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마실길에 포함된 선운사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숲길.
프랑스 파리12대학의 철학 교수인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를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이라고 표현했다. 걷기는 단순히 몸의 건강을 위한 육체의 움직임을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과 어떻게 화합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인문학적 성찰의 여정이기도하다는 뜻이다. 바다와 산, 평야와 성지를 두루 감싸 안은 전라북도는 자연과 더불어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어 해마다 걷기 여행을 하기 위해 전라북도를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1 고즈넉한 한옥마을 너머로 이국적 풍광을 만들어내는 전동성당 .
2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조선왕조실록>의 사고가 있는 경기전은 전주 한옥마을 마실길에서 만날 수 있다.
싸드락싸드락 마실길
“전북의 길은 사람들의 길이다. 저잣거리 사람들이 나무 늘보처럼 싸목싸목 걷는 길이다.” 전라북도 마실길 지도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친구 집으로 마실 가듯 걷기 좋은 마실길은 부안 앞바다부터 지리산 산자락까지 총 열여섯 개 코스로 전라북도의 동서남북 전역에 분포해 있다. 서해안을 따라나서면 변산반도의 푸른 물빛을 따라가는 길이 펼쳐지고, 익산시에 이르면 금강 포구를 걷는 강변 포구길이 열리며, 내륙으로 들어오면 천년도시 전주와 정읍시의 대장금 마실길로 이어진다.
경상도와 접한 동남부에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다랑논이 발아래 펼쳐지는 바래봉 둘레길이 있고 장안산국립공원과 덕유산국립공원을 따라 무주군까지 각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다채로운 길이 기다린다. ‘마을에 놀러 가다’라는 뜻처럼 각 마실길은 보통 4~14km 정도의 걷기 좋은 시골길. 산에 오르는 코스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이고 전주나 남원 등의 도심 코스에서는 문화유적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고행을 하듯 반드시 하루 만에 코스를 완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코스에는 마을 민박이나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마음 내키는 대로 술렁술렁 하루고 이틀이고 자유롭게 걷기에 좋다. 문의 063-287-8131(전라북도 관광 안내 전화), www.gojb.net
3 전라북도는 우리나라 종교 시설의 10%가량이 위치한 곳으로 모든 종교의 유적을 한 번에 순례하는 아름다운 순례길을 조성했다.
4 전라북도의 서해안을 조망하는 부안반도 마실길 풍경.
종교와 지역을 넘은 아름다운 순례길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각 종교의 역사를 따라 많은 이가 순례에 나선 길이 대륙의 허리를 따라 위치한다. 유럽 서쪽에서 야고보 성인의 발 자취를 따 라 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으로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을 되새기는 예루살렘 순례길, 마호메트를 따르는 메카 순례길이 이어진다. 아시아 대륙으로 눈을 돌리면 힌두교의 바라나시 순례길과 불교 신도들이 걷는 리사 순례길이 나란히 자리한다. 극동 아시아에 이르면 일본 불교 신도들의 시코쿠 메구리 순례길이 있고, 한반도에는 전라북도에 이 모든 종교가 화합하고 상생하는 특별한 순례길인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유교,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민족종교 등의 종교 유적과 유물이 한곳에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종교 문화 콘텐츠를 보유한 전라북도. 그 특별함을 알리기 위해 2009년 경기전에서 각 종교 지도자와 자치단체장이 모여 종교와 지역을 넘은 ‘아름다운 순례길’을 선포했고, 전주, 익산, 김제, 완주 일대를 연계한 240km, 아홉 개 코스의 순례길을 열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종교와 사람, 세상과 나를 돌아보는 이 길은 점점 유명해져 2011년에는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가 방문했으며, 전라북도가 해마다 순례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회는 2012년부터 연중 순례 외에도 해마다 가을이면 별도의 참가 접수를 받아 아름다운 순례길 240km를 다함께 걷는 대규모 걷기 축제를 개최한다.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하며 총 1만 5천여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 대회는 올해에는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라는 주제로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며 걷는 내면의 순례로 진행한다. 문의 063-278-1101(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회), www.sunryegil.org
1, 2 지리산 둘레길의 제3코스는 전라북도와 경상남도를 구분 짓는 등구재를 넘어가는 길로, 다랑논이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조망하며 걷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3 고창군 마실길의 청보리밭은 해마다 초여름이면 청보리밭 축제가 열려 파도처럼 일렁이는 푸른 청보리밭의 절경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의 올레길만큼이나 국내외에 유명해진 지리산 자락의 트레킹 코스를 일컬어 지리산 둘레길이라고 한다. 원래 지리산 둘레 길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만나는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다섯 개 시군, 스물한 개 읍면, 1백20여 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장거리 도보길. 각 시군과 사단법인 숲길의 노력으로 지리산 곳곳에 숨어 있던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 마을길 등을 찾아 둘레둘레 돌아 만나는 원형의 길로 연결했다.
