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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기도 있다!

송광용 씨가 40년간 그린 만화 일기

1934년 영월에서 태어난 송광용 씨는 만화가가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만화 일기를 썼다. 1952년 5월부터 1992년 2월까지 무려 4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글로 일기를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만화 일기라니 그 정성과 노고가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만화 일기는 만화가가 되고픈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그만의 방식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의 만화 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가 전권을 2002년 영월책박물관에 기증하면서부터다.
박대헌 관장은 그의 만화 일기 1백1권 중에서 약 6백여 쪽의 본문을 선별해 세 권으로 엮었다(원래 일기는 모두 1백31권이었지만 1990년 가을 영월에 홍수가 나 30권이 물에 잠겨 소실됐다). 각각 학창 시절, 군대 시절, 사회생활을 담은 일기장이다. 송광용 씨가 일기를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고, 그 사후에 만화 일기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의 일기는 실제 만화책처럼 갱지를 반으로 접어 직접 제본했고, 표지에는 일련 번호와 각 권의 표제를 붙이고 표지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사랑하는 나의 정직한 그림일기’ ‘돈 병’ ‘가난투성인 나라’ ‘나는 군대가 싫다’ ‘삼 형제의 이야기’ 같은 제목을 넣은 본문에 그가 그토록 바라던 만화가를 향한 욕망과 평생 영월에서 살아온 평범한 남자 인생의 희로애락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절절하게 녹아 있다.
현재 삼례문화예술촌(070-8915-8121)으로 이전한 책 박물관이 개관전으로 그 의 일기 일부를 전시한다.
자료 제공 삼례문화예술촌 책 박물관


남편을 회복시킨 한의사 왕혜문 씨의 건강 일기
올해로 결혼 8년 차인 약선 전문 한의사 왕혜문 씨는 10년째 건강 일기를 쓰고 있다. 건강 일기의 시작은 다이어트였다. 식단 관리를 위해 일기보다는 일지에 가까운 기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상세하게 기록하다 보니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래서 기록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했다. 결혼 이후 남편과 아이의 건강 일기를 쓰게 된 이유도 그런 오랜 습관에서 비롯했다. “남편은 저와 30년 이상 다른 삶을 살았고, 식습관, 성격,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 등이 전혀 달랐어요. IMF 외환 위기 시절 유학 생활을 했을 당시 불균형하고 불안한 일상 때문에 속병이 많이 들었는데 그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 호텔 서비스업에 근무하던 남편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온몸이 거의 망가진 상태였어요. 입안이 온통 헐고 소화도 안 되고…. 지금도 말하곤 해요. 나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중병이 들었을 거라고. 후후.”

그는 남편의 변화를 그때그때 적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었을 때 소화하기 어려운지, 어떤 계절에 가장 피곤해하는지, 어떤 날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지 등. 시간이 지나자 겨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으며, 장시간 운전할 땐 반드시 그 전날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점, 밀가루·돼지고기·고등어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 등 일련의 패턴을 발견했다. 패턴을 파악하니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더 보충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왕혜문 씨는 남편의 질병이 베체트라는 것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고 한의학과 양의학을 병행해 치료하게 됐다(베체트병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신체 내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자기 증상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 본인의 몸을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진료를 하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의사가 금지한 음식을 먹고 거짓말할 때도 있죠. 후후. 하지만 진료하면 바로 나옵니다. 평소 어디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바로 적으세요. 보통 건강 상태나 식단 등을 상세하게 기억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는 처음부터 장기적으로 모든 것을 다 적을 생각을 하지 말고 일주일, 한 달, 계절, 1년 단위로 확대해가면서 반응을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그리고 일기를 세심하게 관찰하되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를 알면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내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몸은 정직합니다.”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미래 일기

미래 일기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동일한 일기장에 10년 이상 쓰는 일기, 다른 하나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쓰는 일기다. 전자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육심원 아트숍에서 판매 중인 ‘2013 10년 다이어리’는 매일매일의 날짜마다 각각 다른 연도의 칸이 그려져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 특정 날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10년의 역사를 한 장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5년 전, 10년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으면 앞으로 10년의 계획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10년의 일기는 소중한 내 역사이자 자서전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쓰는 미래 일기는 자기 계발의 의미가 있다. 마이애미 대학의 에먼스 Emmons, R. A. 교수와 매 컬러McCullough, M. 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기장을 어떤 내용으로 채우는지가 그 사람의 행복을 좌우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희망을 일기로 쓴다면 그 행복은 배가될 것이다. 실제로 미래 일기를 쓰며 관련 서적까지 펴낸 개그우먼 조혜련 씨의 일기 쓰기 노하우를 살펴보자.

