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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책 보따리 선물
“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 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다.” 열렬한 다독가이던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는 일찍이 우리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 책이라 말했습니다. 그러기에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우주를 전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고른 이의 철학과 선물 받는 사람을 향한 다정한 마음을 담았기에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지요. 봄날을 맞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인 여섯 명이 <행복> 독자에게 책 보따리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꽃그늘 아래서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며 위로 받는 따뜻한 5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시인, 숲 해설가 반칠환
은퇴 후 숲 해설가를 꿈꾸는 친구에게


<파브르 식물 이야기>

숲으로 떠나기 위해 막 신발 끈을 매는 당신에게 파브르가 나타나 “나랑 함께 갈래요?” 하고 말한다면? “어, 저는 곤충이 아니라 식물을 만나러 가는데요?”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식물학자다. 그의 ‘곤충기’ 못지않게 ‘식물기’도 고전에 속한다.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몸의 감각기관이 깨어날 것. 파브르의 현미경처럼 예리한 눈, 핀셋처럼 섬세한 손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이 마치 내 것처럼 여겨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우리가 어떻게 식물의 세계로 여행하게 될지 생태 지도 하나가 그려진다. _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추둘란 풀어 씀, 이제호 그림, 사계절

<숲해설 아카데미>
숲 해설가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입문서다. 숲의 의미, 숲의 생태, 숲 속의 동물과 식물,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법을 소개하고, 유능한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세목을 담았다. 쉽지만 잘 구성한 이 책을 정독하면 자신이 꿈꾸는 숲 해설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_ 숲해설 교재 편찬팀 지음, 최달수 그림, 이원규 사진, 현암사

<꽃의 제국>
누가 꽃을 싫어하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비가 오지 않는 수요일이라도 장미 한 송이 건네면 마다할 사람 없을 듯. 하지만 막상 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꽃이 왜 꽃이 되었는지, 꽃이 왜 아름다운지, 꽃이 꽃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꽃이 왜 모든 존재의 근원인지, 당신과 내가 왜 꽃의 소산인지 깨닫게 해준다. ‘두뇌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수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을까?’라는 화두를 품은 이 책은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다. _ 강혜순 지음, 다른 세상

<한국의 나무>
숲은 나무로 가득하다. 그러나 나무 이름을 모르면 그저 푸른 건 잎이요, 붉은 건 꽃이요, 검은 건 줄기일 뿐. 나무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도감이 필요하다. 숲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일반인이 활용하는 도감도 진화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숲 해설사를 계획하며 나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땅에서 만날 수 있는 6백50종의 나무를 전체 수형, 꽃, 열매, 씨앗 사진까지 망라했다. 두 저자가 10년 동안 제주도에서 백두산, 가거도에서 울릉도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만든 저작이다. 다만 휴대하기 조금 불편한 하드커버로 되어 있다. 초심자는 좀 더 판형이 작고 휴대하기 좋은 나무 도감을 권한다. _ 김진석・김태영 지음, 돌베개

<식물형태학>
식물의 기관을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추천한다. 내용은 전문적이지만 다채로운 그림과 사진이 들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식물 세포, 잎, 뿌리, 줄기, 유관속 형성층, 목재, 수피, 꽃, 수분, 수정, 씨, 열매 등 생식기관의 형태와 기능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식물의 세계로 한층 깊숙이 들어온 당신을 느낄 것이다. _ 이규배 지음, 라이프사이언스

<100만 번 산 고양이>
좋아하는 그림 동화책이다. 1백만 번 읽을 생각이지만 지금 서가를 찾아보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1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가 1백만 쪽이나 되는 책에 등장해야 마땅할 것 같지만, 겨우 31쪽짜리 양장본 그림 속에 등장한다. 전쟁을 좋아하는 임금의 고양이였다가 서커스단의 고양이였다가 혼자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다가 도둑고양이였다가 1백만 번째 태어났다. “난 100만 번이나 살았다구. 이게 다 뭐야 시시하게.” 툭하면 이렇게 말하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이 고양이는 어느 날 흰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그다음은 직접 보시길! _ 사노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비룡소

