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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명사가 전하는 새해 덕담 행복 수업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에서 어린 남매는 파랑새를 찾으러 숲으로 들어가 온갖 행복을 접하고 겪는 모험을 합니다. 갖은 모험 끝에 꿈에서 깨어나니 일상에 늘 있던 새장 속 새가 푸른빛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지요. 요즘 우리는 마치 동화 속 어린 남매처럼 행복을 품에 안으려 내면과 외면의 세상을 무던히 헤매고 다닙니다.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도대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양한 관점으로 행복을정의하고 연구해온 명사 다섯 명이 <행복> 독자께 2014년 새해 덕담을 전합니다. 아울러 올 한 해 행복한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행복 수업’을 지면으로 공개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낫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 것이 진짜 긍정이다.

‘내일은 잘될 거야’ ‘좋은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만이 긍정적인 걸까? 긍정주의 어른들의 행복 수업 모임 ‘옵티미스트 클럽’의 채정호 교수는 잘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 것이 진짜 긍정이라고 말한다. ‘포지티브Positive’가 아니라 ‘예스Yes’ 하고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글 신진주 기자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상태가 호전됐다가 질병이 재발하는 환자를 보면서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해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삶의 의미와 가치 없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7년 전 <행복한 선물-옵티미스트> 발간을 계기로 ‘옵티미스트 클럽’을 만들었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옵티미스트 정기 모임을 하며,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기 위한 강점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의 02-3477-0228


똥밭에 빠지면 삽질을 해라 채정호 교수가 말하는 옵티미스트는 ‘행동하는 긍정주의자’다. 그는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8년간 수용된 미국 장군의 일화에서 나온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예로 들었다. “포로들을 좁은 웅덩이에 가두고 음식도 거의 주지 않고 방치했어요. 대부분 버티지 못했는데, 누가 먼저 죽었을까요? ‘스톡데일 장군과 함께 잡혔으니 곧 풀려날 거야’ ‘내년이면 우린 자유겠지’ 하고 낙관적 기대를 품은 병사들이었습니다. 생존자는 오히려 그 좁은 웅덩이에서 푸시업을 하며 살아남으려고 체력을 단련한 병사들이었어요. 낙관적 희망은 공부하지 않으면서 명문 대학에 입학하길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똥밭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잖아’ ‘설사밭이 아니어서 다행이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순한 긍정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삽을 들고 똥을 퍼내는 ‘행동’이에요. 자신의 현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삽질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행동하는 긍정주의자입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반복하면 오히려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채정호 교수는 “인생은 그렇게 괜찮지 않다”며 변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우라고 강조한다. “괜찮아져야 괜찮은 것이 아니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합니다.”

행복한 사람의 세 가지 공통점 사람은 타고난 성향과 성장 환경에 따라 느끼는 행복이 각각 다르다.  그는 이른바 ‘행복한 사람’의 패턴을 분석해 ‘행복한 삶’의 조건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만족하는 삶(Appreciate)’ 입니다. 돈이 많다고 주관적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에요. 매일 수십만 원 하는 코스 요리를 먹으면 1천 원짜리 떡볶이가 먹고 싶을 겁니다. 우울증 환자는 타인의 행복한 표정을 잘 인식하지 못해요. 불행을 많이 인식하고, 자신의 좋은 점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또한 불행입니다. 현재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훈련해야 합니다. 둘째는 ‘충실한 삶(Better&Better)’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알피니스트예요.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죽을 것처럼 힘들고, 동상에 걸리면 자칫 발가락이 잘릴 수도 있는데 정상에 서면 행복하거든요. 열심히 몰입해서 무언가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상관없이 한 분야에 몰입하면서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해요. 잘하기만 해서도 안 되지요. 스스로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삶(Care)’입니다.  주관적 만족도가 높고 몰입하기만 하면 행복할까요? 마약 밀매상이라면 주관적 만족도는 높고 몰입도도 좋겠지요. 하지만 그 자체가 의미 없는 삶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습니다.

