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가시길. 내일을 꿈꾸지 마시길. 충실한 오늘이 곧 내일이니. 남을 부러워 마시길.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시류에 휩쓸리지 마시길.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는 것. 멘토를 맹신하지 마시길. 모든 멘토는 참고 사항일 뿐이니.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시길. 그리고 당신 마음속의 올바른 재판관과 상의하며 당신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시길. 당신이란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지 마시길. _<여덟 단어> 중에서
천양희 시인은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씩 철썩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천 번씩 우짖고,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백6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고, 일생에 단 한 번 우는 새도 있고,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새도 있으니, 운명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라고 노래한 바 있다. 삶은 저마다 다르다. 게는 옆으로 가는 게 앞으로 가는 것이고, 뱀은 구불거리는 게 바로 가는 것이고, 나무늘보는 오래 자는 게 열심히 사는 것이며, 개미는 저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게 춤이고, 베짱이는 노래하는 게 짐이라면 서로 다른 삶과 운명을 관통하는 삶의 지침이란 가능할까?
치밀한 하루, 치밀한 광고
최근 <여덟 단어>라는 책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저자는 광고인 박웅현 씨다. 줄곧 광고인으로 살아온 그가 ‘광고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여덟 단어로 인생을 설파하다니 무모한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그이의 광고와 인생 독법에 솔깃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현동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그이를 만났다.
오십 줄의 중년 사내답지 않게 몸매가 날렵하고 눈매가 날카로운 그이는 뿔테 안경에 빵모자, 반바지를 걸치고 능숙한 포즈로 사진 촬영을 마친 다음 성큼성큼 걸어와 테이블 건너편에 앉았다. 그이의 안경 화면으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등의 카피가 자막처럼 흐르는 듯했다. 모두 그이가 만든 카피들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광고인 중 하나인 그이의 하루가 궁금했다.
“월, 수, 금에는 수영을 해요. 오전 5시 40분에 기상해서 수영장에 가죠. 샤워를 하고 6시부터 50분간 수영을 합니다. 마무리 체조를 하고 나오면 7시, 집에 오면 7시 20분. 아침을 먹죠. 8시나 9시까지 출근을 해요. 조그만 일기장을 꺼내어 어제 한 일을 기록합니다. 그다음 오늘 할 일을 체크합니다.” 시침과 분침으로 잘게 쪼갠 시간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전에 회의가 있으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생각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거나, 강의 준비를 합니다. 오후에는 회의가 많아요. 우리 회사에는 출근 시간이 따로 없어요. 제가 이끄는 팀이 세 개인데 일찍 오기 싫으니까 모두 오후에 회의를 잡지요.” “아하, 세 팀이면 한 팀은 태권도, 한 팀은 복싱, 한 팀은 레슬링 팀인가요?” “아하하하, 그렇죠.”
그이가 근무하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그룹 옴니컴의 자회사인 TBWA KOREA다. 태권도 운운한 것은 TBWA KOREA가 새겨진 명함을 건넬 때마다 난감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이가 우스갯소리로 자기를 소개하는 말이다. 사전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그이의 책을 읽은 충실한 인터뷰어라는 걸 내가 은근히 과시했고 그이가 눈치챘다. “외부 강연 요청도 많으실 텐데 어떤 곳으로 나가시는지요?” “요청은 많이 오는데 본업이 지엄해서 한 달에 다섯 곳 이하로만 응합니다.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째, 비즈니스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인가? 둘째, 작가나 피디나 편집자같이 파급력이 있는 사람들인가? 셋째, 평소 강의를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 예를 들면 지방의 고등학생이라든가 전교조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자신을 위한 것이고, 뒤의 하나는 사회적 회향이다. 순간 ‘치밀함’이 ‘따뜻함’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광고 하는 분들은 자유분방하고, 괴팍하고, 시간 사용도 제멋대로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런데 박웅현 씨의 책을 읽으니 아주 모범생 같던걸요?” “광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반짝반짝하는 거, 엽기적인 것을 하려다 보면 그렇겠지 하는데, 실제로 광고는 감각적인 탈을 쓰고 있지만 치밀한 전략 기획서입니다.” 광고는 육체노동과 달라서 성과가 업무 시간에 비례하지 않을 것이다. 무형의 창조적 노동을 어떻게 규칙적인 일과로 소화할 수 있을까? “광고 카피를 쓰려면 업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을 달고 다녀야 하지 않나요?” “업무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끊임없이 생각을 달고 다녀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무의식을 믿자’입니다. 금요일인데 아이디어가 안 나왔어요. ‘토요일 날 다 나와! 문 잠가! 아이디어 나올 때까지 못 나가!’ 이런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집에 가서 푹 쉬면 뭔가 나오겠지’ 하고 퇴근합니다.”