CBS 프로듀서 정혜윤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이들에게 
동화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전통 시장 취재 중에 채소 장수 아주머니와 만난 게 계기였다. 삶을 투쟁하듯 살아온 그는 자기 생활 없는 존재감때문에 우울감에 빠졌고, 스스로 우울한 마음을 극복하는 세 가지 방법을 만들었다. ‘매일 일기 쓰기, 어린이 동화책 다시 읽기, 1천 원짜리 컵으로 혼자만의 시간 갖기’다. 그 컵은 그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면서 고마움을 전하며 건넨 선물이다. 그는 ‘아, 누군가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뿌듯했고, 그 컵을 들고 자신을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니 그 아주머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동화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왕자와 거지>

요즘 읽고 있는 동화책이 대부분 어릴 때 한 번쯤 읽은 책들이다. 엄마의 경우, 아이에게 읽어준 책을 다시 읽으면 어린아이를 대하던 순수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만 되길 바란 엄마의 마음만 있는 거다. 왕자로 변한 진짜 거지가 엄마를 향해 “나는 저 여인을 모르오”라고 말한 뒤 수치심을 느끼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이후 그 수치심 때문에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데, 그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어떤 것이 진짜 내 모습인가’ 하는 화두를 건넨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짜 내 모습이 들통 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갖고 살지 않나. 진짜 모습을 보이는 순간은 수치심에서 출발한다. _마크 트웨인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80일간의 세계 일주>
이 책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기계처럼 시간대별로 정해진 행동을 한다. 내기를 해서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인데, 왜 내기를 했는지를 질문한 적이 없다. 80일은 세계 일주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움직였을 때 나온 포그의 예상 결과다.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럴까? 책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 내용 전체를 하나의 의문문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책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_쥘 베른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주석 달린 안데르센 동화집>
어린 시절 <성냥팔이 소녀>를 읽으며 소녀의 환상 속에 등장한 오동통한 칠면조구이가 항상 먹고 싶었다. 소녀가 성냥을 켜며 엄마 얼굴을 떠올릴 때 어린 시절의 나도 소녀와 함께 환상을 나눴다. 그것이 내가 본 최초의 아름다움, 윤리다. 미운 오리 새끼의 고생이 끝났을 때 함께 안도하고 기뻐하는 마음, 그것이 윤리고 도덕이다. <주석 달린 안데르센 동화집>은 5백50쪽에 달하는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책 중 하나다. 책을 한 번만 읽으면 어렴풋이 줄거리만 이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책을 다시 읽으며 그 안의 내용을 재발견하길 바란다. 제목에 먼저 익숙하면 읽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조용하게 책 읽을 고독한 시간을 확보하자. _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마리아 타타르 주석, 현대문학

만화가 이원복
대학 입학을 앞둔 조카에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현존하는 세계사 책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유서 깊은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난 타밈 안사리가 바라본 세계사는 의미가 있다.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시선을 통해 세계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_ 타밈 안사리 지음, 뿌리와이파리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 사상을 묻는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일본 근대의 스승’이라 불릴 만큼 여전히 추앙받는 사상가다. 하지만 반면에 약육강식, 중국 침략, 조선 병탄 등 군국주의 사상을 뿌리에 두고 있다. 일본의 침략은 그의 사상이 바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대표 교육학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야스카와 주노스케의 책에서 근대 일본을 만든 ‘위대한 사상가’의 호전적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_ 야스카와 주노스케 지음, 역사비평사

<러셀, 북경에 가다>
1921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버트런드 러셀은 1년간 중국에 머문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중국 현실을 직접 목격하며 일본의 호전성과 침략 근성을 파악한다. 그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20년 전,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책을 통해 예고하기도 했다. 당시의 일본과 중국 상황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_ 버트런드 러셀 지음, 천지인

< 먼나라 이웃나라 15 에스파냐>
스페인은 세계 최초로 신대륙에 진출했고, 17세기 중반까지 초강대국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독선적이고 폐쇄적 문화라는 역글로벌화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다문화 시대의 중심으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역사다. _이원복 지음, 김영사

