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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호텔리어 로랑의 시선>펴낸 호텔리어 구유회 씨


1986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입사해 27년간 근무했다. 한 회사에서 사반세기 이상을 보낸 셈인데, 호텔리어로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어떤 건가?
나보다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동료와 선배가 많다. 호텔리어는 정신 노동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매일 다른 영화가 호텔을 무대로 다채롭게 상영되니 이보다 신나는 일도 없다.

이번에 발간한 에세이 <호텔리어 로랑의 시선>을 소개한다면? 2008년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 개관 20주 년을 맞아 그간의 호텔 이야기를 엮으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계획보다 출간이 많이 늦어졌다. 20주년에 맞춰 발간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완성도 있는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일요일 새벽 2시에 퇴근하면 와인 한잔 마시며 아침 6시까지 집필하곤 했는데, 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더라. 내 인생을 돌아 본다는 측면에서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이었다.

‘최고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호텔 이용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면에서 항상 날 선 긴장이 앞설 것 같다. 책 속에는 그런 내용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는데, 의도한 건가? 현직 호텔리어로서 호텔과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정의 굴곡을 다 보여주면 신비로움이 없지 않나. 치부가 될 수 있는 내용이나 불편한 일화를 들춰내 이야깃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다. 속편 에세이가 나오면 그때 얘기할까? 후후.

그렇다면 감정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27년 전에는 호텔 에티켓 등 숙박 문화가 거의 전무했는데…. 스스로 최면을 건다. 만나기만 해도 기분 좋은 친구처럼 누군가에게 긍정적 즐거움을 주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니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면 동시에 상대방도 나를 존중해준다. 로비나 클럽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절로 피로가 풀린다.

제이제이 마호니스 클럽의 테마 파티와 파리스 그릴 레스토랑 오픈, 창간 에피소드 등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 호텔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그런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이루어지는 것 같다. 후후. 모두 같은 목표를 지니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은 브로슈어를 만들려다가 라이프스타일 매체로 확장한 경우다. 발행인도 여러 차례 바뀌고 약 1년 반 동안 휴간할 만큼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초창기 편집인들과 현재까지 발행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창간할 때부터 함께한 편집장과 사진가는 전생에 가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이제이 마호니스의 테마 파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올해 파티는 기획이 끝났고, 2014년은 기획 중이다. 다가오는 핼러윈 파티는 코알라와 부엉이가 드레스 코드다.

호텔리어로서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파리스 그릴 레스토랑을 오픈할 당시에는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루 열네 시간을 근무하던 시절이었는데, 야근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상당히 지쳐 있었다. 당시 친구의 제안으로 스위스에 있는 여행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총지배인이자 사장에게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유러피언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맡아달라고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서른두 살에 차장으로 승진했고 파리스 그릴 레스토랑을 오픈시켰다. 솔직히 그렇게 바쁠 줄 몰랐다. 후후. 하루에 1백50명이 예약했으니까…. 과로로 ‘기흉’이라는 병이 생기기도 했지만 나를 인정해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그렇게 밤낮없이 일하면서 호텔리어와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호텔에서는 ‘로랑’이고 집에서는 ‘구유회’로 돌아온다. 휴일에는 베들링턴테리어종 모닝과 캄을 데리고 남산 산책을 즐기고 운동도 종종 한다. 무엇보다 잘 놀고 즐길 줄 알아야 영감도 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행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약 3주간, 봄과 가을에는 약 일주일씩 꼭 여행을 떠난다. 올여름엔 태국 남부 후아인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앞으로 ‘호텔리어 로랑’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호텔리어다. 지금까지 호텔리어로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호텔리어일 것이다. 그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호텔리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이 바다를 계속 항해하고 싶다.

에세이 <호텔리어 로랑의 시선>
호텔리어는 힘겨운 감정 노동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직업이지만, 매일매일 흥미진진한 일상이 펼쳐지는 동경의 세계이기도 하다. 호텔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과 JJ 마호니스 파티를 즐기는 유용한 팁은 보너스! 구유회 지음, 안나푸르나.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