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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앨범 2집<화가의 눈>발매한 재즈 보컬리스트 써니 킴 씨


화가 김선두 씨의 시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화가의 눈>을 만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뉴잉글랜드 음악원 대학원에 다닐 때 교수이던 색소포니스트 스티브 레이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음악에는 여러 시인의 아름다운 시가 담겨 있다. 당시 13세기 이슬람 수피 시인인 ‘루미’의 시에 흠뻑 빠졌는데, 그의 시를 모티프로 2003년 ‘프라나 트리오Prana Trio’라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구에 곡 붙이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화가의 눈>은 그런 작업 방향을 확장한 앨범이다.

특별히 김선두 화백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오랜 외국 생활로 한글 발음이 잘되지 않았다. 여러 권의 시집을 낭독하며 발성 연습을 했는데, 김선두 화백의 시집 <너에게로 U턴하다>를 읽으면서 시어가 무척 음악적이라 느꼈다. ‘강가의 푸나무’라는 곡에 ‘푸릇, 푸릇’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음절이 내는 소리에 매료되었다.

그 부분을 들었을 때 재즈의 ‘스캣’ 창법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맞다. 한글 발음의 아름다운 소리가 재즈와 잘 어울린다. 김선두 화백은 자기 시집을 앨범 작업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면서 고향인 장흥에 들러주기를 부탁했다. 그의 작업에 영감을 준 풍경을 꼭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품 같은… 그것은 <화가의 눈>의 근원이기도 하다.

<화가의 눈>은 지난해 8월 뉴욕의 재즈 레이블 써니싸이드를 통해 미국에서 먼저 발매했다. 국내 발매가 거의 1년이나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음반 시장이 대중음악에 치중해 적합한 레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에서 먼저 발매됐고, 국내 음반 유통 회사 미러볼이 써니싸이드와 정식 수입 계약을 하면서 역수입한 경우다. 써니싸이드는 미국의 대표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데, 이미 예정된 가수의 발매 스케줄을 뒤로 미루고 <화가의 눈> 발매를 먼저 추진할 정도로 음반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가사 대부분이 한국어다. 가사 전달의 어려움을 고민했을 것 같다.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긴 어려워도 음악이라는 언어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발매했을 때도 한글이 아름답다는 말을 오히려 많이 들었다.

2집 앨범 프로듀서이자 색소폰 주자인 다리우스 조네스Darius Jones가 ‘영혼의 가수’라고 극찬했다는 인터뷰를 읽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프로듀서와는 교감이 무척 중요한데, 추구하는 음악 성향이 서로 비슷해 1집부터 함께 작업하고 있다. <화가의 눈>은 전곡을 단 한 번의 연주로 하루에 녹음했다.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느낌으로 노래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보냈다. 대학은 미국으로 건나가 진학했으니 삶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갔다.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늘 소극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음악 시간만큼은 달랐다. 내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음악이었다.

곧 엄마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하한다. 인생의 큰 변화인데, 음악을 대하는 마음에도 차이가 있는가? 재즈 보컬리스트는 태교도 남다르게 할 것 같다. 4개월로 접어들었는데 아직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전에는 무대에 오르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여유롭고 평온하게 노래를 부른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특별한 취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영춘권을 아는가? 중국 무술의 일종인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홉 시간 트레이닝을 받을 정도로 흠뻑 빠졌다. 혼성 대회에 출전해 은메달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취미 이상인가?

취미 이상이다. 재즈와 영춘권, 뭔가 신선한 조합이다. 후후.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7월 19일 홍대 오뙤르에서 발매 기념 첫 콘서트를 했고, 앞으로 뉴욕 공연이 잡혀 있다. 한국에서는 9월에 기타리스트 벤 몬도Ben Monder와 합동 공연을 할 예정이다. 벤 몬도가 워낙 거장이다 보니 그와 공연하기 전날은 항상 기도하는 마음이다. 그만큼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써니 킴의 정규 2집
<화가의 눈(Painter’s Eye)>

2007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뉴욕의 윈터 재즈 페스티벌에서 단독 공연을 한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써니 킴 씨가 정규 앨범 2집을 발매했다. 화가이자 시인인 김선두 씨의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전곡을 작곡한 앨범으로, 마치 시집 한 권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써니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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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