<유럽사 산책> 1, 2권 네덜란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헤이르트 마크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서술한 역사서다. 한 도시의 역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유럽 도시의 속살과 그 이면의 상처를 평범한 이웃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_ 헤이르트 마크 지음, 옥당

소설가 조경란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자매에게


<알리스>
떠나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다섯 편.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젊은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슬며시 웃었다가 비밀을 말해주듯 대답하는 작가, 유디트 헤르만. ‘비수를 꽂고 지나가는 것 같은 청춘’에 관해 혹은 그 후의 인생에 관해 그녀만큼 신선하고 우아하고 차분한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침묵을 언어로 표현’하는 이 젊은 독일 작가에게 언제나 놀란다. 생의 많은 것에 대해 때로 우리는 침묵해야 하니…. _ 유디트 헤르만 지음, 민음사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시를 읽지 못하는 날은 불안하다. 하루 중 시 한 편도 읽을 여유가 없다는 건거의 모든 일에 그렇다는 뜻이 아닐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는 그 짧은 시간. 그만큼밖에 없어도 그날은 괜찮은 날이다. 시는 언어의 정수, 게다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보낸 젊은 시인이 쓴 이 아프고 깊은 시들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 얼굴이 간지럽다”라는 단 두 행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우리 아버지를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_ 박연준 지음, 문학동네

<가짜 우울>
‘우울’에 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우리의 우울과 이유도 없이 밀려드는 것 같은 이 깊은 슬픔에는 ‘생물학적 원인이 아닌 다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책은 드물다. <가짜 우울>은 스스로 우울한 마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을 주는 책이다. 만약 당신이 이 책 88쪽에 나오는 세 가지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다면. _ 에릭 메이젤 지음, 마음산책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마흔이 되던 해부터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새벽, <노인과 바다>를 다시 찾아 읽었다.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또 그것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노인. 나이가 들면 그런 노인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새삼 하게 만든 책. 헤밍웨이의 정수는 역시 단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_ 헤밍웨이 지음, 현대문학

<케이크와 머핀>
버터와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토록 맛있고 포근한 쿠키와 케이크, 머핀을 구울 수 있다니!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들이 집으로 돌아올 오후가 되면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밀가루를 체에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몸에 좋은 블루베리 머핀을 구워볼까, 건포도 쿠키를 구워볼까? 재료도, 레시피도 어려운 것 하나 없다. 그저 쓱쓱 싹싹. 매일매일 조카들에게 먹이고 싶은 간식 만들기를 나는 이 책에서 배웠다. _ 나카시마 시호 지음, 이아소

<저녁의 구애>
편혜영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동일한 점심과 일상에 소리 없는 가격을 하는 듯한 단편소설 여덟 편이 수록돼 있다. 특히 ‘저녁의 구애’ 같은 단편은 한국 문학사에 오래오래 남을 소설. 일상의 불안과 틈, 그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조등弔燈처럼’ 환히 빛나는 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딘가로, 누군가에게로 구애가 하고 싶어질지도…. _ 편혜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고전 평론가 고미숙
노년의 지혜를 꿈꾸는 중년에게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상, 하권 연암 박지원의 여행기 <열하일기>를 읽기 쉽게 옮긴 편역서로 여행의 지혜와 기술이 모두 담겨 있다. <열하일기>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길 위에서 만난 이국적 체험과 우정의 기술이 우리 마음의 장벽을 어떻게 뛰어넘는지 배우게 된다. 여행 속에서 삶의 길을 사유하는 유목적 철학, 노매디즘이 담겨 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르게 변화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보시길! _ 박지원 지음, 북드라망

