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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을 통해<루아야Lua ya> 발매한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 씨


2010년에 발표한 에 이어 두 번째 재즈 앨범 <루아야Lua ya>를 발매했다. ‘섬집아기’ ‘과수원길’ ‘자장가’ 등 우리나라 동요를 불렀는데, 딸 ‘루아’에게 바치는 음반인가?
음반 작업을 시작하면서 임신 사실을 알았다. 당연히 루아를 위한 음반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노래했다. 앙계장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농장으로 가는 길에 어머니는 늘 노래를 불러주었다. 꽃구경 물 구경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시간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그 순수하고 말간 시절의 향수가 마음속에 늘 자리하는 것 같다.

루아의 태교를 음반 녹음으로 한 셈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임신 사실을 몰랐을 때 피아니스트 아론 파크스의 리코딩 현장에 우연히 갔고, 그의 연주에 맞춰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작업이 시작됐으니까….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입에서 나오는 노래가 ‘섬집아기’였다. 아론의 즉흥 연주까지 느낌이 참 좋았다. 언젠가 다시 정식으로 음반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만 나눴는데, 실제 현실화될 것이란 생각은 못 했다.

당시 부른 ‘섬집아기’도 앨범에 수록했다. 수록한 대부분의 곡 또한 즉흥 연주라고 들었다. 가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 아닌가? 아무래도 위험성이 높다.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내 안의 영혼을 끄집어내고 싶었는데, 만프레드 아이허 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안정된 배에 오르는 것보다 위험성이 높아도 매번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전설적 레이블 ECM을 통해 앨범을 발표하는 첫 번째 한국 가수가 됐고, ECM의 프로 듀서이자 남편인 정선 씨가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다. 정선 씨는 탁월한 프로듀서다. 그는 내 음악을 가장 잘 듣고 이해하는 사람이며, 나다운 모습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유일한 사람이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역할을 나눈 적 없는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 씨가 그에게 일을 맡긴 것만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프로듀서로서 판단력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개인적으로는 정선 씨를 만난 아이허 씨가 운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후후.

만프레드 아이허 씨의 앨범 커버 디자인은 발매될 때마다 화제를 낳는다. <루아야> 앨범 커버도 그의 아이디어인가? 그렇다. 워낙 추상적인 구도의 커버를 작업해왔기 때문에 작업 의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동요가 모티프가 된 수록곡과 밝은 색깔의 나뭇잎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다.

데뷔 초에는 대중음악 활동도 했는데, 재즈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네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꿨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고,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을 내려놓을 수가 없더라. 진로를 결정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때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몰래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을 했다. 기회가 와서 대중가요 피처링 작업을 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브라질 재즈 음악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1집 앨범이 YEAHWON 이다. 당시 편곡에 무척 힘을 쏟았는데, 2집 LUA ya는 그 반대로 아주 즉흥적으로 작업한 앨범이다. 그래서 더욱 내 영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시아버지인 지휘자 정명훈 씨가 신예원 씨의 노래를 듣고 ‘천상의 목소리’라고 극찬했다. 아마 ‘시아버지 대회’라는 것이 있다면 1등을 하실 것이다. 며느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무조건 좋은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주시니까…. 12월에는 아버님도 ECM 레이블을 통해 ‘손녀들을 위한 피아노 솔로곡’ 앨범을 발매한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 소리에 매일 아침 눈을 떴다고 한다. 워낙 영혼이 특별한 음악가이기 때문에 이번 앨범도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줄 것이라 믿는다.

현재 뮌헨에서 거주하는데, 앞으로 국내 음악 활동 계획이 있는가? 사실 루아의 양육을 위해 더는 음악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내 활동을 하면서 내가 노래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루아가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시도할 것이다. 또 실력 있는 한국 아티스트들이 ECM이라는 세계적 레이블과 많이 작업할 수 있는 연결 고리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신예원 씨의 두 번째 재즈 앨범 <루아야Lua ya> 보스턴의 메카닉스홀에서 ECM 프로듀서 정선 씨가 녹음한 앨범은 그의 제안으로 모든 수록곡을 30분에 걸쳐 한 번의 연주로 마쳤다. 어린 시절 신예원 씨가 어머니에게 배운 노래들을 비롯해 총 열세 곡을 담았다. ECM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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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