테레사 수녀나 이태석 신부처럼 의미 있게 살면 행복해집니다.” 그는 무엇보다 만족하는 삶, 충실한 삶, 가치 있는 삶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행복 지수가 가장 높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각각 최대 점수가 1백 점이라고 했을 때, 두 영역이 90점이고 한 영역이 0점인 사람과 세 영역이 모두 60점인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채정호 교수는 합계 점수가 같아도 세 가지 가치가 균형을 이룬 사람이 훨씬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과락은 없어야 합니다. 한 영역이 완전히 비어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요.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하는 것을 보충하면서 세 영역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찾는 지혜 행복한 삶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이 균형을 이루려면 자신에게 어떤 것이 부족하고 넘치는지 자각할 줄 알아야 한다. 채정호 교수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먼저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강점을 알아야 합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선천적 성향을 고치는 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거의 불가능하지요.  행복하게 살려면 자신의 강점을 알고 실현할 줄 알아야 해요. 자신의 강점이 성실함인데, 놀고 먹으라고 하면 불행해집니다. 저는 행복하냐고요? 작년보다는 행복합니다.

옵티미스트 클럽을 통해 늙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그는 2020년까지 옵티미스트 10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5백 명이라고 가정하면, 5천만 명이 옵티미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복이란 자신의 강점을 자각하고,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함으로써 이전보다 나은 나 자신을 발견해내는 것이리라. 그의 말처럼 신년에는 행동하는 긍정을 통해 작년보다 한 단계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길 마음 깊이 고대해본다.


동사섭 행복마을 용타 스님
이미 소유한 행복을 아는 것이 행복이다.

동사섭에서 행복 수련을 한 교사가 학교로 돌아갔다. 지각생에게 불호령 대신 “길동이가 지각이구나”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결석하지 않아 감사하네”라는 ‘구나, 겠지, 감사’의 행복 기술을 사용하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덕분에 학생들과 가까워진 그는 교사의 참역할과 의미를 20년 만에 다시 느꼈다며 행복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글 김민정 기자

동사섭이란 사람에게 베푸는 보시섭, 자애 어린 말의 애어섭, 이로운 일로 돕는 이행섭,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사섭의 삶의 태도를 일컫는 불교 사섭법 중 한 개념이다.

용타 스님은 1980년 강진 무위사에서 강연을 시작했고, 1982년 조계종 원로인 정조 화상이 ‘동사섭 법회’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2005년 재단법인 행복마을을 설립했고, 2007년 경남 함양에 동사섭 문화센터와 2013년 서울 관훈동에 동사섭 분원을 열었다. 함양에서는 5박 6일 간 머물며 연찬, 토론, 학습에 참여하는 일반, 중급, 고급, 전문가 양성의 각 과정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서울 분원에서는 수심장과 화합장을 각 2박3일간 낮시간에만 수강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문의 055-962-1070



경남 함양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행복마을에서 정기적으로 ‘동사섭’ 수련회를 열고, 최근에는 서울 관훈동에 자리한 동사섭 분원에서도 강연을 하는 용타 스님. 그는 사람이 존재할 때부터 있던 행복의 개념이 요즘 생활에서 멀어진 것은 슈바이처 박사의 예견처럼 사람이 사색, 즉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것의 인과라고 설명했다. “슈바이처는 20세기 인류는 사색을 포기한 인과를 톡톡히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람이 마땅히 생각할 때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습관보다는 그럭저럭 지내온 습관에 길들여집니다. 좋은 느낌 상태를 생각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사색하지 않으니 그럭저럭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야 하는 인과를 받는 것이죠.”

행복이란 ‘좋은 느낌의 상태’다. 용타 스님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좋은 느낌의 상태’다. 보통 사람은 좋은 느낌을 가지려고 주변 환경을 바꾸거나 자신의 마음을 바꾸려 한다. 요즘 사회는 특히 환경을 바꾸려는 문화가 팽배해 사람들은 좋은 느낌을 찾아 이사를 하고 자동차를 바꾸고 멋진 옷을 사 입는 일에 치중한다. “환경 변화에 쏟는 에너지를 5할로 낮추면 가장 좋습니다. 나머지 3~5할의 에너지는 ‘마음을 바꾸면 행복해진다’에 사용해보세요. 두 축을 다 중요시하는 이것이 바로 중도입니다. 우리 마음을 분석하면 어리석은 마음이 한정 없지요. 이 어리석음을 다시 분석해보면, 또 ‘환경’이 문제고 그래서 환경 탓을 하게 되지요.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바꿔야 이 어리석음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행복해집니다.”마음을 다스려 행복을 찾으려면 영성의 깨달음과 더불어 잘 닦은 마음을 생활 속 습관으로 길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동사섭 수련은 행복에 이르는 다섯 가지 원리, 즉 정체正體,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의 이론을 깨우치는 데 3할의 노력을 들이고, 나머지 7할은 깨달은 마음을 실제로 인품에 적용하는 실습을 하니 종교적 수련보다는 ‘마음 훈련’ 또는 ‘습관 훈련’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수련의 시작점인 ‘정체’ 원리는 자신도 모르던 자기 열등감과 자기 비하를 떠나보내는 것.

