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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떠나는 도야 호수의 풋패스 여행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소중한 게 있는 사람에게


멀리 요테이 산을 배경으로 투명하게 펼쳐진 도야 호수.

보트를 타고 들어가 천연 그대로의 숲을 걷는 나카지마 일주 코스.


기차를 타고 초원으로 떠나는 걷기 여행 일본 열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이 한국의 90%에 이르는 홋카이도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기에 이상적이다. 마치 JR 광고의 서정적 포스터 장면처럼, JR홋카이도 열차가 너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여행자를 데려간다. 라벤더꽃이 만발한 언덕, 만년설이 덮인 산맥, 유리알처럼 투명한 호수 그리고 야생 사슴이 뛰노는 작은 섬으로! 거리가 먼 곳은 기차를 타고 가며 홋카이도의 경치를 감상하고, 건축가가 지은 아름다운 기차역에서 트레킹을 위해 찾아가는 마을 까지는 JR 기차역마다 마련된 렌터카 대여소에서 자동차를 빌려 타면 쉽게 도착한다(너른 땅에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제주에서 렌터카를 운전할 때보다 한적하다. 일본 차는 우리 나라와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데, 진땀 흘리지 않고 쉽게 운전할 수 있다). 한적한 마을의 정갈한 료칸에 짐을 푼 후에는 기차와 자동차보다는 느리더라도, 가장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동력을 탑재한 나의 ‘발걸음’으로 홋카이도의 청정 산과 숲을 찾아 걸어가볼 차례.
홋카이도는 그간 국내에 일본에서 가장 비싼 패키지여행지로 소개되어온 탓에 이곳의 한가로운 숲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은 편.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이 홋카이도산 청정 농산물을 가장 고급스러운 식재료로 여기는 것도, 홋카이도의 대표 맥주인 삿포로 맥주가 맛난 것도, 휴식이 필요한 일본인이 서정적인 JR 광고를 보며 홋카이도 여행을 꿈꾸는 것도 모두 조용한 화산섬에 때 묻지 않은 거대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 그 아름다운 숲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휴식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세계인에게도 인기가 높은데, 특히 숲 여행을 즐기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람들은 홋카이도 곳곳의 숲에 별장을 짓고 여름과 겨울을 보내는 ‘머무는 여행’을 즐긴다.


(왼쪽) 도야 호수 풋패스 여행자를 위해 준비된 안내판.
(오른쪽) 나카지마 코스에는 고목과 약초,야생 사슴이 기다린다.


도야 호수에 숨은 여섯 가지 트레킹 코스 특히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인 삿포로의 남쪽 산속에 숨어 있는 도야 호수는 온천 여행지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숲 여행자들의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도야 호숫가에 즐비한 호텔이 한국인 패키지 여행객의 숙박지로 자주 이용되는데, 낮에 다른 지역의 명소를 둘러본 후 밤에 온천욕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도야 호수 주변 호텔에서 밤 시간만 보내는 탓에 패키지여행으로는 호수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둘러보기가 어렵다.
도야호는 동서 지름 약 11km, 남북으로는 약 9km, 둘레는 약 50km에 이르는 칼데라 호수(‘커다란 솥’이란 뜻으로, 폭발, 함몰, 침식 등으로 생긴 화산체 중앙의 분화구보다 훨씬 크고 움푹한 지형)다. 일본에서는 아홉 번째로 큰 호수이며, 지질이 뛰어난 자연공원으로, 2008년에는 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여 회담하는 G8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유명한 온천 여행지인 만큼 대형 온천 호텔부터 작은 료칸, 장기 렌트가 가능한 별장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호숫가 온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낮에는 슬렁슬렁 걷는 숲 여행을 즐기고 밤이면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걷기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으니, 이보다 이상적인 걷기 여행지가 있을까. 특히 도야호 주변으로 ‘풋패스’라는 이름의 트레킹 코스가 여섯 곳 있는데, 각 코스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지질공원의 교육적 특색도 갖추고 있어 어른은 물론 아이와 함께하는 걷기 여행 코스로도 이상적이다.

도야호 풋패스를 찾아서
‘풋패스footpath’란 영국과 웨일스 지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걷는 여행자를 위한 길을 의미한다. 태곳적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도야 호수 주변에 2008년 G8을 맞아 지방 정부나 단체들이 걷는 여행자를 위해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테마의 풋패스를 조성했다. 도야코 마을과 소베쓰 마을 주변으로 풋패스 다섯 곳이 완성되었고, 다른 지역에도 풋패스를 개발하고 있다.


트레킹이 끝난 후엔 따끈한 온천욕을!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욕
호숫가에는 수변 정취와 맛난 음식, 트레킹에 지친 근육을 이완해줄 뜨끈한 온천탕을 갖춘 호텔이 즐비하다. 호수를 조망하는 언덕 위 윈저 호텔은 2008년 G8 서밋을 개최한 호텔. 노노카제 리조트와 가와나미 호텔 등 최고급 호텔과 도야코 한테이 등 대형 호텔도 인기다. www.ketoya.com에서 일본어 정보를 제공한다.

호수 위의 불꽃놀이 매일 저녁 가이세키 요리를 즐긴 사람들이 유카다 차림으로 도야 호숫가를 트레 킹하듯 서성인다. 수면 위로 무언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해적선 같은 보트가 출몰해 펼치는 환상적인 수변 불꽃쇼! 호수 주변 호텔에 머무는 여행자를 위해 무료로 선보이는 이 쇼는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매일 호수를 무대로 펼쳐진다.



