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소극장 산울림 개관 28주년 공연 <챙!>의 연극배우 손봉숙


연극 <챙!>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죽음을 아내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추억하는 내용이다. 극적이라기보다 잔잔한 드라마 같다.
잔잔하게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다. 노트북에서 단 한 번에 대본을 읽고 바로 “할게요!”라고 말했다. 이강백 선생님이 오랜만에 소극장 산울림 공연을 위해 창작한 극이라 더욱 애착이 갔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 한명구와는 23년 전 이강백 선생님의 작품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연기해 더 의미가 있다.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함석진의 아내이자, 전체 극을 이끄는 ‘이자림’은 어떤 인물인가?
이자림은 평범한 여성이 아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벌즈 연주자와 결혼할 정도로 자기 의지가 강하고 사랑에 대한 열망도 크다. 부모의 뜻에 따라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인물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강단 있는 성격에 더욱 애정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엔 연기하기 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접근하기 어려운 여인이기도 했다.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한 가정도 일구는 현명한 여인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짧은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다. 호흡이 긴 문장의 연기를 해왔는데, <챙!>은 호흡이 자주 바뀌는 대사가 많다. 짧은 대사에도 호흡이 자주 바뀌는데, 호흡 소리가 객석까지 다 들릴 정도다. 호흡을 놓치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극작가 이강백 선생님 작품
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신혼여행지에서 함석진의 심벌즈 연주에 이자림이 흥에 겨워 움직이는 몸짓이 무척 아름답다.
현대무용가 박명숙 선생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의 제자에게 도움을 받아 동작 몇 가지를 배웠는데, 마지막 리허설 때 이강백 선 생님이 보고 “이건 춤꾼이 추는 춤이다. 막춤으로 가자”고 하시더라. 후후. 춤에 힘을 좀 빼고 최근 배우는 살사 동작 중 몇 가지를 넣었다. 앞뒤 대사의 흐름을 봤을 때, 춤이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살사에서 하체를 순간적으로 튕기는 바차타 동작이 있다. 그 느낌을 참고해 발을 탁 차는 스텝으로 바꿨다.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가 배경음악인데, 처음엔 우리 정서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춤을 추니까 알겠더라. 비슷한 리듬의 반복이 극의 흐름과 너무 닮아 있었다.

“심벌즈는 대부분 침묵한다. 여러분은 내가 침묵 속에서도 모든 음악의 연주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원한 침묵도 하나의 오케스트라 음악임을 증명할 것이다” 라는 함석진의 대사가 <챙!>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압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귀담아들을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무대에 오를지 몰라도 오늘보다 다음 공연이 단 0.1%라도 한 발짝 나아간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공연이 없을 때도 언제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기다림이 어쩌면 심벌즈 연주자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것이 무엇이든 얼마나 내 열정을 쏟고 즐기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극 중 대사처럼 인생이란 오케스트라 심벌즈 같다. 박자를 세며 기다려라. 반드시 ‘챙!’ 하고 울리는 순간이 온다.

관객에게 심벌즈 연주를 제안하는 장면이나, ‘베토벤 심포니 2악장’ 등 실제 음악을 들려 주고 감상하는 시간을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연출가에 따라 편집할 수도 있지만 임영웅 연출가는 그러지 않았다. “들을 시간을 준다! 4분 다 줘라!” 하는데, 어떻게 4분 동안 앉아 있지? 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후후. 하지만 정말 탁월한 판단이었다. 객석에서 무대 위의 음악을 듣는 묘미를 느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챙!>은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지만, 한 심벌즈 연주자의 삶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끌어온다는 점에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과 이자림이란 인물을 통해 나를 치유했듯이, 관객도 각자의 슬픔을 아주 적게나마 풀 수 있기를 바란다. 극을 통해 함께 공감하며, 동시대에 일어나는 가슴 아픈 일에 대해 서로 위로가 되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산울림 정기 공연 <챙!> 
1년 전,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이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박한종이 함석진의 아내 이자림을 초대해 그와의 추억을 하나씩 끄집어 내는 이야기. 이강백 극작, 임영웅 연출작이다. 6월 8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문의
02-334-5915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서송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