대학교수도 기업의 CEO도 남몰래 갖고 있는 비극적 자아를 내려놓고 ‘나야말로 행운아였구나!’라는 깨달음을 스스로 얻으면, 마치 무거운 족쇄에서 풀려난 듯 발이 땅 위로 날아다니는 가벼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 다음 원리는 ‘대원’이다. 큰 소망이라는 뜻의 이 원리는 이타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범위를 나 자신과 우리 가족 밖으로 확장시키는 것으로, 이웃 사촌ㆍ지역 사회ㆍ전 국민ㆍ지구는 물론 우주에까지 대원의 범위가 넓어지면 원래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일평생 ‘나, 나, 나!’ 하며 내 고집, 내 이기심으로 살았지만 부모, 공기나 물, 중력 중 하나만 없었어도 존재조차 못 할 것이 ‘나’이고, 중력이 지금보다 두 배로 증가하면 파충류처럼 땅을 향해 곤두박질칠 것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나’다. 이런 생각에 이르면 자연히 이웃 사랑, 사회 전체의 조화, 친환경 문제까지 해결되는데, 평생 이타적 마음을 품어보지 않은 몇몇 사람은 이 원리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가족 이상으로 관심의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다며 회환의 눈물을 쏟기도 한다.

수심과 화합, 두 축을 습관화하라 수심과 화합은 실습에 공을 들여야 하는 원리다. 대학 시절에 출가한 용타 스님은 몇 해 동안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교사로 재직한 후 다시 산에 들어가 7년간 수행을 했다. 교사 생활 당시 상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프로이트와 함께 세계 2대 심리학자로 불리는 칼 로저스의 엔카운터 그룹(대면 상담)을 두 번 경험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선생이나 의사가 찾아온 사람에게 ‘이렇게 하시오’라며 일방적 지침을 주던 시대에 ‘공감적 이해’와 ‘경청’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어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슬픈지, 답답한지, 기쁜지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파격적 심리 상담법이 전 세계는 물론 불자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감정 표출, 수용, 경청, 절대적 공감을 하면서 대화하는 동안 심리 상태가 호전되어 자연히 ‘화합’하는 인간 중심적 집단 상담의 효과를 크게 경험한 용타 스님은 처음 동사섭 수련에서 엔카운터 그룹처럼 ‘화합’을 주요 관심사로 삼았다. 

하지만 수련 후 금세 원래의 생활과 인품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화합만큼 중요한 것이 개인의 마음을 계속적으로 닦는 수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련 효과가 인품에 온전히 젖어들도록 반복 수련을 돕기 위해 처음 비구조적 엔카운터 그룹 형식으로 시작한 동사섭 수련에 점차 다섯 가지 행복 원리, 그리고 수심과 화합의 실습법이라는 이론과 구조를 더했다. “수심은 당연한 순리에서 벗어나 잘못 길들여진 마음을 바로잡는 마음 공부입니다. ‘구나, 겠지, 감사’가 이 마음 공부의 중요한 틀이에요. 한 예로, ‘이놈아!’라는 말을 듣고 곧장 화내는 건 동물 같은 습관적 반응이지.


스포츠 심리 상담가 김병현 박사
시련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태릉선수촌에서 30년 이상 국가 대표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해온 김병현 박사는 심리 훈련을 받지 않으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승리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요인을 체계적으로 훈련했을 때 비로소 ‘시합의 흐름’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고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 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 관하여. 글 신진주 기자

김병현 박사는 국내에 ‘스포츠심리학’이 알려지지 않은 1980년대 초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입사해,현재 수석 연구원으로 국가 대표 심리 코치를 맡고 있다. 학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는 총체적 접근이 가능한 동양적으로 하는 것이 그의 심리 훈련의 특징. 역도 선수 장미란·프로 야구 선수 김병현·한화 이글스 투수이던 조규수 씨를 비롯해 2012 런던 올림픽의 영웅인 사격 선수 전종오 씨와 골프 천재라 불리는 장하나 씨 등 수많은 국가 대표 선수가 그의 상담을 받았다.