●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자.
● 1인칭 시점에서 나를 중심으로 쓴다.
● 영화 대본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며 쓴다.
● 나의 마지막 날, 즉 장례식 날에 대해 쓴다.
● 과거형으로 쓴다.
● 그 당시의 감정을 쓰자.
● 가까운 미래부터 써보자.
● 소망을품게 된 배경을 써보자.
● 자주 쓰고 자주 읽자.
● 믿고 실천하자!
참고 도서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의 미래 일기> 조혜련 지음, 위즈덤하우스.


나를 치유하는 칭찬 일기
‘칭찬 언어’를 들으면 ‘식욕’이나 ‘성욕’을 충족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쁨을 느끼는 뇌 영역이 자극을 받아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르몬의 변화로 기분이 안정되면서 활기가 샘솟기 때문에 부정적 생각이 사라지는 것. 일본에서 ‘자존감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데즈카 치사코 씨는 매일 3분씩 나를 칭찬하면 누구든지 인생이 새로워지는 변화를 만난다고 말한다. 자, 여기 그가 제안하는 ‘칭찬 일기 쓰는 방법’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 3일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칭찬하세요.
● 당연한 일부터 칭찬하세요.
● ‘나의 이런 부분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한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칭찬하세요.
●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부분을 칭찬하세요.
● 내 안의 풍부한 감각과 감수성을 칭찬하세요.
● 결심과 꿈, 희망을 칭찬하세요.
● 나쁜 습관을 고쳐서 지금 하지 않는 것을 찾아 칭찬하세요.
●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 과거에 노력했던 것을 칭찬하세요.
● 나의 외모를 칭찬하세요.
참고 도서 <나를 치유하는 14일의 여행! 칭찬 일기> 데즈카 치사코 지음, 길벗.


정효자 할머니의 자전 일기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벼농사를 짓고 사는 정효자 할머니(72세)는 4남매를 키우는 동안 단 한 번도 일기를 써본 적이 없다. 그저 인생 대부분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 그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45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중병으로 세상을 떴을 때다. 남편을 간병하면서 슬픔을 위로하려고 애쓰던 중 우연히 그 날그날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힘들고 괴롭고 마음 의지할데 없을 때마다 한 장 한 장 채워나간 일기장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남편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 네 명의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겨 있다.

일기와 더불어 “너도 늙어봐야 내 심정을 안다”고 말씀하시던 정효자 할머니의 어머니, 화병에 시달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자갈밭 섬에서 자란 어린 시절, 결혼 생활 등 자전 수기를 함께 썼다. 그야말로 ‘정효자 할머니의 자서전’ 같다. 그의 둘째 아들 김병학 씨가 6년간의 일기를 모아 <우리 다시 만날 날>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가족, 지인들과 함께 돌려보기 위한 비매품이다). 김병학 씨는 어머니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상실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고, 가족 간의 유대 관계도 더욱 깊어졌다고 전했다.

“벌써 4월! 몇 달만 더 살면 내 나이 일흔이네. 당신 몇 년만 더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아쉬움! (중략) 어쩌든 먼저 떠난 사람은 아쉬움만 남긴 채 가버리지만 남은 사람은 살았던 세월 속에서 상처투성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이 바뀔 때마다 굽이굽이 마음에 사연을 말해주고 있다. 당신 살아 있다면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 당신은 언제 올까! 내가 기다리다가 지치면 올까! 보고 싶은 당신 사랑해.” (2010년 4월 1일 일기 중 발췌) 6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정효자 할머니의 자전 일기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자료 제공 삼례문화예술촌 책 박물관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제공 김병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