1 나카지마 일주 탐험 코스
도야 호수 한 가운데 숨어 있는 태곳적 섬으로 보트를 타고 떠나는 여행.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커다란 연잎을 꺾어 우산처럼 쓰고 말똥말똥 사람 구경하는 야생 사슴이 거니는 숲 속을 걷는다. 나카지마와 그 주위의 작은 섬은 약 5만 년 전에 도야 칼데라가 반복해 분화하면서 형성된 지형. 홋카이도 풋패스를 전문으로 안내하는 가이드 투어를 미리 신청해,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나카지마 섬의 동쪽 반을 일주하는 여행을 떠나면 태풍에 쓰러진 채 추앙받는 신목, 약풀이 자라는 숲, 야생 사슴인 에조 사슴들이 여름철에 자리 잡고 있는 천연 에어컨 등을 재미나게 탐험할 수 있다. 사슴들의 천연 에어컨은 화산암 사이로 땅속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상온 27℃에서 땀 흘리며 트레킹한 후 사슴 쉼터의 돌 사이에 얼굴을 갖다 대면 에어컨 앞에 선 듯 시원하고, 암석 사이 구멍으로 온도계를 넣어 재면 영하 4℃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화산 지형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코스 길이 7600m


2 곤피라 산 코스 지난 2000년, 화산 폭발로 분출물이 도야 호숫가에 즐비한 호텔 앞까지 쏟아져 내려오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은 다음 화산 폭발에 대비해 인공 댐을 3중으로 건설했는데, 곤피라 산 트레킹 코스는 바로 그댐의 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곤피라 산의 서쪽 산과 산기슭의 늪에 2000년의 분화로 생긴 다수의 분화구와 분출물이 쌓인 독특한 화산 지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단층 지형도 관찰할 수 있다. 1977~1978년에도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 후 주택 단지의 퇴거를 실시 했고, 화산 분출 재해를 막기 위해 모래 제방과 인공 하천을 만들어 2000년 분화 시에는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고. 이 코스에서는 분화구・단층과 더불어 화산 폭발로 피해를 입은 마을의 주택, 목욕탕, 국도의 다리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트레킹하며 자연 학습을 하기에 좋다.
코스 길이 2250m

3 우스잔 등산길 높고 먼 산 위에서 바다처럼 펼쳐진 도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본격적인 등산 겸 트레킹 코스. 우스 지구에서 미나미가이륜 산 산책길을 잇는 등산길이 이어지며, 이 산을 도보로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루트다. 산에 오를 수 있는 좀 더 쉬운 방법은 로프 웨이를 타는 것으로, 마을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산에 오른 뒤 우스잔 등산길로 하산하며 트레킹하는 것도 좋다. 화산섬의 아름다운 지형과 신비한 녹음, 멀리 호수가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4 소베쓰 공원과 과수원 코스 도야 칼데라 남동부의 언덕 위에 있는 소베쓰 공원에서는 멀리 우스잔의 멋진 산새와 맑고 푸른 도야 호수의 전경, 나카지마 칼데라의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평탄한 화산 지형 고원의 능선, 그 너머 더 멀리 여전히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살아 있는 요테이잔까지 바라볼 수 있다. 이곳을 트레킹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5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이때는 매화가 만발해 그야말로 무릉도원의 경치를 연출한다. 소베쓰 공원 호수 반대쪽으로 트레킹을 떠나면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는 화산재 토양의 대지에 딸기, 체리, 플럼, 포도, 사과 등이 지천으로 자라는 과수원 지대가 있어 6월 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 풋패스 가이드와 함께 허락된 천연 과일을 따 먹으며 트레킹하는 멋진 경험도 할 수 있다.
코스 길이 6650m

5 다카라다 논 밭, 호숫가 코스 도야 칼데라나 나카지마, 도야 호수 주변의 시골 마을길을 걸으며 자연을 관찰하는 코스. 우스잔 분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도야 호수 남해안과 달리 호수 북쪽은 자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덕분에 한층 더 푸른 자연과 온화한 논밭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도야 다카라다 자연체험하우스에서 주변 농가에서 자부심을 갖고 장인 정신으로 채소를 기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진이 붙은 소박한 채소 묶음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한 도야호 주변의 캠핑장 너머로 부부와 연인이 프라이빗 카약을 즐기거나 산책하는 평화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코스.
코스 길이 약 6730m

6 요시미야마 풋패스 코스 1910년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군인 이 단층군은 현재 푸른 녹음이 가득해 단층을 알아볼 수 없는 ’숲’이 되었다. 도야호 주변으로 2000년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 지역이 앞으로 1백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요시미야마를 산책하며 미래의 풍경을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듯. 여름에는 울창한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약한 화산 분기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지점도 있다.
코스 길이 4230m

7 오오타키 노르딕 워킹 코스 북유럽인의 겨울철 생활 스포츠인 노르딕 워킹을 여름, 홋카이도의 맑은 숲에서 체험하는 워킹 코스. 평화로운 홋카이도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오오타키 종합운동공원 주차장부터 약 6000m의 산림을 걷는 코스다. 관절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르딕 워킹 스틱을 양손에 쥐고 빠른 걸음으로 다채로운 식생이 펼쳐지는 오사루카와 삼림을 통과하며, 홋카이도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불리는 낙차 3m, 폭 30m의 도베쓰야마 폭포에 들러 대자연이 뿜어내는 음이온을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코스 길이 약 6000m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JR홋카이도, 김민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