바벨을 들어 올린 후 내리라고 심판이 신호를 보낼 때 순위가 결정되는 역도 경기처럼 찰나의 순간을 위해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는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해야 할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음을 고백한 역도 선수 장미란 씨는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심리 훈련을 담당한 김병현 박사는 국가 대표 선수가 느끼는 두 가지 불안 요소를 설명한다. “국가 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 한 달 전부터 엄청난 불안에 시달립니다. 실패와 실수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국민이 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마음이 지배하죠. 이럴 때 내 안의 불안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인지하지 않으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속 불안을 떨쳐내기 그의 질문은 굉장히 단순하다. “불안이 뭐냐?” “너의 불안은 어디에서 나오느냐?” 마치 선문답처럼 들리는 그의 독특한 대화법은 평범한 심리 상담 장면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서양에서 말하는 생각의 주체는 ‘자아自我’, 즉 자신이지만 동양적 사고에서는 ‘무아無我’의 개념으로 봅니다. 결국 자신의 생각에 실체가 없는 것이지요. 불안을 만드는 생각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이처럼 국가 대표 선수는 승리를 위한 체력과 경기력 습득 외에 성취 욕구, 결심, 집중력, 의지, 자신감, 불안 제어, 자아 조절 등 다양한 심리 요인을 연마해야 한다.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방법은 ‘역설적 심리 상태’의 수행이라고 김병현 박사는 강조한다.
“선수가 승리하려면 단호하면서도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며, 세밀하면서도 완벽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지나치게 애를 써서는 안 됩니다. 선수는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조심성이 있어야 하며, 자신을 통제해야 하지만 본능적인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하며, 집중해야 할 초점을 알되 고정화하지 않아야 하고, 이완은 하되 긴장은 풀지 말아야 합니다.”

김병현 박사는 불안을 떨치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염송念song 훈련’을 제안했다. ‘생각하다’는 뜻의 염念과 노래(song)의 합성어로 한 문장을 반복해 읊조리는 훈련이다.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하고 염불을 외듯 30분간 반복해서 말하는 것.  “염念은 현재(今)와 마음(心)이 만난 글자로 ‘바로 지금 여기(now & here)’에 깨어 있으라는 뜻입니다. 염송 훈련 초기에는 온갖 잡념이 밀려오지만, 반복하면 한 가지 생각에 오래 집중하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의 생각 채널은 하나만 존재해서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하지 못해요.”

분석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김병현 박사는 2012년 7월부터 타이거 우즈가 ‘천재 소녀’라고 극찬한 골프 선수 장하나 씨의 심리 코치를 맡고 있다. 장하나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1년, 전 세계 골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KSPGA 투어에 화려하게 도전했지만 주위의 지나친 기대로 상금 랭킹 32위에 머무는 등 기대에 못 미친 데뷔 첫해를 보낸 것. 당시 그는 “무조건 잘되지 않는다”는 마음이 자신을 지배했다. “운전에 숙달된 사람은 감각으로 과감하게 틀어 한 번에 주차하지요. 시합을 할 때 몸으로 익힌 감각으로 머뭇거림 없이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수했을 때 기본 기술 동작을 한 단계 한 단계 생각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것이 ‘분석 증후군’입니다. 경기 흐름을 탄다고 하잖아요. 생각하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경기 흐름을 방해합니다.” 그의 심리 훈련 덕분일까? 장하나 선수는 지난 시즌 3승을 기록하며 데뷔 3년 만에 한국 여자 프로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생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자신의 실력을 믿게 되고, 더 잘 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심리 훈련의 목적이 메달 획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훈련으로 얻은 마음의 평안은 나아가 가정과 사회, 동료 사이에서 든든한 관계를 맺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련이 오면 겪어라 인생에도 스포츠 경기와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시련을 겪는 과정도 행복한 인생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을 떨치는 심리 훈련 중 하나인 것이다. “여러 차례 난관과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누구보다 심리 훈련을 빠르게 이해합니다.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많아요. 시련이 올 때는 피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정면 충돌하세요. 반복해서 겪으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선수들의 굳은살처럼 사람 마음에도 근육이 생기면 더한 시련이 와도 남보다 빠르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 좌절하지 않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내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스포츠 심리에서 얻게 된다. 행복한 삶이 궁극적 목표라면 우리도 운동 선수가 심리 훈련에 힘쓰듯 행복한 삶의 기술을 익히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최인철 교수
활동과 인간관계, 행복은 이 매뉴얼을 관리하는 것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 최인철 교수는 “심리학은 인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기계를 사용하려면 매뉴얼이 필요한 것처럼, 최인철 교수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사람을 이해해 사람의 행복을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든다. 그 첫 번째 매뉴얼이 중학생의 행복 수업을 위한 <행복 교과서>다. 글 김민정 기자

