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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사진집 <신의 영혼 오로라> 펴낸 사진작가 권오철 씨


천체 사진가라 그럴까, 반듯한 대학교수의 이미지다.
그런가? 교수는 아니다. 후후. 천체를 관찰할 때 감성적인 성향은 아닌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무언가에 감동받았다면 그건 진짜일 거다.

오로라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오로라 앞에서는 그저 말이 사라진다. “와!” 하는 탄식만 나오고,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빛의 강도에 따라 오로라의 세기도 달라지는데, 오로라가 춤을 추듯 펼쳐지는 ‘서브스톰’을 만나면 사람들 대부분이 눈물을 쏟아낸다.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처음 오로라를 마주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당연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것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으니까. 휴가도 마음대로 내기 힘든 직장인에게 오로라를 촬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9년 겨울, 캐논과 캐나다 관광청에서 ‘오로라 원정대’를 모집했고, 천체 사진가로 캐나다 옐로나이프까지 동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천체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천체 사진가’를 검색하면 거의 내 이름만 등장하니 무작정 연락이 온 거다. 그렇게 6일간 캐나다에 머물며 오로라를 만났다. 너울거리는 신비한 빛 앞에 섰을 때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귀국한 이후에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천체 사진가가 됐다. 오로라 원정대에 참가한 사람 중에 직장인은 나뿐이었다. 원하는 것을 찾으며 자유롭게 사는 이들을 보고 ‘아, 이렇게도 사는구나, 내가 사는 삶이 정답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천체 사진은 장 노출로 별의 방향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촬영과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그렇다. 밤새워 촬영해도 고작 사진 한 장이 나오는 셈인데, 카메라를 세워두고 옆에서 그냥 잔다. 후후. 공동묘지에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7월에 방영한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오로라 헌터>를 보고, 오로라를 보러 가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생겼다. 촬영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가? 오로라에 대한 노하우로 촬영팀에 합류했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점차 내가 방송의 주인공이 됐다. 오로라는 태양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2017년까지가 태양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주기다. 방송을 본 많은 사람이 더 늦기 전에 신비로운 오로라의 풍경을 만났으면 한다.

지금까지 본 오로라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마지막 방송을 촬영하는데, 오로라의 세기가 강하지 않았다. 촬영팀은 철수했지만, 혼자 귀국 일정을 연기하고 며칠을 더 머물렀다. 바로 그날 밤이었다. 엄청난 빛이 소용돌이치더니 여신의 드레스처럼 핑크빛이 하늘 전체에 펼쳐졌다. 빛의 세기가 강하면 보랏빛을 넘어 핑크빛 커튼이 생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핑크빛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 오로라 여행의 이야기를 모아 <신의 영혼 오로라>를 펴냈다. 다큐멘터리 촬영지인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비롯해 5년간 기록한 오로라 사진과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로라에 대한 궁금증이나 천체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유용한 서적이 될 것이다.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에서 그는 노르웨이의 함메르페스트에서 강 추위를 견디며 거의 20일 만에 오로라를 마주했다고 썼다. 그만큼 오로라를 만나기 어려운가? 북유럽에서는 그렇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맑은 날에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흐린 날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선명한 오로라를 마주하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캐나다의 옐로나이프는 연중 95%가 맑아 오로라를 만나는 데 실패할 확률이 적다. 현지인에게 오로라는 거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처럼 일상적인 풍경이다. 항공편도 편리해서 초보 여행자에게는 이곳을 주로 추천한다.

오로라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팁을 준다면? 사진 촬영은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셔터를 자동으로 설정해놓고, 선베드에 누워서 쏟아지는 오로라의 향연을 만끽하길 바란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투어’를 신청하면 방한복을 대여해주기 때문에 추위는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은 설원이 오로라를 반사해 감상하기 좋고, 반면 사진 찍기는 9~10월이 알맞다.

세상에 존재하는 오로라를 다 봤을 것 같다. 꼭 보고 싶은 오로라가 있다면? 2개월마다 한 번씩 세계 각지를 돌며 오로라를 만났지만, 항상 더 강한 ‘어떤 것’을 고대하게 된다. 생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강렬한 세기의 오로라를 언제나 그리워한다.

사진집 <신의 영혼 오로라>
공학도이자 평범한 회사원이던 권오철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천체 사진가가 됐다. 이후 오로라를 좇아 북유럽과 캐나다 북부 등을 여러 차례 여행하며 느끼고 기록하고 분석한 오로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로라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 사진 촬영 노하우 등을 소개한다. 씨네21북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