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2년 김치버스 세계 일주에 이어 최근 국내 전역과 일본을 무대로 한 시즌 2를 마쳤다. 김치 버스 여행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스물네 살 때인 2006년에 2백20일간 세계 무전여행을 다녀왔는데, 세계가 그렇게 넓은지 몰랐다. 여행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자동차 세계 일주를 계획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를 내세워 버스 이름을 정했다. 이름을 정하니 김치로 특별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요리사가 꿈이었기에 여행을 다니며 김치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정확히 김치버스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세계를 여행하며 김치를 알리는 일이다. 광주 김치 명인 김호옥 씨의 도움으로 광주시에서 두 달에 한 번 1년 이상 숙성한 감칠배기김치 50kg을 보냈고, 현지 유학생이나 외국인 친구, 대사관 등을 통해 전달받았다.
버스 안에는 항상 김치 냄새가 났겠다. 후후. 냄새가 엄청 났다. 버스 안에 있는 1백30L 김치냉장고 두 대에는 항상 김치 80kg이 들어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광주시로부터 약 400kg의 김치를 받았다.
본격적인 세계 일주를 시작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떠날 날짜는 다가오는데, 후원사를 구하기 어려웠다.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은 우리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곳은 없었다. 계속 실패하면서 팀원 사이에도 균열이 생겼다. 김승민, 조석범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으로 팀원을 다시 꾸리면서 2011년 10월, 블라디보스토 크로 떠날 수 있었다. 후원금이 들어오는 시기가 늦어져 가족과 지인을 모두 동원해 자금을 마련해야 했고, 캠핑카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한 가지도 쉽게 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첫 시식회를 했다. 주한 러시아 영사관의 제안으로 김치 카나페 시식회를 열었다. 러시아 흑빵과 햄을 곁들였더니 현지인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더라. 감이 부족해 양을 조절하는 게 어려웠지만, 성공적으로 첫 시식회를 마쳤다. 이후 카나페를 비롯해 김치 피자, 김치 브리토, 김치 보르시, 김치 아란치니, 김치 카포나타, 김치 햄버거 등을 그 지역에 어울리는 식재료와 함께 요리했다.
시즌 1과 시즌 2 여행까지, 4백82일간의 김치버스 일주 중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 러시아 최고의 조리 학교 28번 기술대학에서 한 요리 강의는 특별했다. 이어 유럽의 폴보퀴즈, 루이스 이리자르, 키스더쿡, 미국의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등 유명 조리 학교에서 진행한 쿠킹 클래스와 시식 행사는 꿈같은 경험이었다. 8백 명을 대상으로 김치 카포나타 시식 행사를 한 파리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첫날에 3백 명, 둘째 날에 8백 명이 몰렸다. 파리의 유명 비스트로에서 한식 코스 요리로 유료 일일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열다섯 시간 가까이 화장실도 가지 않고 메뉴를 준비했다. “한식으로 메뉴를 바꿔라”라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반대로 여행 중에 가장 어려운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2주 간격으로 포르투갈 리스본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강도를 만났다. 조수석 창문을 깨고 차 안에 있던 가방, 카메라, 여권, 노트북까지 몽땅 훔쳐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강화 플라스틱으로 임시 창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 하는 수밖에….
그런 위기가 있을 땐 서로가 큰 의지가 되겠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가? 세 명의 목소리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촛불 타임’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을 갖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시즌 1과 2를 합해 공식적인 성과가 궁금하다. 유럽과 미주를 여행한 시즌 1과 국내와 일본을 다녀온 시즌 2까지 합해서 총 4백82일 동안 5만 7483km를 달렸고, 28개국 1백46개 도시에서 9천3백90명이 김치를 시식했다. 2014년에는 브라질로 김치버스 시즌 3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당신의 궁극적 꿈은 무엇인가? 책을 출간하는 것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그리고 백과사전에 김치버스가 오르는 일이다. 내 이름으로 책은 출간했으니 이제 나머지 두 가지만 이루면 된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 일주>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세계 여행을 다니며 김치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시작부터 수백 명의 학생 앞에서 김치 문화 강연을 하기까지 짠맛 단맛 나는 절절한 여행기를 담은 4백 일간의 기록이다(시즌 1). 류시형 지음, 이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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