최인철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행복연구센터는 2010년 1월, 우리 국민이 행복한 삶의 가치를 깨닫는 성숙한 사회가 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설립했다. 연구소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한국과 세계의 행복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온라인 ‘뉴스레터’를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행복연구센터 연구팀은 2011년 중학생을 위한 <행복 교과서>를 완성해, 참여를 원하는 교사 누구에게나 방학마다 서울대에서 행복 수업 연수를 제공한다. “행복 수업은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힘들 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준다”라는 어느 중학생의 후기처럼, 지난 4학기 동안 그 가치가 점차 알려져 현재까지 전국 중학교의 22%에 해당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행복 수업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계속해서 초등학생, 고등학생, 어른을 위한 <행복 교과서>도 준비 중이다. 문의 02-880-6391, snuhappiness.kr


심리학이 온몸을 두루 보살피는 보약이라면, 행복학은 행복이라는 목표에 레이저를 겨냥해 쏘는 집중 치료다. “행복이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식으로 행복을 지나치게 정신화하고 있어요. 행복은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이런 접근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많은 심리 연구 결과, 행복이라는 좋은 느낌의 대부분은 액티비티, 즉 활동에서 얻습니다. 그러니 액티비티를 관리하지 않고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만 다스리는 건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겁니다.”

노력으로 높이는 행복 심리학에서 행복이란 ‘즐겁고 재미있고 감각적으로 달콤하고 염려 없이 몰입하는 느낌’ 그리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 성취했다는 느낌,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느낌’ 등을 일컫는다.  그러니 즐거운 일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으면 행복을 개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행복학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보편적 행복 개선법을 알려주는 연구 초기 단계다. 행복연구센터가 중학교 행복 수업용 교재로 발간한 <행복 교과서> 역시 학생에게 행복의 보편적 가치를 알려준다.

‘국, 영, 수’ 수업이 신호등처럼 반복되는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에 하는 행복 수업이 학생에게 단번에 행복감을 줄 수는 없겠지만, 행복 매뉴얼 중에서 자신의 행복 개선에 맞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 행복 역시 운동처럼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은 효과를 얻습니다.  어릴 때부터 행복한 삶의 중요성을 깨달아 즐거움, 몰입, 의미와 가치 있는 일을 찾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나가면 남은 인생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지요.” 이 행복 개선 효과는 행복 수업을 하는 교사들에게도 적용된다. 2011년 가을, 처음 <행복 교과서>를 만들어 시범 연수를 공고할 때는 자발적으로 참여할 교사가 극소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뜻밖에 전국 열 곳 이상 학교에서 쉰 명이 넘는 교사가 행복연구센터에 찾아왔다. 가까운 경기도에서도 멀리 거제도에서도. 2012년 1학기부터 시작해 총 4학기가 지나면서 행복 수업을 하는 학교가 늘어나 현재 전국 중학교의 22%에서 행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나 교육청이 주도하는 의무 수업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다하려는 학자와 젊은 연구원들이 고안하고 진행하는 자발적 프로그램을 교사와 학교의 협조로 시행하는 수업에 대해 꽤 놀라운 호응을 보인 것이다. 인성 교육이 사라진 시대에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심리학에 기반한 행복의 가치를 인지하는 수업은 곧 인성 교육이 된다며 학부모들이 반겼다.

또한 행복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은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돕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초심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전해왔다. 만날 아이들 야단만 치고,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행복 수업을 하느냐는 거절도 있었다. 이 경우 최인철 교수는 두 가지 답변을 한다. “행복 수업은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수업이기도 하지만,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 개념과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기도 합니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국어 수업을 안 하지는 않거든요. 또 흔히 행복한 사람이 행복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행복 수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학상장敎學上長’ 이라는 한자 성어처럼 행복 수업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선생님 본인의 행복감이 더 높아졌다는 수기를 종종 보내주십니다.”

