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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펴낸 KBS 아나운서 고민정 씨


2010년 펴낸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에 이은 두 번째 에세이다. 책 소개를 한다면?
정확하게 말하면 1.5권 정도 될 것 같다. 첫 번째 책을 낸 후 은산이가 태어 났고 삶의 큰 변화와 마주했다. 삶의 방식과 철학도 달라졌다. 은산이 탄생 이후의 일상과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에 쓴 여행 이야기를 재정리했고, 사진도 보완했다. 가장 나 자신에 가까운 글이다.

샹그릴라를 찾아 떠난 여행을 비롯해 라오스, 베트남닌빈 등 주로 오지 여행을 많이 다녔다. 방랑벽이 있어서 집 안에 얌전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잘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편인데, 남편은 정반대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정주하는 삶을 원한다. “감옥에서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끼니 때 되면 밥 챙겨주고, 방해 안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후후.

아나운서의 에세이라고 하면 자기 계발서나 아나운서의 삶을 다룬 내용이 대부분이다. 남편 조기영 씨와의 사랑과 가족 이야기를 쓴 이유는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사실 남편의 영향이 컸다. 연애 초기 시절 남편이 조정래 작가의 <태백 산맥>을 빌려주면서 문학과 역사, 정치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다. 시리즈 열 권을 함께 읽으며, 교과서로 배운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였다. 시야가 확장하는 경험을 했고, 그것이 현재 언론인의 삶을 걷도록 한 토양이 되었다고 믿는다. 남편과 책에 관해 토론하면서 양서를 알아보는 눈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욕심이 났다. 진짜 나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내 안의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

대학 시절의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은 의외의 모습이다. 당시엔 ‘젊음’의 특권, 용기가 충만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싶었다. 주위에서 모두 말렸지만, ‘해보고 정 아니면 마는거지’ 하는 배짱도 있었다. 지금도 청소년 앞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으면 늘 이야기한다.
“여러분을 더 불편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곳으로 가라”고. 당시의 경험이 언론인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주창하고 목소리를 내는 데 큰 힘이 된다.

남편 조기영 씨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 때문에 화제가 됐다. 말 그대로 척추가 굳는 병인데, 치료약이 없어서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처음 병을 알았을 때는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다. 하지만 내가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고, 약을 챙겨 한 달간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런데 하롱베이에서 머물 당시 남편의 눈에 이상이 온 거다.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는 온통 끔찍하게 부정적인 내용뿐이고, 결국 동료 아나운서에게 남편의 상황을 고백하고 외교부를 통해 적당한 병원을 찾아 치료약을 구할 수 있었다. 아, 그때 남편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그럼 현재 남편의 상태는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치료약이 딱히 없기 때문에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무리한 일은 피하고 있다.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하고 말할 정도로, 남편을 향한 사랑에 숨김이 없다. 연애 시절까지 하면 8년째 함께하는 셈인데,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당연히 서로 불만도 있고 갈등도 종종 생긴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뜨거운 감정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똑같은 곳을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일심동체는 누군가 한쪽은 희생해야 한다는 뜻과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철길 같은 사랑을 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거리에서 각각 달려가되 최종 목적지가 같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희생을 많이 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것도 없다.

시인인 남편 조기영 씨의 첫 장편소설 <달의 뒤편>이 곧 출간한다. 아나운서와 시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결혼할 때 받은 ‘청혼시’ 이후 10년 만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2008년 처음 병을 알았을 때로 첫 문장이 시작된다. 감정이입이 돼서 집필이 힘 들었다고 하더라. 단순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시대의 화두이던 정치적 갈등과 문화가 녹아 있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가족은 내가 보호해야 할 ‘어떤 것’이다. 남편의 질병이 대중에게 알려지자마자 온갖 억측과 악플이 뒤따랐다. 가슴이 떨려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거침없이 반격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가 보호해야 하는 내 가족이니까.

 
에세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남편인 조기영 시인과 함께하는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남편과의 만남, 사랑 그리고 남과 공유할 수 없던 내면의 고통을 솔직하게 쏟아낸 문장에는 그의 진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깊게 되새김질하게 된다. 마음의숲.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