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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화가 공성훈 씨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2013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 신미경, 조해준, 함양아 씨와 함께 후보 작가로 선정된 후 3개월 만이다.
사실 수상자 발표 날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작년 12월 포트폴리오 제작 요청을 받은 당시에는 후보조차 거절했다. 수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우리나라 미술계는 아트페어용과 비엔날레용 미술로 나뉜다. 건강한 미술계라면 비평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상업적 결과도 이끄는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 나는 양쪽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통 회화지만 집에 걸어놓기 어려운 작품이고…. 작품을 봐도 별로 안 팔릴 것 같지 않은가? 후후.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유학파나 공모전 출신도 아니고 대중적 인지도도 낮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항상 혼자 작업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번 수상으로 내 작품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수상자로 선정된 뒤 국내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무척 고무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수상이 발표되기까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10인으로 구성된 미술계 추천단에게서 작가 추천을 받아 진행한다. 국내외 미술 전문가 다섯 명의 심사를 거친 후 추천받은 작가들 중 네 명이 후보 작가에 올랐다. 3월에 후보 작가로 선정되면서 4천만원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다. 150호 신작 여섯 점을 작업했는데, 3개월 안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꽤 힘들었다.

심사위원단이 공성훈 씨의 작품을 ‘회화의 혁신’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화의 혁신이라기보다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는 동시대의 정서를 표현한 것으로, 복잡한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많이 보던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한… 우리가 평범하게 접해온 느낌의 회화가 아니라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현재 회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초기 작업은 설치미술, 영상, 드로잉 등 굉장히 장르가 다양했다. 초기 작업을 한 20대 말에서 30대에는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만들지 말자’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타일이 고정되면 미술도 브랜드화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상은 첨단이고 구상은 뒤떨어진다는 생각, 미디어는 첨단이고 회화는 낡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서열 구조로 장르를 나누는 것이 싫다. 어떤 장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의 매체를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향한 일관된 태도다. 현실에서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는 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풍경화 ‘겨울 여행’ 시리즈를 보았을 때, 장엄한 풍경보다는 그 안의 인물에서 더 힘이 느껴지더라. 동시에 불안, 전쟁, 의심, 냉전이라는 공통 정서가 떠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경치를 그리는 목가적 풍경화가 아니라, ‘사건으로서의 풍경화’다. 내 그림에는 영화의 스틸 컷 같은 드라마가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이나 직후의 모습이랄까? 그 안에서 사람들은 긴장과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등을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그들은 심연을 지켜본다고 말하고 싶다. 바다의 먼 곳을 지켜보거나 허공을 내려다보거나, 그 심연은 아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불안정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불확실한 운명이 휘두르는 힘을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 어디에다 저항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상실감, 동지가 없고 철저하게 서 있는 것 같은 고독… 이 모든 것이 심연이다.

자신과 닮은 인물인 것 같아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걸까?
주로 젊은 관람객이 내 작품을 좋아하더라. 같은 이유인 것 같다. 하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겨울 여행> 전시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10월 20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2014년 2월에 통인갤러리에서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성훈, ‘절벽(담배 피우는 남자)’, 181.8×227.3cm, oil on canvas, 2013

화가 공성훈 씨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창작 활동 초기에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개념적인 작업을 발표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정통 회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열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지난 9월 초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13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