당신의 행복 전문가는 당신이다 몇 년 후 완성을 목표로 준비 중인 <어른을 위한 행복 교과서> 역시 테니스 교본처럼 행복을 대하는 자세부터 기술까지 구체적 삶의 매뉴얼을 담을 계획이다.  세계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행복연구센터가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집중 연구한 결과를 분석한 행복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이 책에 담기는 것이다. “첫째, 행복은 몸에 있습니다. 마음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몸의 역할을 더 많이 강조하는 겁니다. 행복감을 주는 활동은 늘리고 그러지 않은 활동은 줄이는 식으로 몸을 잘 써야 합니다.  그 활동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분야지요.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해보니 여행, 운동, 산책, 자원봉사, 대화, 먹는 것, 종교 활동 등을 할 때 행복해합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행복감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은 TV 시청, 인터넷 서핑, 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입니다.”순간의 경험을 특징짓는 요소, 즉 ‘무엇을 누구하고 어디서 하는지’의 세 가지 키워드를 잘 점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이 앞서 언급한 행복감을 높이는 액티비티라면 ‘누구’는 관계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가족ㆍ친구ㆍ연인이 주는 행복감이 가장 높습니다.  반면 혼자 있을 때보다 행복감을 더 낮게 만드는 사람이 상사 또는 공적 관계자로 나타났지요.

가족ㆍ친구ㆍ연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 사람과 있는 시간, 함께 하는 액티비티를 늘리면 행복이 개선되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지만 자녀는 거실에서 TV를, 아버지는 서재에서 신문을, 어머니는 주방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지낸다면 행복을 위한 액티비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테니스, 골프, 등산 등 모든 운동에서 하체가 잘 고정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행복하려면 우선 이 ‘액티비티’와 ‘인간관계’가 단단히 고정되어야 한다. 그 후에 마음이다. 다리가 흔들리는데 마음만 강조하려니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진짜 응급 상황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바이탈 사인, 즉 혈압ㆍ맥박ㆍ호흡ㆍ체온을 체크한다. 환자와 가족은 정신없지만 의사는 이 네 요소가 정상이면 일단 안심한다. “자기 행복에는 자신만이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는 ‘내 혈압은 여행, 내 맥박은 가족’처럼 행복에 관한 메타널리지(‘자기 조절 지식’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가 생기도록 돕는 행복 매뉴얼을 제공하지요. 행복의 여러 연구 결과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습득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모습으로 행복을 설계하세요. 당신의 행복에 대한 최고 전문가는 그 어느 학자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드림웍스 인재 개발 이사 셸리 페이지 씨
열정과 몰입이 행복을 여는 열쇠다.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한국예술종합 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한 셸리 페이지 씨는 나와 내 그림자까지 다해 에너지를 쏟는 것이 열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고 내가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인생의 적시적소! 그 행복한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손에 쥐어야 할 지도는 ‘완벽한 계획’이 아닌 ‘열정과 몰입’이라는 나침반이다. 글 김민정 기자

셸리 페이지 씨가 일하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1995년 창립해 작년까지 무려 25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이 중 대다수가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평균 3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5편을 완성하는 데는 총 75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하지만 이를 18년으로 단축한 건 전 직원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몰입한 결과 놀라운 에너지가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이 마법은 디즈니사를 제치고 아카데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는 기대 이상의 성취를 경험하게 했다. 이런 행복한 작업에 동참할 새로운 인재를 찾는 데 셸리 페이지 씨가 꼽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열정과 몰입이다. 그 외에 예술적 탁월성, 자기비판 능력, 시간 관리 능력, 팀워크, 이해심, 성숙한 인성, 융통성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젊은이가 행복의 기회를 얻는 열쇠가 된다.



