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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승 체험 여행 말 타고 삼림욕 하실래요?
갈대숲을 가로지르던 말은 어느새 계곡 위를 첨벙첨벙 뛰고 있었다. 발끝에는 흙과 물이 부대끼고, 귓등에는 바람이 스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말과 느린 호흡을 맞추며 자연을 만끽하는 외승이야말로 승마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사실을!


“끌끌, 가자!” 절도 있는 외침과 함께 말에 박차를 가하자 말들이 평온한 계곡을 가로지르며 가열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는 새가 지저귀고, 발밑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길을 승마로 즐기는 특별한 삼림욕!

말 등은 따뜻했다. 목덜미를 쓰다듬자 촘촘한 털 사이로 축축한 온기가 전해졌다. ‘아, 말이 땀을 흘리고 있구나!’ 그들도 우리처럼 뜨거운 심장을 지닌 생명체라는 사실이 손끝에 전해졌다. “이제 내가 네 위에 오를 거야, 오늘 잘 부탁해.” 말의 콧등과 목덜미를 두드리며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이게 무슨 우스꽝스러운 독백인가 싶지만, 말이 감정 있는 동물인 만큼 교감은 기승의 첫 번째 단계다. 더욱이 말은 한번 기억한 것은 6개월 정도 잊지 않는 습성이 있으니 기승자가 친근한 사람임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 승마로 어설프게 고삐를 잡아본 경험밖에 없기에 당시 말 등 위에서 아래를 보며 느끼던 아찔함, 그리고 말이 등 밖으로 나를 언제든 밀어낼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유일레저타운에서 이틀간 속성 교육을 받은 후 직접 말을 몰고 산으로 올라가는 외승으로 이어진 승마 여행은 그렇게 긴장감 있게 말과 만나면서 시작됐다.

“아직도 두 발로 걸어 다니시나요?” “말이 박차를 가하고 귓등에 바람이 스칠 때 레저의 신세계를 만날 것입니다. 외승을 하기 위해 승마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요. 삼나무 숲이 우거진 박달산과 마을을 따라 흐르는 계곡은 물과 흙을 모두 밟을 수 있는 외승 코스로 아주 매력적이죠.” 유일레저타운의 현상훈 대표는 승마의 진짜 매력을 만끽하려면 말과 함께 자연 속을 걷는 외승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마 경험이 있더라도 승마장 밖에서 말을 타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다. 익숙하지 않은 숲길과 계곡 등에서 경사가 가파르거나 바윗돌 같은 예상치 못한 악조건을 마주하기도 하고, 야생 동물을 만나면 자칫 말이 놀랄 수도 있기 때문. 초보자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낙마의 두려움 때문에 외승을 머뭇거린다. 현 대표는 “3초만 정신을 차려라”고 조언했다.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습니다. 외승에 동행한 교관들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말은 집단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무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혹시라도 낙마의 위험을 느꼈다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두려움을 떨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말 갈기를 힘껏 쥔 채 양쪽 허벅지에 최대한 힘을 실으세요. 불가피하게 낙마를 할 때는 고삐를 끝까지 잡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체가 바닥에 먼저 닿게 되어 대형 사고를 면할 수 있거든요.”

걷고, 뛰고, 달리고! 드디어 기승 시간! 보조 받침대를 밟고 말 등에 올라 안장에 안착하자 타기 전에는 느끼지 못한 고소 공포가 몰려왔다. 땅에서 말의 등까지 평균 150cm 이상이고 안장까지 더하면 여성 평균 신장에 가까운 아찔한 높이다. 말의 목덜미를 한 번 쓰윽 쓰다듬고 혓바닥을 이에 부딪치며 “끌끌” 소리를 냈다. 말이 길고 섬세한 귀를 쫑긋 세우고 내 목소리에 반응하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 말을 듣는 것인지, 교관의 신호를 따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삐를 잡은 손끝에 말의 움직임이 리드미컬하게 느껴지니 짜릿한 성취감이 들었다.
원형의 훈련장을 돌면 돌수록 말은 자신의 등 위에 앉은 사람이 초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양쪽으로 휙 젓거나 목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고삐를 짧게 쥐어 말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기세를 유지했더니 평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네 다리가 각각 움직여 천천히 걸어가는 평보는 실제 외승에서 말이 가장 많이 걷는 보법이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속보였다. “허리에 힘 빼세요! 다리에 힘 빼세요! 고삐를 더 짧게 잡으세요!” 계속되는 지적에도 몸과 마음이 따로 요동쳤다. 상하로 흔들리는 속보는 말이 조깅을 하듯이 유쾌하게 걷는 걸음걸이다. 하지만 말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반동 때문에 엉덩이가 사정없이 안장을 박치기하는 것. 발은 등자에서 자꾸 이탈하고, 고삐를 잡은 팔은 술 취한 사람처럼 허우적대고 엉덩이는 금세라도 튕겨나갈 듯 공중 부양했다. “워~워~” 말을 겨우 멈추게 하자 힘이 빠져 몸이 말의 머리로 확 고꾸라졌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말의 반동을 그대로 받는 좌속보와 달리 말 위에서 뜰 때 무릎을 폈다가 구부리며 반동에 리듬을 맞추는 경속보를 하니 충격이 훨씬 줄어든 것. 이때 3개월 다이어트 프로젝트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무릎을 펼 때 안장을 살짝 밀면서 버틸 수 있는 허벅지 힘이 꽤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보의 세 배 이상으로 도약하며 달리는 구보는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다. 교관이 여러 차례 ‘끌끌’ 하는 소리로 격려하자, 말은 땅이 울릴 만큼 우렁차게 말발굽 소리를 내며 훈련장의 모래를 휘젓고 거침없이 달렸다. 그 위에 있던 나는 거의 유체 이탈 수준이었다. 고삐로 조절하기 어려워 보조 손잡이를 힘껏 잡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허 벅지에 엄청난 힘을 주었다. 하지만 말이 도약할 때는 몸이 말에 끌려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말의 호흡을 파악하고 반동에 리듬을 맞추며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복 학습을 통해 몸이 머리보다 먼저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삼나무 사이사이를 느릿느릿 걸으며 숲의 기운을 듬뿍 받는 삼림욕 시간.