‘끝내 뭔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죠?’ 물으려는 순간 그이가 말한다. “무서운 게 뭔 줄 아세요? 내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동네 초등학생들만 눈에 띄어요. 중학교 가니 중학생만 보이더군요. 카피를 쓸 때 ‘카피를 써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면 안 나와요. 육군사관학교 여생도 관련 카피를 쓸 때였어요. 광고주가 원하는 카피가 안 나오는 거예요. ‘카피 없네’ 하고 그냥 퇴근했어요. 그런데 길을 걷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가 그렇게 나왔죠. 내가 잊고 있어도 무의식은 돌고 있어요. 예로부터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세 곳으로 ‘마상馬上, 측상上, 침상寢牀’을 꼽죠. 책상은 거기에 없어요.” 심각한 장소일수록 창의적인 생각은 달아나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이 도서관보다 시끌벅적한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경찰 출신 소설가는 TV를 크게 켜놓아야 글이 써진단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_<책은 도끼다> 중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여덟 단어
“<여덟 단어>가 잘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아마 다 아는 이야기라 그럴 거예요.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데 듣기 쉽게 이야기한 거죠. 전문가는 더 정교하게 쓸 수 있지만, 저는 더 쉽게 쓸 수 있죠. 제 직업에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광고를 하니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그게 몸에 밴 것 같아요.” “‘광고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니고 왜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입니까?” “정원사로 30년 일한 사람이 배운 그 무엇 중에 모든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 분야에 정통하면 서로 통하는 철학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등산로가 달라도 끝까지 자기 길을 오르면 정상에서 만나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책 <여덟 단어>에서 그이가 선택한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자존감을 갖고, 본질을 추구하며, 고전을 읽고, 일상을 재발견하며, 현재에 집중하고, 불합리한 권위에 맞서며, 다름과 소통하고, 정답 없는 인생에 최선을 다하자’가 될 것이다. 그이의 말처럼 여덟 단어 모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럼에도 흡인력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모든 좌우명은 대개 결핍을 반영한다. ‘착하게 살자’는 조폭에게 결여된 ‘착함’을, ‘독하게 살자’는 순둥이에게는 결여된 ‘독함’을 드러내듯, 저 지당한 항목들은 그것이 결핍된 사람을 뼈아프게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여덟 단어>를 읽으며 위로받기보다는 괴로웠습니다.” “왜 그런 기분을 느끼셨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거울처럼 내 모습이 비추어졌기 때문이죠. 종종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고, 본질보다 곁가지에 현혹되고, 고전보다 인터넷 낚싯글을 클릭하고, 깊게 보기보다 힐끔 보고, 현재보다 과거나 미래에 매달리고, 정당하지 않은 권위에 침묵하고, 소통보다 불통의 골방에 갇혀 있기를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왜 이럴까요?” “하하, 사람이라서 그렇지요. 저도 책에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고전만 보지 않고, 실수를 안 하지 않아요. 그게 인생 같아요. 다만 실수를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뚫고 나가야 하는 거죠. 저도 똑같이 반성하면서도 여덟 단어를 뽑았어요. 내가 못 했어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할 수 있죠.”
가치를 찾아내 호명하는 광고
“광고계에서 오래 일했는데 처음 몸담을 때와 지금, 변화가 있다면?” “엄청나게 변화했죠. 처음 시작할 때보다 광고의 위치는 한결 좋아진 것 같아요. 당시는 논문적인 시대였는데 지금은 시적인 시대라고 할까요. 짧고 감각적이고 간명해졌죠. 광고에 더 적합한 시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매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TV 앞을 떠나고, 신문을 안 보고 있어요. 타깃 오디언스가 없어지는 거죠.”
“대상층을 잘게 쪼개어서 광고를 해야겠군요?” “대상층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예요. 매체 소비가 완전히 분산된 거예요. 옛날에는 1백 명 중 70명이 MBC나 KBS 앞에 앉아 있었다면 요즘은 일곱 명쯤 앉아 있어요. 지금은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의 시대는 끝났고요,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의 시대가 왔다고 해요.” “도덕적, 윤리적으로 광고에 대한 회의는 없으셨나요?” “있었지요. 지금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어떤 일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저는 ‘나쁜 판사는 조폭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문제예요. 저는 제가 쓴 카피들이 어떤 신문 헤드라인보다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옐로 저널리즘이 만연하고 있죠? 저는 ‘하의 실종’이라고 신문 헤드라인을 쓰는 것보다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라는 카피를 쓰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영국의 유머 작가 스티브 리콕은 광고를 “돈을 뜯어내는 데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인간의 지성을 붙잡아두는 과학”이라고 정의했지만, 베네통 광고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광고를 통해 상품의 개념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철학을 판다. 베네통의 반인종주의, 세계주의, 금기 반대 정신 등 광고는 마케팅을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참여 커뮤니케이션이다”라고 말했다. 박웅현 씨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고는 시대 읽기다.” “광고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게 가치 있는 일이 되겠구나. 내가 기업의 비전을 잡아줄 수 있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광고 이후, 그 회사에 청바지 입는 날이 생겼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광고 이후 그 회사에 신입 사원 연령 제한이 없어졌어요. ‘생각이 에너지다’ 광고 덕분에 그 회사 직원들이 ‘우리는 기름이 아니라 생각을 파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저도 어느 쪽이냐면 스티브 리콕 쪽의 견해에 가까웠습니다.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서 광고는 아무래도 광고주 쪽의 저울추를 더 무겁게 눌러주고 있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선생님의 광고를 보면서 느낀 것은 기업에 가면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인식하지 못한 가치를 찾아내 호명해주고, 시대 정신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광고가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에는 언령言靈이 있죠.” “광고는 소비자에게 쓰는 연애편지와 같습니다.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쓰는 연애편지는 단점보다 장점을 말하려 애쓰죠. 기업도 법인, 즉 법적인 사람입니다. 그들의 가치를 발견해주면 그 기업 전체 3만여 명의 직원이 ‘이게 돈 버는 거야’ 하다가 ‘이게 아주 가치있는 거였네?’ 깨닫게 되면서 기업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거죠.”