진격의 스토리보다 반격의 스토리가 더 풍성한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처럼, 망망대해에도 “도전!”을 외치며 거침없이 뛰어드는 열정과 몰입의 주인공. 그에게 환상의 해저 세상을 유영하는 성취감을 안겨주는 게 인생이라는 생명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해요.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쏟아야 하는 애니메이터가 되려는 건 ‘열정’ 때문이죠. 그러니 수준이 같은 다섯 명의 후보가 있다면, 그중에서 가장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 몰입도가 높으니까요.” <슈렉> <쿵푸 팬더> <마다가스카르>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드림웍스사의 글로벌 인재 개발 이사인 셸리 페이지Shelly Page 씨는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래픽 디자이너,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패키지 디자이너 등의 일을 하다가 1982년 우연한 기회에 영국 런던에 있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리처드 윌리엄스 씨의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열정, 몰입 그리고 성취 젊은 아티스트 서른 명이 모인 작은 스튜디오. 80세가 넘었어도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을 배우던 리처드 윌리엄스 씨는 디즈니사의 유명 아티스트가 은퇴하면 런던으로 초대해 젊은 예술가를 위한 클래스를 열곤 했다. 젊은 아티스트 서른 명은 매일 새벽까지 애니메이션 작업에 몰두했다. 그들에겐 몰입이 곧 행복이었다.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제작할 때 런던의 이 작은 스튜디오가 고스란히 캘리포니아로 옮겨가 그 일을 맡은 것은 열정과 몰입의 결과였다. 셸리 페이지 씨는 이 영화에서 공간 배경을 그리고 요염한 여주인공 제시카에게 2D에서 3D로 음영을 주는 작업을 했다.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고 런던에 돌아온 후에는 마을 주민을 살리려 약이 담긴 썰매를 끌며 설원을 질주하던 ‘발토’라는 전설적 개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만들었다. 런던에서 볼 수 없는 허스키종의 날렵한 움직임을 표현해야 했는데, 당시 네 다리의 움직임을 3D로 표현할 기술이 부족했다. 젊은 예술가들은 유럽을 다 뒤져 알프스 출신의 늙은 허스키종을 데려오는 열정을 보였고, 그 개가 러닝머신에서 걷는 것을 관찰하며 다리의 움직임을 그리고 또 그렸다. 수일이 지나자 늙어 살이 찐 개는 날씬해졌고, 동물 움직임을 표현하는 능력이 앙상하던 예술가의 실력은 향상하는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다. 그 기술력 덕분에 이 젊은 예술가 30인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창립할 때 대서양 건너로 초대받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몰입과 성취가 가져다준 행복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전이 행복을 얻게 한다 “계획대로 인생을 사는 것도 의미 있지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예스’를 외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로 오겠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남편과 아이 때문에 런던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려울수록 몰입하고 기회가 오면 받아들이기로 했죠. 어려움을 뚫으면 어느 순간 한계를 뛰어넘은 나와 만나게 되니까요.” 남편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에 건너간 그와 동료들은 <이집트의 왕자>를 시작으로 <슈렉> <쿵푸 팬더> 등의 대작을 선보여 전 세계에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인생엔 드림웍스 글로벌 인재 개발 이사가 되는 또 다른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왔다. “세계의 애니메이션 인재를 찾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회사에서 권유했습니다. 이 놀라운 제안을 받아들이자 제 직업은 배경을 채색하는 아티스트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아티스트로 바뀌었죠. <터보> <드래곤 길들이기> <쿵푸 팬더 3> 등의 감독이 제가 세상을 다니며 발굴한 사람들입니다.”

세계 대학의 강연장, 졸업식, 필름 페스티벌을 방문해 강연하고 젊은이의 열정과 몰입이 느껴지는 기발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찾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다. 수작을 고른 그가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면 제작자, 감독, 다양한 관계자가 극장에 모인다. 그곳에서 일명 ‘셸리 쇼’라고도 불리는 ‘The Eye Candy Show’, 즉 셸리 페이지 씨가 엄선해온 작품을 상영하는 쇼가 펼쳐진다. 이 쇼는 지구 한구석의 꿈 많은 예술가가 세상이라는 무대로 점프할 수 있는 행복의 통로가 되고, 상업 전략에 물든전문가가 순수의 감동에 마음을 씻는 행복의 수로가 된다. 셸리 페이지 씨는 행복은 자신이 적시 적소에 있을 때 온다고 설명한다. 적시는 열정과 몰입이 만들고, 적소는 도전으로 다다른다. 인생이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은들 어떠하랴. 무술 대회가 보고 싶어 담을 뛰어넘은 국수 장수 팬더는 중원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영주와 담판하러 용기 내 세상으로 나온 초록 괴물 슈렉은 피오나 공주의 사랑을 얻는다. 뛰어넘고 달려나가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낀 곳, 그곳이 행복한 인생의 적시 적소다.

기획 문화교양팀 | 사진 박기호(인물), 이명수 기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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