<전습록, 앎은 삶이다>
중국 사상을 대표하는 양명학에 관한 친절한 가이드북이다. 앎과 삶의 일치라는 ‘지행합일’ 철학을 구축한 양명과 그 제자들의 기록을 담았다. 존재와 우주에 관한 탐구가 녹아 있는 지행합일이 철학의 역사에서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양명은 사실 장군 출신이다. 무사가 된 유일한 철학자, 양명의 일생과 지행합일의 원조를 탐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철학사라고 하면 읽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대중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으로 수년간 토론을 거쳐 기획해 쉽게 만들었다. _문성환 지음, 북드라망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북드라망의 ‘마이 클래식’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질병을 ‘글쓰기’로 치유하는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집단 무의식’으로 유명한 철학자로, 그의 사상은 동양적 무의식의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정신병원 의사로서 심리 상담을 많이 한 융은 자신이 직접 치료하기보다 환자가 스스로 치료하는 ‘자기 실현’을 강조했다. 이야기를 계속 경청하기만 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치유하도록 도왔다. 기본적으로 심리 상담의 원칙은 글쓰기다. 어떤 의학이든 길을 제시해줄 뿐 자신의 병은 본인밖에 고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_ 신근영 지음, 북드라망

<별자리 서당>
별을 보고 인생의 길을 찾는 것은 동양 사상의 기본 철학이다. <별자리 서당>은 동양 별자리인 28 수에 관한 기초 지식을 담은 책이다. 서양의 별자리가 점성술의 원형에 불과한 것과 달리 동양의 별자리는 훨씬 앞서갔다. 왕조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절기와 농사의 흥패를 예측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통치 기준으로 삼았다. 하늘의 별이 움직이면 땅의 에너지를 바꾸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의 많은 부분에서 별자리 이야기가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 천문학은 발달했는데, 그와 관련한 서적은 거의 없다. 이른바 ‘청년 백수’이다가 고전의 세계에 입문한 뒤 고전 평론가가 된 손영달 씨가 별을 탐구하며 완성한 책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별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_ 손영달 지음, 북드라망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리좀’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철학서 <천개의 고원>에서 나온 용어로, 중심도 시작도 끝도 없이 사방으로 얽히고설킨 뿌리줄기를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21세기 스타 철학자인 들뢰즈의 철학서 중 가장 어렵다는 책이 <천 개의 고원>이다. 그에 관한 책을 스무 살 ‘중졸 백수’인 김해완 씨가 썼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천 개의 고원>을 읽기 어려워하는 보통 사람도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을 읽으면 쉽게 그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과 연결하면 자기의 인생 의 지침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_김해완 지음, 북드라망

시인 김용택
인생의 멘토를 찾는 사람들에게


<만화 삼국지>

어릴 때 만화를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아니 지금도 만화를 읽는 것은 고우영 만화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도 여러 번 읽었지만 고우영의 <삼국지>는 만화가가 새로운 시각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소설이 되었다. 고우영은 만화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관우와 제갈공명의 경쟁 관계를 묘하게 그려내고 유비를 ‘쪼다’로 그려내는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해학과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들의 행동은 고우영 만화의 장점이다. _ 고우영 지음, 애니북스

<찬란>
젊은 시인 이병률의 첫 시집이다. 섬세한 시적 감성으로 우리 삶의 모습을 찬란할 정도로 더듬어낸다. ‘찬란’이라는 시 한 편만으로도 이 시집을 읽는 이에게 어떤 답을 줄 것이다. 전통 서정시의 지루함을 극복하고 현대성을 획득한 시가 아마 이병률의 시가 아닐까?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라는 구절만큼 봄을 직접 표현한 시가 또 있을까?_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임꺽정>
전 10권 총 열 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고전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중국에 <삼국지>와 <수호지>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임꺽정>이 있다.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입말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들리는 책이다. 영화나 소설마다 극의 긴장을 지속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그가 서림이다. 특히 임꺽정 패를 관가에 팔아넘길 것 같은 아슬아슬한 서림의 행동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_ 홍명희 지음, 사계절

<김수영 전집>
그처럼 현실을 치열하게 산 시인도 드물다. 아직도 삶의 한복판에 펄펄 살아 우리의 삶을 다그친다. 세월이 가도 낡지 않은 사랑이 무엇인지 이 시인은 노래한다. 내 손과 머릿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떠나지 않은 책이 김수영의 시집과 산문집이다. 책 속의 일기와 거침없는 문장은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현실을 압도한다. 나는 그의 시 ‘봄밤’을 지금도 읽는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봄이여/ 오오 봄이여.” _김수영 지음, 민음사

담당 신진주 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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