창의성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적 소양이고, 그것은 좋은 책을 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_<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중에서
인생, 광고의 배후
그이의 광고는 연날리기와도 비슷해 보였다. 연은 당기는 줄이 장애이자 한계지만 줄이 없으면 추락하고 만다. 광고라는 연은 광고주와 소비자 사이에서 한계라는 얼레에 감겼다가 가능성의 하늘로 풀리며 비상한다. “인류 최초의 광고는 기원전 1000년경, 터키의 에페소스에 있는 사람 발자국을 새겨놓은 매춘 광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광고는 사람만의 직업이 아니라 자연계의 동식물에도 있습니다.” “그래요?” “요즘 숲에 가보면 개다래나무 잎이 흰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하얗게 변하고 있습니다. 개다래나무는 잎겨드랑이葉腋에 많은 꽃을 매달고 있지만, 작고 색깔이 화려하지 않아서 벌·나비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어미 나무가 자식들을 시집·장가 보내기 위해 광고판을 내겁니다.”
개다래나무(광고주)는 광합성을 일시 중단(광고비)하고 나뭇잎 간판(매체)을 만들어, 꿀(상품)을 상점에 내놓고, 벌과 나비(소비자)는 꽃가루(상품값)를 묻혀주고(치르고) 꿀(상품)을 얻어간다. 벌은 소비자 의식이 투철해 꿀의 품질이 좋은지 나쁜지를 동료에게 춤으로 소문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개다래나무뿐 아니라 꽃을 피우는 모든 식물의 전략이 광고와 닮아 있다. 피라미도 성숙하면 무지갯빛 혼인색으로, 새들도 짝짓기 철이면 화려한 깃털로 광고에 나선다. 천적의 눈에 띌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건강과 좋은 유전자를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인간의 광고는 상품을 팔기 위한 것이지만, 자연계의 광고는 종의 보존과 직결된다.
“시인의 시선이 좋네요.” 그이의 칭찬에 잠시 내 왼쪽 어깨가 우쭐했지만 눈에 띄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쓴 작가에게 여쭙겠습니다. 행복이란?”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죠. 똑같은 상황에서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어느 대학에 가야, 수입이 어느 정도 되어야, 어떤 위치에 도달해야 행복해진다는 것이 아닌 것은 너무나 여러 군데서 증명이 되거든요. 행복은 내가 행복할 마음이 되어 있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그리고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앉은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없어요. ‘개처럼 살자!’가 제 대답입니다.” 개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이는 이제 ‘견자見者의 광고학’을 넘어 ‘현자賢者의 시학’을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광고는 시와 많이 닮아 있다. 다만 시는 배후가 없지만, 광고는 배후가 있다. 아니다, 시도 광고도 배후가 있다. 그 배후는 인생이다. 인생은 모든 예술과 직업의 총합보다 크다. 광고인인 그이가 인생을 이야기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이의 인생론 <여덟 단어>에 보태어 가끔 삶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해 시를 한 편 소개한다.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함민복, ‘나를 위로하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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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박웅현 씨 책으로 만나던 유명인을 실제로 접했을 때 실망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책에서가 훨씬 멋지기 때문이죠. 제가 시답잖은 이야기 주제를 가지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업무상 온 전화가 분명한데도 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을 저토록 잘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싶었고, 6시 1분은 6시가 아니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1분이라도 늦는 날이면 어김없이 문자가 날아옵니다. “1분 늦습니다.” 박웅현 ECD는 말과 행동이 같고 안과 밖이 같은 매우 드문 사람입니다. 아마 그는 반으로 갈라 뒤집어 꿰매도 똑같은 사람일 겁니다. _ 김지영(TBWA KOREA 프린트 미디어 디렉터, <행복> 독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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