이른바 사랑보다 깊은 우정! 주혁이는 터키에, 시완은 일상에 머물며 그들이 함께한 청년 시절을 추억하고 우정의 가치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터키는 하나의 소재다. 연출가가 터키라는 나라의 신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전작 <인디아 블로그>보다 확장된 여행극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영상 감독이자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권준엽, 박선희 연출가, 전석호 배우가 직접 터키로 떠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배우들이 현지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영화처럼 볼 수 있다는 점이 <터키 블루스>의 또 다
른 매력이다.
공연 중 관객에게 터키 커피를 권하고 로컬 맥주인 에페스Efes도 제안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에페스는 터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는 아니고, 국내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관객이 터키라는 나라를 조금 더 가깝게 느끼길 바랐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이 로드 무비와 닮았다. 공동 창작이라고 들었는데, 각 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는가? 공동 창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우의 내면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출가가 극의 방향을 제시했고, 배우들이 각자의 느낌대로 직접 대사를 썼다. 그것을 마지막엔 작가와 연출가가 함께 마무리한 것. 배우의 취향과 특징을 끌어내 극에 반영하는 것이 박선희 연출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극의 등장인물이 배우 각자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 전석호 배우는 주혁이처럼 남성적이고 힙합을 좋아한다. 극중 랩을 읊는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시완이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연기했다면 완전히 다른 인물이 나왔을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시완이, 그림을 그리는 시완이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노래하는 시완’이가 됐다. 조금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부분도 닮아 있다. 후후. 콘서트 형식의 무대가 된 건 그 때문이다.
본인의 경험이나 취향을 반영한 장면은 무엇인가? 시완이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 주혁이에게 선물하는 장면이다. 지금 30~40대라면 비슷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내 우정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모님 댁에 있는 옛 물건을 구석구석 뒤졌다. 중학교 시절에 절친하던 친구가 내 이니셜을 박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음악 테이프가 있었다. 그것을 실제 극에 반영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이 있다면? 시완이가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오해와 갈등으로 주혁이와 헤어지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사실은 회개에 가깝다. 그 장면 이전에 시완이가 주혁이를 추억하는 자잘한 감정이 중심이었다. 시완이가 자신의 잘못을 토해내면서 꾹꾹 누르고 있던 깊은 속내가 드러난다. 그래서 공연마다 그 장면이 숙제다. 사랑보다 깊은 우정이라면 그를 떠나보내는 상실감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지만 그런 우정이 가능하긴 할까?
여행 연극뿐 아니라 지난 3월에는 남산 드라마센터의 기록을 담은 <남산 도큐멘타>처럼 사회성 짙은 연극에도 참여했다. 추구하는 작품이 있다면? 연우무대에서 1년 반 정도 여행극을 하면서 잠깐 공백이 생긴 틈을 이용해 참여했다. 극의 성격은 중요하지 않다. 캐릭터를 욕심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힘을 끌어내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 그것이 목표다.
연연우무대 <터키 블루스>
주혁과 시완이는 문화 코드를 공유하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주혁이는 터키를 여행하고, 시완이는 일상에서 친구를 그리워한다. 실제 터키 여행 영상과 배우 김다흰의 기타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진 유쾌한 남자들의 연극이다. 7월 31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문의 02-744-7090
- 연우무대 여행극 <터키 블루스>의 연극배우 김다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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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