이 둘레길의 첫 코스가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시작한다. 남원시 주천면에서 시작하는 제1코스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며 해발 500m의 운봉 고원과 여섯 개의 작은 마을을 지나는 14.3km의 여섯 시간 코스다. 폭이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즐겁게 걸을 수 있다. 제2코스는 역사와 문화가 흐르 는 길. 운봉읍에서 인월면에 이르는 9.4km의 네 시간 코스로,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고원을 걷는다. 대부분의 길이 제방길과 임도라서 폭이 넓어 여럿이 어울려 걷기에 좋다. 제3코스는 천왕봉을 바라보는 길로 인월면에서 시작해 금계마을에서 끝나는 19.3km의 여덟 시간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 시범 구간 개통지인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포함하는데, 전북과 경남을 구분 짓는 등구재를 넘으며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한다.
발아래로 겹겹이 펼쳐지는 다랑논을 따라 여섯 개 산간 마을을 지나면서 계곡과 강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인 21코스의 일부도 전라북도에 포함된다. 구례와 남원을 잇는 밤재는 자연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데다 경사도가 완만해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주천면부터 밤재까지 7.5km의 거리로 네 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문의 063-635-0850(지리산 둘레길 인월안내센터), jiriroad.namwon.go.kr, www.trail.or.kr
4 지리산 둘레길은 초입마다 안내센터가 위치해 여행자를 돕는다.
5 울창한 숲길을 10여 분 걸으면 도착하는 고창군 선운사의 초여름 한갓진 오후 풍경.
태조 이성계 꿈길 여행 코스
조선의 태조인 이성계는 본관이 전주이며 왜구를 지리산 일대에서 대파했다. 전주의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다. 이처럼 전북 곳곳에 남아 있는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많은 이야깃거리를 개발하고 알리기 위해 전라북도는 태조 이성계 유적 한 곳과 인근 체험거리 한 가지를 연계한 여행 코스 ‘e-성계 꿈길따라’ 를 만들었다. e-성계 꿈길따라의 당일 여행 방법은 총 다섯 가지로, 태조의 본향인 전주 한옥마을 탐방이 그 첫 번째 코스다. 제2코스는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위해 1만 일 동안 기도했다는 만일사를 방문하며,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에 들러 고추장과 인절미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제3코스는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섬멸한 것을 기념하는 황산대첩비지 탐방과 남원의 승전 국악 감상이 포함된다. 제4코스는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정도전>에도 등장한 바 있는, 이성계가 기도를 한 사찰인 임실 상이암과 치즈 테마파크를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5코스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태조의 설화’라는 주제로 진안의 마이산과 창작공예공방을 둘러본다. 이 외에도 역사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라북도의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는 1박 2일 코스 다섯 가지와 2박 3 일 코스 두 가지가 더 마련되어 있다. 문의 063-287-8131(전라북도 관광 안내 전화), www.gojb.net/u_html/sub1/index9.jsp
지리산 둘레길의 교통편
자동차를 타고 와서 각 코스의 둘레길을 걸은 다음 시작점이나 숙소로 되돌아와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리산 둘레길의 각 코스는 각 지역의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각 코스의 시작점과 끝점에서 탈 수 있는 버스 시간표도 제공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운행하는 버스 시간이나 운행 횟수는 교통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10분 이상 여유롭게 대기하는 것이 좋다.
남원시 교통 정보 문의
남원시내버스 063-631-3116
남원시외버스터미널 1688-6021
남원고속버스터미널 063-625-5391
지리산공용버스터미널 063-636-2000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0
자동차로 이동 시 내비게이션 주소
제1코스 시작점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261-5 지리산 둘레길 공영주차장
제2코스 시작점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 350-1 서림공원 주차장
제3코스 시작점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198-1 인월안내센터
- 걷기에 좋은 여행 코스 자연과 사람의 정이 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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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바다로, 동구밖 숲길로 다랑논 고개로. 전라북도의 길은 그 풍광과 이야기가 다채로워 시간과 취향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원하는 코스에서 술렁술렁 걷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