1
갈대가 빼곡한 길은 말을 타지 않았다면 쉽게 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외승이야말로 갈대숲을 자연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는지.
2태어난 지 4개월이 갓 넘은 미니 포니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 성질이 순한 미니 포니는 강아지처럼 사람 뒤를 졸졸 뒤따른다.
3유일레저타운 근교에서 만날 수 있는 용암사의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4안장, 안장 패드, 등자, 등자 끈이 한 묶음인 복대. 복대가 말에 잘 채워져야 승마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5유일레저타운에는 1박 2일 승마 여행자를 위한 방갈로 숙소가 호숫가를 끼고 마련돼 있다.

홀로 외승을 하려면 평보부터 구보까지 기본 승마 교육을 차례대로 받아야 한다.

외승을 하다가 길 위에 난 풀을 뜯고 있는 말들. 외승은 사람과 말 모두에게 특별한 외출이다.

외승, 레저의 신세계를 맛보다 평보에서 속보와 구보까지, 외승에 필요한 기본 훈련을 모두 마친 다음 날 아침 훈련장에 모였다. 푸른 고원의 유목민을 닮은 현대표를 선두로 안전을 책임지는 교관들과 실제 몽골의 푸른 초원을 달리던 베테랑 승마자 그리고 나와 같이 외승 훈련을 막 마친 초보자들이 함께했다. 나 또한 제주 조랑 말인 제우스와 짝꿍이 되어 선두를 뒤따랐다.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네 다리를 경쾌하게 움직이던 말이 좁은 오솔길로 들어섰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가로지르며 깊은 숲으로 들어가니 비현실적 기운마저 맴 돌았다. 그리고 나타난 박달산의 삼나무 숲…. 하늘을 향해 올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말이 미로 게임을 하듯 요리조리 머리를 돌렸다. 땅을 뒤덮은 낙엽을 밟는 소리, 커다란 바위를 두들기는 소리가 발끝에서 들려왔고 내 눈은 숲과 하늘 너머를 향했다. 말은 아무 말 없이 내가 보고 싶은 곳을 향해 느릿느릿 걸었다. 박달산을 내려와 마을을 따라 난 계곡 길에서는 북방의 광활한 정서를 닮은 말의 기운을 느꼈다. 발밑으로 갈대가 빼곡하고 철새의 군무에 고개를 돌리자 땅 위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말은 중간중간 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목을 축이기도 하며 늦가을의 여유를 함께 만끽했다. 광활하고 웅대한 대자연을 걷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나 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왜 그동안 몰랐을까?

승마에 관한 관심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여전히 귀족 스포츠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자와 보호 조끼를 무료로 대여해 별도 비용이 들지 않고, 필라테스나 퍼스널 트레이닝과 비교하면 비용이 합리적인 편이라는 점 등 도전의 문턱은 낮다. 더욱이 요추와 척추의 기운을 돕고 다리 관절과 종아리 근육 등이 단단해지면서 전신 운동이 절로 되니 승마를 해야 할 이유는 정말 많다. 현 대표는 외승이, 말을 이해하고 기본 교육을 받으면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미니 포니는 대여섯 살 어린아이가 올라도 무리가 없을 만큼 키가 아담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습니다. 더욱이 기승 실력에 따라 교관이 동행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어요.” 올겨울, 박달산 삼나무 숲에 눈이 곱게 내려앉으면 가족이 함께 외승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말 타고 삼림욕하고 싶다면?
박달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한 유일레저타운은 포니부터 제주마, 당나귀, 중형 승용마인 페인트 호스와 몸무게가 1톤에 달하는 역마 등 약 1백40두의 말을 갖추고 있다. 10회 교육 프로그램이 50만 원(1회당 1시간으로 유효 기간은 2개월)이며, 외승은 1회(2시간)에 12만 원이다(레벨에 따라 차이가 있음). 호숫가에 있는 38채의 방갈로에서 1박 2일 머물며 기초 교육부터 외승까지 체험하는 속성 프로그램은 40만 원(숙식 포함).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문의 유일레저타운(www.youealleisure.co.kr)


취재 협조 유일레저타운(031-948-6161)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서송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